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봉에는 새가 있고 가은산에는 곰이 있었다.
핸폰 알람벨소리에 눈을 뜨니 새벽 3시30분이다.
늘 버릇처럼 창문을 열고 처다보는 새벽하늘 ...
있어야하는 별은 없고 검은 회색의 하늘은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어젯밤TV 기상대 발표는 맑고 무더운 휴일이 된다고 하였는데....
손을 내밀어 보니 이게 왠일인가!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컴으로 달려가 기상대 사이트에 들어가서 위성사진을 보니 서해안에 조그마한
구름덩어리가 있고 나머지는 맑은 하늘이다.
이정도면 8시전에는 햇볓이 나리다 자신을 해 본다.
산행때마다 늘 위성사진을 접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다.
주안 구 시민회관사거리로 가는 동안 차창밖에는 다소 굵은 빗줄기가 윈도부러쉬를
쉬지못하게 하고 있었고 새벽을 향하는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하루를 시작하려는 듯
정류장에서 오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연수동을 첫 출발하고 주안을 거쳐 만수동을 지나 송내에 6시 5분에 도착하여
많은 님들이 탑승하고 미처 오지않은 회원님들에게 마지막으로 핸폰으로 연락을
하지만 대답은 없다.
떠나려 하지만 떠날 수 없어 행여 오는 길이 늦어져서 늦을새라 기다려본다.
저날 밤 10시에도 빈자리가 있는가 하고 연락을 주신 님들도 계시는데
사전 예약을 하고도 연락이 없으니 기다려야 할지 출발을 하여야 할지 망서려진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소식없어 출발을 결정하면서 다시한번 예약문화를
강조하고 싶다.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은 정말로 이제는 버리자.
내가 못가면 다른 사람이라도 가야지 한정된 좌석에 내가 예약을 해 놓고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면 많은 회원님들이 차속에서 기다린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죄송스러운 일이겠는가.
피치못할 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기본의 예의는 서로가 지키면서 공동생활을
함께 공유하는것이 성인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몇자리 빈좌석으로 가는 것을 어젯밤에 전화하여 문의한 님들에게 무어라
변명을 할까 궁리해도 답은 없다. 정말로 죄송할뿐 무어라 말을 할까....
문막휴게소에서 휴식을 하고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단양I.C에서 우측으로
충주호를 끼고 가는 길에 충주호는 물이 많이 줄어 황토빛 산허리를 들어내고
좌측으로는 제비봉이요 우측에는 말목산, 앞에는 장회나룻터.
물길 건너 말목산 밑자락에는 묘 한기가 있는데
당시 단양군수이던 퇴계 이황과 이 마을 여인인 두향의 사랑이야기가 전한다.
두향은 제비봉 자락 두항리에서 태어났고 두향은 이황에 대한 사모의 마음으로
10여년 동안 수절하였으며 이후 이황이 사망하자 애절한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하직하여 말목산의 남녘자락의 강선대 옆에 여인을 묻었다고 한다.
장회나루를 지나고 옥순대교를 건너 버스는 정차한다.
시간은 9시 15분을 지나고 있었다
처음 계획은 상천휴계소에서 시작하여 정오바위.전망대 곰바위를 지나 가은산을
들러보고 남능을 타고 둥지봉을 경유 옥순대교로 하산을 하려 했지만 하산지점
에는 휴계소(식당)도 없을 뿐더러 그늘도 없어 중식장소로는 부적합하여 역순으로
등산을 하기로 하고 옥순대교에서 시작이다.
등산로 입구에 정지작업공사로 인부들이 일을 하고 있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등산로를 따라 288고지로 향한다.
고갯길에서 우측으로 다소 가파르게 올라서니 남쪽 산 기슭에 새한마리가 앉아서
흐르는 충주호를 내려다 보고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고있다.
새바위에 이르니 이 어미새는 옆에 새끼새 한마리를 끼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청록빛 맑은 충주호에 비친 옥순봉의 그림자를 나란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자연의 신비라 하지만 어미새가 새끼마져 데리고 이 산중턱에서 다정히
산수를 즐기면서 노래를 하고 있을까.
이것이 자연이로구나.......
