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하는 만큼 우리나라는 사이버범죄 수법에 있어서도 가히 세계적 수준입니다."
국내 사이버범죄 수사의 최고 사령탑인 강기중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총경)은 "하루가 다르게 지능화되는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이버수사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수사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게 강 센터장의 자랑이다. "지난달 몽골ㆍ태국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미국ㆍ프랑스ㆍ일본ㆍ홍콩 등 해외 국가에서 센터를 견학하러 왔습니다. 그만큼 우리 센터의 사이버범죄 수사능력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지요."
강 센터장은 지난 4월 부임과 동시에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집단적ㆍ획일적 수사관 관리 및 교육ㆍ훈련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체계화한 전문 수사관 양성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급변하는 사이버 치안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초ㆍ중ㆍ고급으로 나눠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으며, 외부 전문교육기관을 통한 위탁교육도 병행했다. 강 센터장은 앞으로도 과정별ㆍ분야별 교육과정 로드맵을 통해 사이버수사 전문가 양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못지 않게 강 센터장이 중점을 두는 것은 내부 시스템의 보완. 우선 IT환경이 무선인터넷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모바일 범죄가 등장할 것에 대비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해킹ㆍ바이러스 등 사이버테러형 범죄 예방을 위해 경보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디지털 증거분석 및 수집시스템 등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향후 수사용 포렌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일선 경찰서의 사이버수사대까지 가상사설망(VPN)을 설치함으로써 전국적인 사이버수사 전용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게 강 센터장의 복안이다.
강 센터장은 또 인터폴 등 해외 수사기관과의 협력체제 구축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사이버범죄는 그 특성상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공조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11월에는 일본 경찰청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이라크 전쟁 당시 우리나라 인터넷 홈페이지 58개를 비롯해 전 세계 1032개 인터넷사이트를 이라크 반전 메시지가 포함된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국제 해커를 검거하는 쾌거를 올렸다. 강 센터장은 앞으로도 각 국의 사이버 수사기관과 공식적인 협력 및 수사관 개인간 비공식적 협력채널을 적극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사이버범죄는 2003년 11월 현재 6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전체 사이버범죄 발생 건수를 웃도는 수치로, 특히 인터넷게임 사기와 같은 일반 사이버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센터장은 "사이버 세계의 치안 수준은 사실 일반 사이버범죄가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나, 이는 사이버테러형 범죄와 달리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해킹ㆍ바이러스 등 사이버테러는 물론 사이버 도박, 사이버 명예훼손, 전자상거래 사기, 개인정보 유출 등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일반적인 불법행위까지 사이버 세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1995년 10월 해커수사대를 시작으로 컴퓨터범죄수사대와 사이버범죄수사대를 거쳐 2000년 7월 사이버테러대응센터로 발족했으, 센터 내에 70여명, 일선 경찰서까지 포함하면 661명이 넘는 수사관들이 불철주야 사이버 세계의 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강 센터장은 1980년 간부후보생으로 경찰에 입문, 경남 창녕경찰서장과 경찰청 정보통신 2담당관 등을 거쳐 지난 4월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으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