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325 (월)
- 고운 소녀의 모습, 현호색(玄胡索) 이야기
- 봄을 여는 풀꽃들 ④ - 식물이야기 (92)
남쪽지방은 이제 온갖 꽃이 피어나는, 완연한 봄이라는 소식이 전해옵니다.
아침기온이 서울보다는 보통 3~4도나 낮아서 식물들이 늦게 꽃을 피우는
우리 동네에서도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벌어지기 시작했고,
제가 좋아하는 풀인 “쇠뜨기”의 “생식경(生殖莖) = 생식줄기”인 “뱀밥”이
쏘옥 올라왔습니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극성을 떨어도 식물들은 스스로 때를 알고 꽃을 피웁니다.
식물들은 온도와 습도 그리고 일조량(日照量) 즉 밤과 낮의 길이에 따라
그에 맞춰서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그래서 가끔 밤낮의 길이가 봄과 같은 가을에도
꽃을 피워서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또 같은 지역에 사는 같은 종류의 식물들은 같은 시기에 일제히 꽃을 피우는
일제성(一齊性)이 있는데, 이는 생존경쟁과도 관련이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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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매우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무척 다양한 모습과 색깔의 꽃을 피우는데,
아무래도 풍성하게 피어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산수유, 생강나무,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철쭉 그리고 앵두, 사과, 배, 복숭아, 모과 등등
각종 과일나무의 꽃들이 인기가 있지만,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꽃을 피우는
풀꽃들은 유채나 민들레 정도가 겨우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풀꽃들의 이름들을 별로 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척 흔한 꽃이면서도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풀꽃들이
여럿 있는데, 그러한 풀꽃 중에 <현호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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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에 어울리는 시를 한번 읊어 봅니다.
- 소찬(素饌) -
오늘 나의 밥상에는
냉이국 한 그릇
풋나물무침에
신태(新苔)
미나리 김치
투박한 보시기에는 끓는 장찌개
실보다 가는 목숨이 타고난 복록(福祿)을
가난한 자의 성찬(盛饌)을
묵도(黙禱)를 드리고
젓가락을 잡으니
혀에 그득한
자연의 쓰고도 향깃한 것이여.
경건한 봄의 말씀의 맛이여.
* 신태(新苔) : 햇김
이는 박목월(朴木月 : 1916~1978) 선생님의 시인데,
<나그네> 등 향토색 짙고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시들을 쓰셨고,
<얼룩송아지> 등 동요도 쓰셨습니다.
* 목월(木月)은 필명(筆名), 본명은 “영종(泳鐘)”입니다.
조지훈(趙芝薰)님과 박두진(朴斗鎭)님과 함께
청록파(靑鹿派)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자연파(自然派)라고도 하는데,
정지용(鄭芝溶)시인은 “북에는 소월(素月), 남에는 목월(木月)”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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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색>은 작고 가냘프고 고운 색깔의 꽃을 피워서 마치 곱고 예쁜 소녀를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즐겁게 해줍니다.
[ 현호색 (玄胡索) ]
1. 학명 : Corydalis remota Fisch. ex Maxim
2. 분포 : 한국, 중국 동북부, 시베리아, 유럽 등
3. 분류 :
- 식물의 분류는 학자마다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호색>도 그 중의 하나로서, “양귀비목 양귀비과”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고,
“양귀비목 현호색과”로 독립시켜 분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여러해살이풀로서 유독성식물(有毒性植物)입니다.
- <현호색>은 전 세계에 300여 종류가 있다고 하여 꽤나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류로는 <애기현호색>, <댓잎현호색>,
<가는잎현호색>, <빗살현호색>, <둥근잎현호색>, <들현호색>,
<왜현호색 = 산현호색> 등등이 있습니다.
4. 이름 :
- 현호색(玄胡索), 연호색(延胡色), 원호(元胡), 람화채(藍花菜)
등등으로 불립니다.
- 현호색(玄胡索), 연호색(延胡色), 원호(元胡) 등은
약재(藥材)로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학명에 붙어있는 "Corydalis"는 그리스 어로 “종달새”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꽃 모양이 종달새(Lark, Skylark)의 머리 깃을 닮아서 이렇게 붙였다고 합니다.
5. 영어이름 : Fumitory, Corydalis
6. 사는 곳 :
-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산야지, 대개는 낮은 지대 숲 가장자리 나무아래
그늘진 곳 또는 산골짜기의 메마른 논밭 등지의 물 빠짐이 좋고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 자랍니다.