충주호를 오가는 유람선에서는 주변경관을 설명하는 안내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가파르게 산길을 내려오니 충주호의 맑은물과 맞다은 곳까지 내려선다.
이곳에서 계류를 건너 조금오르니 이번에는 크나큰 바위가 쩍 버러져있다.
이것은 벼락맞은 바위란다. 정말로 벼락을 맞은 바위같다.(정말일까?)
바위사이로난 동굴같은 곳을 통과하고 산을 휘돌아 오르는데 바윗길이 많다.
릿지산행에 버금가는 산행을 하면서 당도한 곳은 넓은 바위공터인데
앞에는 병풍바위란다. 그 규모는 웅장하고 호반과 어루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새바위를 지나고 이곳까지 오는 길은 우측으로 계속 충주호와 옥순봉 멀리 구담봉
옥순대교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졸졸 따라만 온다.
청풍명월이 따로 있으랴 이곳에서 옛 풍류객이 되어 얼음맥주, 막거리 한잔술로
목을 축이고 흐르는 땀방울로 안주삼아 중얼중얼거려 보았노라.
"이 세상 다 준다 한들 내 눈속에 있는 산수에 비할까.
아무리 행복한들 강바람 산바람에 취해있는 내 기분만 할까
어여쁜 양귀비의 향기인들 산속에 피어있는 이 작은 꽃향기만 할까나....."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고 넓은 암반에 앉아 있으니
자연에 취하고 막걸리에 취하고 산님들의 우정에 취하고 ...... ㅎㅎㅎㅎ
아~~~~~~~! 이 보다 더 좋을 수 는 없다.
정신을 차리고 둥지봉을 올라 가은산으로 향한다.
둥지봉 사거리..
학익동 하이에나님이 이정표를 만드는데 나무가지를 주어서 화살표를 만들고
빨리오라 앉아서 손짓을 한다. 항상 유머가 철철철넘처서 탈이다.ㅎㅎㅎㅎ
계속 오르막길이다. 우측에는 말목산이 손에 잡힐듯하고 밑으로는 천진선원이
아스라히 보인다.
노송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가은산 능선길을 걷는다.
등치큰 곰한마리가 숲속에서 하품을 하고 고대광실 기와지붕에 오라서니
금수산과 망덕봉이 지척에 있다.
경치좋은 전망대에서 다시 보는 구담봉과 옥순봉 그리고 가까이에는 옥순대교,
그 밑으로 떠가는 유람선은 강바람에 밀려 유유히 흘러 흘러 장회나루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하고 상천마을 주민들이 시계가 없든 시절 농사일을 하다가
해가 이 바위위에 오면 정오를 알려준다 하여 정오바위라 불리는 바위를 지나고
커다란 물개 한 마리가 남쪽을 향하여 포효하는 모습은 지친 우리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아주 가파른 암능길을 엉덩이로 살금살금 기면서 조심스레 내려오니 당분이
모자란 우리에게 뽕나무의 오디가 당분을 채워주려 기다리고 있다.
오후 2시경에 모두하산을 한다.
그늘진 공터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상추쌈에 이슬이로 허기진 순대를 채우고
각종 자연식품을 팔기위해 길에 앉은 할머님들의 모습에서 건강이 무엇이고
삶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였다.
주름진 시골 할머니얼굴에서 콘크리트 숲에서 찌든 우리보다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오늘의 산행은 더욱 즐거웠지 않았나 생각도
해 보며 오후 3시 20분 출발이다.
충주를 지나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서 잠시 휴식를 하고 다소 이른 시간인가
정체구간이 별로 없어 늦은 6시20분경에 부천 송내역에 도착을 한다.
정말로 긴 산행이였지만 한결같이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회원님들께
오늘도 감사하다는 말씀으로 보답을 하면서
내내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가 즐거움과 함께 하시길 바라며
다음 산행에서 같이 땀흘리고 힘들어 하면서 대자연에 또 취해봅시다.
이제 오늘도 우리를 기다리는 보금자리로 다 같이 돌아 갈 시간인가 봅니다.
회원님들 갈기산-월영봉산행에서 뵈요.
감사합니다.
태화관광 산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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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봐도 정감어린 산행기에 매료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산행이셨군요.. 회원들의 입장이 되어 항상 좋은산행을 이끄시는 열의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