2013년 2월 25일 여행 다녀 와서

[더글러스]

2월 21일 부터 24일 까지 일본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지난 겨울을 무사히 잘 보낸 것에 관한 포상 휴가 격이었습니다. 지난날 일에 미쳐 오로지 일만 하고 일 외의 시간은 아깝고 불안했던, 인간적으로 슬픈 인생을 젊은 통나무인들은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맘으로 글을 올립니다.

동해항에서 일본 돗또리현으로 가는 배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가는 것 같은데 그 배가 블라디보스톡도 간다 해서 동해, 블라디보스톡, 사까이미나토 항의 앞 글자를 따 DBS 크루저라 합니다. 블라디보스톡은 다음에 가 볼 작정이고 이번엔 돗또리로 가기로 했습니다. 돗또리는 도쿄 서북쪽, 히로시마 동북쪽, 동해를 끼고 있는 한적한 시골입니다. 돗또리현 바로 옆이 독도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 시마네현 입니다. 일본에서 독도 까지 제일 가까운 곳이 시마네현 입니다.

여행 방법에는 패키지 여행과 자유 여행이 있는데 장단점이 있습니다. 패키지 여행은 여행사에서 현지 안내 까지 전부 알아서 해 주니까 편안 합니다. 그러나 일정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잘못하면 버스만 타고 너무 바쁘게 돌아 다니는 것이 될 수도 있으며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자유 여행은 팩키지 여행의 단점은 없지만 언어 소통이 문제가 될 수가 있고 잘못하면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싼 맛에 갔다가 팩키지 여행 보다 더 비싸게 들 수도 있습니다.

이번 돗또리 여행은 자유 여행을 하기로 하고 나름 준비를 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 온 여행기를 꼼꼼히 읽어 보고 필요할 것 같은 부분은 메모해 뒀습니다. 일본어 공부도 좀 했는데 실전에서는 한번도 써 먹지 못했습니다.

호텔재팬이라는 여행사에서 왕복 티켓을 79,000원에 구입했는데 편도 배삯이 112,000원인걸 감안하면 그저 줏은 거 같았습니다. 거기에 일본에서 일박할 호텔비, 유류 할증료, 배에서 4끼 밥값 해서 93,000원, 일인당 합이 172,000원이엇습니다. 여행 총 경비는 172,000원에 일본에서 점심 두끼, 저녁 한끼, 그리고 교통비가 전부 입니다. 점심 두끼는 유명한 일본 라멘으로 때우면 저렴할 것이고 저녁 한끼를 이자카야(일본 주점) 가서 기분 좋게 마시려면 아무래도 오륙만원 정도? 아니면 마트에서 장 봐 와서 호텔 방에서 먹고 마시면 저렴 합니다. 그리고 일본은 교통비가 비쌉니다. 이틀 동안 교통비를 적어도 오만원 정도 예상 해야 합니다.

자! 그러면 여행 시작. 21일 오후 6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 4시에 동해 국제 여객 터미널에 도착 했습니다. 자유 여행이라 짐을 계속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짐을 간소하게 해서 작은 베낭 하나로 꾸렸습니다. 양말 몇개, 세면 도구, 비옷, 정도. 돗또리에는 다이센이라는 1700 미터 급 산이 있어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기 위해 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팩키지 여행이고 자유 여행은 아마 우리 부부 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방은 4인실을 배정 받았는데 우리 부부만 썼습니다. 선내에는 싸우나실, 식당, 나이트 클럽, 면세 매점, 간이 매점 등 있을건 다 있었습니다. 방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는데 부페식이고 먹을만 했습니다. 낮이 짧아 배가 출항하자 금새 어두워 졌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데크에서 준비해 온 술을 한잔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파도가 거의 없어 약간 움직이는 배 안을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놀다가 잤습니다.

22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싸우나를 하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9시에 사카이미나토 항에 도착하고 입국 수속을 할 때 우린 바쁜거 없다고 맨 뒤에 나왔더니 10시 반 이었습니다. 사카이미나토 역 까지 무료 셔틀 버스로 가니 거기에 요괴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곳출신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 아무개를 기념하는 거리인데 그 사람 주로 요괴를 많이 그렸나 봅니다. 한때 제 별명도 요괴였기 때문에 한번 둘러 봤습니다. 역 앞에서 마쓰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마쓰에 라는 도시는 돗토리현이 아니고 시마네현 입니다. 그러나 사카이미나토가 돗토리현과 시마네현 경계에 있어 버스로 5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한적한 바닷가 시골길을 버스를 전세 낸듯 둘이만 타고 편안히 갔습니다. 마쓰에 역 앞에서 생성회 덮밥을 점심으로 먹었는데 메뉴판의 사진과 달리 회가 물컹물컹하고 얄팍해서 좀 놀랏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하고 회 먹는게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일본의 회는 활어를 바로 쓰지 않고 숙성을 시키기 때문인지 물컹합니다. 이빨들이 부실해서 그런가요? 우리나라 같으면 바닷가에 다닥다닥 전부 횟집 일텐데 일본에서는 바닷가에 횟집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어쨋든 실망과 분노의 점심을 먹고 역 앞에서 '레이크 라인' 순환 버스를 탔습니다. 마쓰에라는 도시 옆에 큰 호수를 한바퀴 돌며 관광지를 순환하는 버스입니다. 요금은 200엔, 종일 티켓은 500엔. 버스를 타고 현청 앞을 지나는데 경찰이 많이 모여 있고 스피커에서 뭔가 시끄럽게 떠들더군요. 뭐하냐 했더니 다께시마 (독도) 궐기 대회를 전국적인 규모로 하는 거였습니다. 버스에서 뛰어 내려 마이크를 빼앗아 '독도는 우리 땅'을 한곡 불러 주고 싶었습니다. 현청 (우리나라 도청) 바로 옆에 있는 마쓰에 성에 내려서 성 구경을 했습니다. 마쓰에 성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 주변에 큰 운하를 팠는데 3월 부터는 그 운하에서 관광객 대상으로 배를 띄운다는군요. 마쓰에 성은 5층 나무 구조인데 자세히 보면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웅장하고 섬세하다는 걸 느낍니다. 성 구경을 다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호수를 한바퀴 일주한 다음 마쓰에 역으로 돌아 왔습니다.

 DBS크루저, 13,000 ton, 500 명 정도의 승객, 승무원이 탑승.

 동해항을 배경으로 갑판에서.

 선실 복도. 바닥에 카펫이 깔렸음.

 사카이 미나토 항에서 하선하여 무료 셔틀 버스로 10분 거리의 사카이미나토 역으로 이동. 사카이미나토 역에서 1000 엔 주고 버스를 타고 마쓰에 역으로 이동. 마쓰에 역.

 마쓰에 역 앞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회덮밥. 단무지도 없음.

 마쓰에 시를 순환하는 레이크 라인 버스.

 버스가 나무로 꾸며져 있고 운전사가 모두 여자임.

 마쓰에 시내에 흔히 있는 운하

 성을 둘러 싼 운하. 물이 깨끗하고 운하 폭이 넓었음.

 마쓰에 성 돌 축대.엉성해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정교하고 튼튼함.

 마쓰에 성. 오로지 전쟁 목적으로 지어졌음.

 성 내부. 굉장히 굵은 나무로 지어졌음.

 성 내부에 보관 중인 오래된 건물의 부재.

윗층으로 올라 가는 계단. 경사가 가파르고 유사시 계단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등 전쟁용.

[대우]

즐감하고 갑니다

[hurricane]

이런 크루즈도 있군요! 두분이 오붓하게 좋은 여행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