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무주의 날씨는 3월인데도 무척이나 추웠다..
우리들의 마음도 너무 추웠다..
아무리 원해서 왔지만 낯선곳에서 하는 3월의 공사는
당연히 서로를 더욱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하루 하루였다..
날씨는 추웠지만 혹독한 겨울을 나고 조금씩 세상밖으로 나오는
여린 망초들이 그나마 위안이였다....
여린 망초들을 따서 반찬을 해서 먹는 재미로
"그래 이런것이 시골생활이야..."..라며 스스로 이 외로움을 벗어나려고 애쓰기도 했다.
가끔은 돼지감자도 캐서 까서 먹기도 하면서......ㅎ
원래 성격이 "필요해서 배우면 늦다"..라는 생각으로
배울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배워놓고 보는 성격이다보니
서울에서 오래전부터 약초를 공부한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ㅎ
공사할때마다 오가며 들리시는 동네 어르신들께서는
한결같은 말씀을 하셨다..
"저 양옥집에서 살면 되는데 왜 헛간에 돈을 들여 고치냐고.."
"추워서 어찌 살려고 그러느냐"....
"젊은 사람들이 몸이 아픈가 ....돈을 많이 벌어놓은 모양이다.이런 시골로 와서 살려는것을 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우리는 그저 미소만 짓곤했다..
몸은 건강했지만 돈은 없었다..ㅎㅎ
모든 일들에 모험이 따르는 것이니 불안함이 아주 없었던것은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지금이 가장 젊을때가 아니던가..
지금의 감성이 나이가 더 먹은 다음에도 지속적일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지금의 이 감성을 소중하게 누리고 싶었다.
돌아가신 엄마께서 알려주시고 싶었던것이
어쩌면 이런것이 아니였을까...
"이것보렴...인생의 끝은 이런것이다.여분의 삶이란 없단다."
다음에 언제든지 할 수 있을것이라고 미뤄놓고 생각만하던것들이...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때 기회까지 올것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우(愚)가 아닐까..
엄청난 기쁨도...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더라고 모든 일에는 끝이 있었다..
"모든것은 다 지나가리라..."..난 이 싯구를 좋아한다..
힘들때마다 나는 이 "모든것은 다 지나간다"...라고 떠올리는것이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이제 웬만한 것은 거의 된것 같다..
고치려는 집의 외관과 기본적인것들이 허술하니
이 허술함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허술이 어울리게 집안을 공사한것이다..ㅎㅎ
"그래...세상에는 크고 멋진 집들이 얼마나 많으냐.."
"그 멋진 모습은 그들의 몫이고 우리는 이렇게 허술함에 맞춰 살아보는거다.."..
자기 합리화에 능한 것이 인간이라고 했는데...이 말은 정말 맞는 말이였다..ㅎ
특히
나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긍정의 힘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본능적으로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것으로 승화하는것은 개인의 선택과 의지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것이라고는 집안 도배가 남았다..
인사동에다 주문했던 한지가 이미 도착해 있어서 바로 도배를 시작했다.
초배지를 하고 한지를 발라야하니 완전 이중 일이였다.
벽과 천장이 반듯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한지가 더욱 잘 어울리는듯하여 선택은 했지만
반듯하지 않는 벽을 도배한다는것은 참 어려운 일이였다.ㅎ
3일동안 도배를 하면서 풀만 칠하다 보니 허리와 손목이 장난이 아니였다.
도배가 집수리의 거의 끝부분이니 지쳐있기도 했고,
같은 일을 며칠씩 해야하는 힘들고 지루함이 조금씩 모양을 잡아가는 벽지을 보는
기쁨보다 더 힘들었다.ㅎ
마지막 천장에 초배지만 바르고 남겨놓았을때
우리부부는 완전 도배에 도 자도 하기 싫어졌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만큼 힘이 들었다..
밥도 먹기 싫고 ...아니 숨조차 쉬는것이 힘들 만큼 지쳐있었다..
"자기야..우리 그냥 초배지만 하고 살면 않될까?"...ㅎㅎ
한달동안의 공사로 완전로 인해 귀농의 즐거움도
시골생활의 기쁨도 ....모두 모두 잊고 있었던것 같다.
공사가 끝날 때가 되니 생각조차 뒤로 미루고 있던 이사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정말 도망가고 싶었다..
상상으로 이사는 하루에도 서너번씩은 했던것 같다..ㅎ
"어딘가 가서 있다가 천정 도배도 모두 끝나고 이사 다하고나면 짠...하고 나타나면 않될까?.."ㅎㅎ
말도 않되는 투정을 부리다가 문득 10년동안 쓰지않던 서예생각이 났다..
