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자영업자 도산 막기위해 50조원 비상금융대책
내달 1일부터 신청... 대출까지 최대2개월 걸리던 절차 간소화
소상공인聯"기존 대출자는 못받아, 좀더 과감한 후속조치 필요"
정부가 19일 내놓은 '민생.금융안정패키지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 문턱이 높은 소상공인에게 1000만원까지 '원스톱' 긴급 대출을 해주기로 한 점이다. 정부는 기존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연1.5%금리로 대출)을 10조원 가까이 증액하면서 이런 내용을 담았다.
또 기존 은행.보험사,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사가 참여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6개월 이상 연장해준다. 오는 9월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이자에 대해서도 6개월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전체 자금 지원 규모를 크게 늘린 점에 대해 환영했다. 다만 '대출 병목 현상'이 얼마나 해결될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원리금 납부 유예도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건 한푼이라도 대출을 늘려주는 것"이라며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1000만원까지 '원스톱'대출
정부는 이날 2조2500억원이던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총 12조원으로 늘렸다. 18일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접수된 경영안정자금 신청은 11만6000건,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앞으로 늘어날 경영안정자금 신청액까지 감안한 조치다. 12조원은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이 2조7000억원, 기업은행이 5조8000억원, 다른 시중은행이 3조500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특히 다음달 1일부터 신용등급이 중간이거나 낮은 소상공인(4~10등급)은 소진공에서 1000만원(대구.경북은 1500만원)까지 직접 대출을 받게 됐다. 신용이 높은 1~3등급 소상공인은 은행에서 제공하는 경영안정자금만 이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신청 절차도 변경했다. 이전만해도 경영안정자금을 받으려면 소진공센터를 방문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이상 감소했다는 확인서 등을 받은 뒤(1단계),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2단계), 시중은행에 신청(3단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심사가 늦어져 대출을 받기까지 1~2개월 걸렸다.
하지만 이제 1000만원까지는 소진공센터를 방문하면 원스톱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1000만원 넘는 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도 일일이 소진공이나 신보 사무실을 찾아가 확인서.보증서를 직접 발급받을 필요없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된다. 은행 측이 신보 등에 연락해 필요한 서루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소상공인들 "환영은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대통령과 정부가 비상한 위기로 인식하고,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안정자금의 경우 기존 대출자, 저 신용등급자는 지원받지 못한다는 하소연이 높다"며 "이를 없앨 수 있는 과감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지원금이 10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하면 여전히 기존 대출이 2억원 이상인 소상공인은 대출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대 2개월 걸리던 대출 심사 기간이 얼마나 단축될지도 미지수다. 신보 보증서가 필요없는 1000만원 이하 소진공 직접 대출은 3일 정도로 기간이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1000만원 초과 대출을 받기 위해선 은행이 실사 등을 거친 뒤 신보로부터 보증서를 받아야 한다.정부 관계자는 "평균 한 달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자금이 절박한 한계 소상공인이 1000만원 넘는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한 달 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납부 유예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을 제2금융권까지 확대한 것은 중소기업 연쇄 부도를 막을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며 "코로나 이후 매출이 거의 없는 중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영세업체들은 정부가 '원금 연체와 자본잠식 등 부실이 없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아 놓은 점을 지적하면서 "도산에 몰려 당장 도움이 필요한 기업이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정종호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 만기 연장 등도 필요하지만 100만~200만원이라도 추가 대출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20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