7. 사는 모습 :
- 키는 20cm 정도로 땅속에는 지름이 1cm 정도이고 속이 노란색인 덩이줄기를
형성하고 여기에서 여린 줄기가 나와 곧게 서며 자랍니다.
- 흥미로운 것은 이른 봄에 나와서 꽃을 피우고 여름에 열매를 맺어 씨가 익으면
자취를 감추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8. 잎 :
- 잎은 어긋나는데 1~2회 갈라지고,
앞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회백색을 띠며, 잎자루가 깁니다.
9. 꽃 :
- 4~5월에 여러 가지 색의 꽃이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며
피는데, 줄기 끝에 5~10 송이씩 달립니다.
- 꽃잎은 4장으로, 한쪽은 여인의 입술처럼 살짝 벌어지고
반대쪽은 점점 좁아지며 끝이 뭉툭해져 꿀샘이 들어 있는데,
암술은 1개, 수술은 6개입니다.
- 꽃의 색깔은 “연한 하늘색”이 가장 흔하지만, 그 이외에도 “연한 보라색”,
”홍자색(紅紫色)“, ”청자색(靑紫色)“, “분홍색”, “노란색”, “하얀색” 등등
매우 다양한데, 전체적으로 파스텔 톤이라서 매우 부드럽고 고운
그리고 가녀린 느낌을 주어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 꽃말 : 보물주머니, 비밀(秘密)
10. 열매 :
- 6월경에 선형의 삭과(蒴果)로 익는 열매는 길이 2cm, 너비 3cm 정도로서
양끝이 좁고 뾰족합니다.
- 열매 속에는 둥글고 윤기 있는 까만 씨앗이 들어 있는데
다 익으면 열매가 벌어지면서 씨앗이 땅으로 떨어집니다.
11. 쓰임새 :
-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고,
- 뿌리를 거두면 중간 중간 덩이줄기가 달려 나오는데,
표면이 하얗고 겉껍질을 벗기면 노란색의 속이 나옵니다.
- 이 덩이줄기에는 코리달린(corydaline), 푸마린(fumarine) 등이 함유되어 있어
각종 통증을 해소하는 용도로 또 부인병의 약재로 많이 쓰이는데,
특히 아기를 낳은 어머니의 배 아픈 데나 월경불순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 또한 “국민위장약이며 소화제”인 “부채표 활명수(活命水)”의 주성분을 보면
“Corydalis Tuber 180mg"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호색>에서 추출한 물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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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호색(玄胡索) ]
- 여기에 올리는 사진들은 대부분 다른 분의 것을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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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현호색 이야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현호색은 이름도 낯설군요. 여기 저기서 봤을 것도 같은데.. ㅎㅎ 또 한번 상식과 지식의 범위를 넓혀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현호색은 예전보다는 훨씬 넓게 퍼져 있지만 아직 제비꽃이나 양지꽃 등에 비하면 서식지가 교외의 한적한 곳 또는 산의 입구 등에 한정되어 있어서 그리 쉽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식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봄을 이야기 할 때는 꼭 현호색을 들어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혹시 현호색이 있는 곳을 지나가더라도 키도 작고 색깔도 옅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고맙습니다.
가만 보면 한두번쯤 이 꽃들 사진도 찍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첩에서 함 찾아봐야겠네요. 학장님 만수무강 하시죠? 한번 찾아 뵙는다 하면서.. 죄송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즐겁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예전 강남구청 옆에서 한참 살아서 그 동네를 잘 아는데도 지기님 사무실에 들리지 않아 민망스럽습니다. 주 사장님이 자주 가시는 선정릉이나 어린이대공원 등의 약간 그늘진 곳에서 얼마 있다가 혹시 현호색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주는 고향에 가 있어 보지 못했습니다. 아버님이 기도원 가셨다 넘어져 뼈에 금이 갔다고 해서 한주간 있었습니다.이번엔 부총리 현호석과 비슷한 현호색이군요. 이름 모를 여러가지 봄꽃 소개 잘 보았습니다. 질긴 생명력에 작은 아름다움... 요즘 잘 지내고 계시죠? 감사합니다.
아버님이 편찮으시다는 말씀 들은지가 한참 되었는데 오래 가시는군요. 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염려해 주시는 덕분에 즐겁게 잘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호색에서 현오석부총리를 연상하시다니 참 재미있습니다. ㅎㅎ 현호석이 아니라 현오석(玄旿錫)이 맞지요? 풀꽃들 이름은 꽤나 자주 보는 것들도 이름을 몰라서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 보다도 요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에 알고있던 이름마저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 늘어나서 안타깝습니다. 사실 웬만한 풀이름들은 시골에 살던 어릴적에는 알았던 것들인데도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