"아~~그래 내가 좋아하는 단어를 써서 드문드문 천장에 붙여 보는거야"
"그것도 재밌을것 같잖아?".
"뭐 글씨를 잘 못쓰면 어때?"...
스스로를 자위하는데는 나는 탁월한 소질이 있나보다..ㅎ
내 말을 듣고 있던 옆지기도 지쳤는지 맞장구를 치며 좋은 생각이라며
"당신은 글씨를 써..그럼 나는 천장에도 뜨문뜨문 붙히면 되니까.."
나는 글씨를 쓰고 옆지기는 천장에 뜨문뜨문 붙이고..ㅎㅎ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일을 쉽게 끝낼 수 있었다.
옛말에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이런거였구나 싶었다..ㅎㅎ
좋아하는 단어들을 모아두었던 자료들이 도움이 되었다.
공사를 하면서도 짬짬이 어떤 농사를 지을것인가 생각을 했고
귀농을 도와주신 분의 조언도 있고해서
이 지역에서 많이 짓고 있는 오미자 농사를 짓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일단 지역적인 특성이 오미자 농사짓기에 좋았고
농사가 처음인 우리에게 그리 손이 많이 가는 농사가 아니라는 것,
한번 지어놓으면 2년후부터는 수확하여 3년정도 수확할 수 있다고 하고..
생과를 팔기도하고 엑기스와 술을 담을 수 있고,차로도 마시고
말려서 약재로 쓸 수도 있고...보관도 용이하다.
그야말로 우리같은 초보농사꾼에게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우리손으로
할 수 있다는것이 큰 매력이기도했다..
간혹 농산물 판로와 재고로 고생한다는 기사를 봤던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봄부터 오미자 농사를 짓겠다는 결정을 하고나니 몸과 마음이
많이 분주했다..
몇십년을 규격화된 삶에서 벗어나 바꿔보자고 내려오기로 결정했지만
처음인 농사에 익숙하지 않은 무한대로 놓여질 시간을 그대로 다 경험하게 된다는
상상을 하게되면 기쁘기 보다는 잘해낼 수 있을지 불안함이 고개를 들곤했다...
우리는 농사일을 진행하면서 그 시간들에 익숙해 지기를 기대했다..
이사는 3월30일로 정해져있는데..
오미자 농사는 4월초부터 시작하고..우리는 준비되어있는것이
없다보니 더 일찍 서둘러야 했다..
농사에 필요한것은 귀농을 도와준분께서 준비해 주시기로했다고.
땅도 얻어야 하는데 서울서 내려오는 우리들을 누가 뭘 믿고 선뜻 땅을 빌려줄까?..
이사도 해야한다......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만 복잡한데
왜 또 그리
무주 날씨는 매섭게 춥던지...
낯선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삶의 두려움에
우리를 더 추위에 떨게 했다.
3월 추위는 옷속을 파고들어 체감온도가 엄청났다.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그렇게 3월의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다음)
첫댓글 3월의겨울이 느껴집니다.
강원도 못지않은 무진장추위죠~
흥미진진합니다 ~
네...이제는 익숙해져서 영하 15도나 넘어야 춥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ㅎ
무주 추위도 꽤 춥지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7 편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괜한 글이 아닐까?..생각도 했었거든요..
저도 7편이 기다려집니다..
한편 한편을 몇번째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이여사님~~~오랫만에 뵙습니다..
겨울 건강은 어떠신지요?..안부 전화조차 못하고 지냅니다..
읽고 계셨다니 기쁩니다..ㅎ
늘 한결같은 응원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연재소설 읽는기분여요
죄송합니다 힘드신데
지는 요로코롬 재미나서
다음편을 기둘리니 말여요ㅡㅡㅋ
홧팅입니다
무슨 말씀을요...읽어주시는것만으로 기쁩입니다..
저도 이 글을 올리면서 지난 10년간의 세월을 되새김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귀농=돈의 욕심을 비우고 살아야 행복합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ㅎ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글이 맛깔나게 잼나요 홧팅!!
있는 그대로를 옮기려고 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요즘 트랜드가 귀농이다보니 옛일 써놨던것을 읽어보 듯 올리고 있답니다..
글을 읽을수록 대단 하시다는 생각 하며
두분이 끈기와 열정으로 버텨 내신것 같습니다
대단할꺼야 뭐 있나요..
그저 앞에 놓인 삶이라 살아가는거죠..
응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