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담보 잡히고 긴급 생활자금 대출...생활고 깊어진듯
20만명이 넘는 건설근로자들이 퇴직금을 담보로 2000억원에 가까운 생활자금을 빌려쓴 뒤 갚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을 찾기 어려운데다 그나마도 외국인근로자에 밀려 구직난과 생활고가 깊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12일 건설근로자공제회(이사장 강팔문)에 따르면 공제회가 지난 2009년 3월 긴급생활자금대부 ‘파랑새론’ 사업에 착수한 이래 현재까지 모두 22만7843명이 총 1855억3638만원의 생활자금을 빌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2009년에는 6만7614명이 약 570억원, 2010년에는 7만743명이 약 516억원, 2011년에는 7만3954명이 약 641억원을 빌려썼고 올 들어 두 달 동안에도 1만5532명이 약 128억원을 빌려갔다. 담보로 잡힐 퇴직적립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100만원에 조금 못미친다.
파랑새론은 어려운 형편에 놓인 건설근로자들이 퇴직공제금을 담보로 긴급히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로, 퇴직공제에 가입돼 252일 이상 일하고 공제금 적립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 50% 범위 안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 쓸 수 있는 제도다.
많은 근로자가 돈을 빌려썼지만 만기일(최대 2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는 이는 별로 없다.
현재까지 대부금을 상환한 근로자는 모두 합쳐야 8994명, 금액은 약 19억원에 불과했다. 근로자 100명이 돈을 빌려갔다면 4명만 갚은 셈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무이자라고는 하지만 퇴직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고, 공제회에서 기금운용을 통해 퇴직금을 더 불려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며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고 금융기관에서 신용이 낮은 분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파랑새론을 활용한 뒤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탓에 퇴직금이 점점 줄어들다보니 대출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공제회 관계자는 “건설근로자의 노후 생활안정을 꾀하자는 것이 퇴직공제사업인데 퇴직금을 중간정산 해가는 식으로 상황이 변질되고 있어 올 하반기부터 대부사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출사업도 근로자들이 어려운 형편을 극복하는데 적지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신정운기자 peace@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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