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는 접시 위에 놓인 요리를 더 맛있게 보이게끔 스타일링하는 사람이다. 음식이 놓이는 테이블 공간을 그 목적에 맞게 디자인하고, 공간과 음식의 조화가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단순히 음식을 예쁘게 꾸미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식문화와 영양학의 전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요리 칼럼에 소개하거나 영화, 광고, 드라마의 음식 관련 장면을 연출자와 함께 기획하고 연출하기도 한다. 요리책이나 요리 TV 프로그램의 테마에 적합한 메뉴를 개발해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 외에 문화센터 및 기업체의 요리 클래스에서 강의하고, 조리사에게 음식이 조금 더 맛있어 보이는 요리 비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국내에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소개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당시 일본·미국 등 외국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공부를 하고 온 사람들이 아카데미를 운영하거나 활동을 시작하면서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이름이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셰프와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 불분명해 활동영역의 기준이 모호했다. 그러나 점점 식문화가 발달하면서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양성하는 대학 학과와 푸드스타일리스트 아카데미 등이 속속 생겨났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 혜전대, 여주대 외 다수 대학에 푸드스타일리스트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푸드스타일리스트 전문 자격시험이 없어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아나가는 경우가 많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 식자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요리 능력, 요리와 잘 어울리는 식기와 소품 등을 찾아내는 안목, 색채 감각, 음식의 계절적·물리적인 변화에 따른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광고, 매거진 등 음식 촬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판단력도 필요하다. 또 새롭게 개발되는 음식과 식자재, 레시피, 스타일링, 아이디어 등을 제시하는 창조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만능 푸드 디렉터가 되어야 한다. 밤샘작업, 무거운 식자재 정리와 운반, 대량의 설거지 등을 감당해야 할 때도 많기 때문에 인내심과 체력은 필수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은아
〈topclass〉는 요리책 《따뜻한 집밥》 《더 도시락 노트》 《더 샐러드 노트》(미디어윌M&B)의 저자인 김은아 푸드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그는 ‘베스킨라빈스’ ‘CJ 프레시안’ ‘스카이 베가 LTE’ 외 다수의 광고와 잡지 푸드 스타일링, 케이터링, 기업체 클래스 강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음식에 맛과 멋을 더하고 있다.
현.장.경.험.
고3 때 우연히 TV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란 직업을 접했다. 음식에 아름다운 옷을 입히는 모습에 반해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면서 음식과 영양에 대한 기초를 쌓았다. 대학 4년 동안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테이블 세팅, 플라워 데커레이션, 한식·중식 자격증, 칵테일, 커피, 와인, 궁중요리 연구가 어시스턴트 등 푸드스타일리스트에 필요한 과정을 차근차근 익혔다. 짐 나르는 일부터 요리를 배우기까지 체력적으로 힘든 때도 많았지만 푸드스타일리스트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소.품.력.
특히 식자재의 경우 보통 한 계절 앞서 촬영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농장도 알아두어야 한다.
푸.드.스.타.일.링.
광고의 경우 음식을 더 디테일하고 맛있어 보이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매거진 작업은 음식의 전체적인 이미지나 소품 배경에 중점을 둔다. 셰프 음식의 스타일링은 보이는 이미지보다 셰프가 의도하는 바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이 참여해 만든 냉장고 광고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냉장고가 열리는 장면은 1~2초밖에 되지 않지만, 그 안에 식자재를 세팅하는 건 한 달 전부터 준비한다. 셰프들이 사용할 만한 재료를 선정하고, 냉장고 안 사이즈를 고려해 이미지를 붙여 시안작업을 한다. 냉장고 앞에서 요리할 모델의 연령대를 고려해 어떤 음식을 만들지 제안하고, 주방에 놓을 소품도 고민한다. 보통 푸드스타일리스트 하면 다 된 요리를 접시에 예쁘게 담는 걸 떠올리는데, 음식에 관련된 것이라면 기획부터 제안까지 포괄적으로 담당한다.
레.시.피.
기업체 요리 클래스에서는 나도 즐겨 만들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주로 소개한다. 한국전통 음식연구소에서 공부하며 한식을 주로 배웠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핫케이크 반죽에 채 썬 감자와 간 치즈를 넣어 구운 뒤 가지·호박을 넣은 토마토소스를 두르는 프랑스 요리 ‘라따뚜이’를 소개한 적이 있다. 간단하면서도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메뉴다. 참가자들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면서도 정성이 들어가 요리 하나로 화젯거리가 된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케.이.터.링.
광고, 매거진 촬영에 사용한 음식은 촬영하는 동안 조명에 노출돼 마르거나 식기 때문에 먹지 못한다. 그러나 케이터링 작업을 할 땐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어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힘이 나고,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 하우스웨딩이나 파티 케이터링의 주문이 많은데, 주로 꼬치에 꿴 카프레제, 컵케이크, 치즈 카나페, 떡갈비, 잡채쌈, 쌈밥 등을 한입에 먹기 좋은 핑거푸드 형태로 만든다. 푸짐한 것보다 보기 좋으면서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걸 선호한다.
아.이.디.어.
세계 맛집 여행이 가장 좋은 공부다. 여행을 가면 호텔 대신 아파트를 빌려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스페인에 갔을 땐 타파스 맛집에 들러 음식을 맛본 후 요리해봤다. 이런 경험들이 스타일링을 하거나 케이터링 메뉴를 짤 때 큰 도움이 된다.
중.독.
‘스팸을 종잇장처럼 얇게 잘라 입으로 불면 날아가는’ 콘셉트의 스팸 광고를 찍은 적이 있다. 최대한 얇게 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스팸을 얼려 얇게 썬 후 살짝 구웠다. 꽁꽁 언 스팸을 집중해 썰다 보니 손이 마비되기도 했지만 ‘햄이 나비처럼 날아가는 장면’을 보자 손목의 통증도 금세 잊었다. 광고를 촬영할 때는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라 힘들지만 한순간에 보람을 느끼는 ‘중독성 있는 희열’이 있어 이 일을 계속하는 것 같다.
머.물.고.싶.은.주.방.
케이터링, 키친웨어 등을 총괄하는 리빙 브랜드 ‘차리다’ 를 운영하고 있다. 9월에는 테이블 매트와 도마도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나라 식탁은 식탁보를 깔고 그 위에 유리를 올리거나 아기자기한 패턴의 매트를 까는 경우가 많다. 한식기와 양식기에 두루 잘 어울릴 만한 테이블 매트의 색감과 원단, 디자인을 고민한다.
앞으로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지망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어시스턴트는 시급이 없거나 낮아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그들과 함께 즐겁게 푸드 스타일링할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