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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갤러리소호 원문보기 글쓴이: 화이트
서양화가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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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씨의 유화 ‘아이스 캡슐Ice Capsule’에는 얼음 속에 갇혀 있는 청미래 덩굴이 보인다. 얼음을 받치고 있는 사기그릇에는 열매가 송이송이 맺혀 있는 나무줄기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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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생명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얼음 속에 갇힌 생명은 (죽은 것처럼 여길 수도 있지만)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생명이지요.” 그가 늘 보던 얼음 조각에서 모티프를 얻어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잘 얼려 쨍쨍한 얼음, 녹기 시작해 물기 머금은 얼음, 물컹하게 흘러내리는 얼음에 생명체가 있다. 물체의 한 부분은 얼음 속에 있고 또 어느 부분은 허공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른바, 샐러리맨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2002년 ‘왠지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자신감을 갖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업작가로 전업한 것은 2004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의 자리와 먼 사람일 수 있을지라도 본인의 관점에서는 기득권이라는 ‘자존’을 마음 바닥에 다졌다.
먹고살기 힘든 상황은 모두가 마찬가지. 내가 먹고살지 못하면 다른 작가들도 먹고살기 힘들 것이니 남보다 더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면서.
‘아이스 캡슐’이다.
같은 해에 그린 그림이라도 다르다. 똑같은 것처럼 보여도 미세하지만 작은 변화들이 감지된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박성민의 그림’이고,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느 시기의 작품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기호가 된다.
투명한 얼음 속에 덩굴 잎이나 꽃잎 등을 담은 일명 “아이스캡슐(Ice Capsule)"을 정교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캔버스에 담아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작가 박성민의 개인전.
박성민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아이스캡슐(Ice Capsule)’로 삼고 있다. 서늘한 기운마져 느껴지는 정교한 얼음 조각은 청미래 줄기, 박꽃, 쪽지편지, 꽃잎, 과일 등과 함께 등장한다.
청미래줄기는 얼음과 더불어 그 푸르고 싱싱한 생명력을 강하게 내뿜는 대상이며, 박꽃은 순백의 화려함과 순수하고 소박한 감성을 동시에 전하는 대상이다.
얼음 속에 박힌 쪽지 편지는 누군가가 소중히 간직한 그러나 차마 전달하지 못하고만 그리움, 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상기 시키는 모티프이다.
최근에 등장한 형형색색의 과일은 차가운 이성으로 절제된 우리의 욕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얼음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작품 속에서 그것은 생명력의 가장 최상의 정점에서 영원히 멈춰진 채 얼음 속에 채집되어 있다.
박성민의 그림은 언뜻 보면 사진처럼 보일 정도로 정교한 사실주의적 표현으로 이루어져있다.
얼음과 식물의 정교한 묘사를 위해 작가는 수없는 붓질을 반복한다.
하루에 꼬박 10시간 이상의 ‘노동’으로도 작품 한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게 일주일 이상의 수고가 필요하다.
에어브러쉬나 사진 전사같은 쉬운 방식을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순수한 붓질만으로 완성되는 작품의 제작과정은 수도자와 같은 인내와 집중력을 요한다.
최근 젊은 작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미디어와 같은 첨단 매체 대신에 전통적인 표현 방식인 붓을 선택한 작가의 장인적 고집은 박성민이라는 신예작가를 주목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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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디터 : 김선래 / 사진 : 이우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