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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이외수에게는 올해 크고 작은 일들이 줄을 잇는다. 보통 3-5년 터울로 나오던 새 장편소설이 <괴물>(2002) 이후 3년 만에 나올 예정이고, 또 가을 즈음 강원도 화천에 마련 중인 감성마을로 아예 터전을 옮겨갈 작정이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린 '제2회 천상병 예술제'에서 그림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그는 등단 30년을 기념하여 주요 작품을 '오감소설'이란 타이틀로 다시 출간했다. 여전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다섯 작품을 '신비(<벽오금학도>·야성(<들개>)·광기(<꿈꾸는 식물>)·일탈(<칼>)·환상(<황금비늘>)' 등의 감각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소구했다. 지금 한창 새 작품 <장외인간> 집필에 매달려 있는 그를 신작 발표와 감성마을로의 이사와 같은 큰일에 맞추지 않고 조금 이르게 인터뷰하는 것은 그때 일어날 한바탕의 북새통을 피해보자는 심산에서였다. 장마가 한창인 7월 첫째 주말,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과 책상을 두드리는 것으로 음악인생을 시작했다는 최소리에게 노래제목으로도 빌려준(?) 살롱 '격외선당'(格外仙堂 : 격식 밖에서 노니는 신선의 집) 옆 그의 집 2층에 마련된 집필실에서 그와 마주했다. 새 작품 <장외인간> 집필에 몰두 "다시 한 번 교정을 보면서 사실 부끄러웠습니다. 곳곳에 서툰 문장이 숨어 있었고, 이렇게 썼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작품들이 아직도 다 살아있다는 게 너무도 가슴 뭉클했습니다." 기자에겐 오후 2시인 시간에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아침(?)을 맞는 그에게 '오감소설' 재출간 소감을 묻자 '출산드라'가 벌하기 딱 좋은 '삐쩍 곯은 죄인'의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생기발랄했다. 테니스 엘보 때문에 침 맞고 부황을 떠가며 그는 한 손으로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며 악전고투 하고 있었다. 마른 행주를 짜듯 단 한 방울의 영혼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몸속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시킨 그는 몇 시간의 잠으로 충전하고 새로운 날의 아침을 맞고 있었다. 그는 지금 오는 8월 탈고를 목표로 장편 <장외인간> 집필에 매달려 있다. 모두 2권으로 예정된 것 중 1권 집필은 끝났고, 현재 2권 초반부를 쓰고 있는데 이제부터 탄력이 붙을 것 같다고 했다. 탄력이 붙어야 고작 하루 20장(200자 원고지)이 그의 최고 작업량이란 점과 <황금비늘>에서 보여주었던 "조선시대 맹인들이 종이에 눈을 그려 붙이고 궁중에서 아악을 연주했다"는 단 한 줄 인용을 위해 17권짜리 <대동야승> 전권을 읽었던 것과 같은 혹 있을지 모를 미련함(?)을 감안하면 출판사와 독자의 목이 얼마나 더 길어져야할지 그를 포함해 아무도 모른다. '달'을 소재로 삼은 <장외인간>은 '우리의 가슴에서 빛이 사라지면 가슴 밖에서도 빛이 사라져 볼 수 없게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나의 문학적 스승은 가난 30년 전업작가로 살아온 이외수의 '과작'이다 싶은 작품들 대부분 여전히 살아있다. 더더군다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수십만 부씩 팔린 것을 감안하면 그에게는 적어도 수십만 명의 고정 마니아 독자가 있다는 말이다. 작가, 특히 전업작가라면 누구나 꿈꿀, 시쳇말로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이외수의 작가적 힘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저를 통속작가 또는 대중작가로 표현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럼 30년을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 독자는 세 번 이상 속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작가적 힘은 '진실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독자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겨냥해 글을 쓴다고 했다. 최소한 한 페이지에 한 개 정도의 가슴을 적시는 문장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걸 만들기 위해 그는 온 몸으로 한 자 한 자 쓰면서 한 발 앞으로 나가면 두 발 뒤돌아보면서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한다. 작가가 노력한 만큼 독자가 알아주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가난을 스승으로 삼는다. 정말 돈이 없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죽은 개를 끌어안고 자야할 만큼 핍진한 가난을 겪었지만 나중에는 작품을 위해 일부러 보름씩 굶어보기도 했다. 그는 일곱 번이나 자발적 굶기를 해봤다고 했다. "굶고 나면 행복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세상과 사람이 한 눈에 보입니다. 극한상황을 겪고 나면 비로소 정신적 에너지가 글에 입혀집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잘 안 되는 친구들에게 굶어보라고 권합니다." 그림은 고급 장난감
PC통신 시절부터 채팅을 즐겼던 그는 컴퓨터 도사(?)다. 한복 같은 흰옷과 긴 머리의 외모로 미루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양반'의 모습만큼 이외수와 컴퓨터의 궁합은 형용모순을 연출하지만 그는 파일의 온전한 보존을 위해 일반 IBM PC와 매킨토시를 함께 쓰고, 컴퓨터로 작곡까지 한다. 분당 300타 실력인 그는 대부분 작품을 컴퓨터로 쓰는데, 좀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글을 써야할 경우에는 컴퓨터로 쓴 다음 그걸 다시 원고지에 육필로 고쳐 쓴다. 컴퓨터는 편리하지만 글 쓰는데 왠지 가볍고 즉각적이어서 깊이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외수는 마음가는대로가 아니라 붓가는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의도하지 않은 선도 전체 그림 속으로 융화시켜낸다. "글이든 그림이든 모두 수양으로 생각하는데, 소설은 천형 같고, 그림은 파지가 나와도 완성품을 바로 볼 수 있어 좋아요. 글 쓰다 지치면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먹을 갈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그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고급 장난감입니다." 이외수는 글을 쓸 때 명상부터 한다. 그가 명상을 하는 것은 잡념을 없애기 위해서다. 잡념으로 시작한 그의 명성은 잡념이 가는대로 따라간다. 그러다보면 한순간 잡념이 하나로 통일된단다. 합일의 순간이다. 그런 그의 내공을 안 세상에는 그가 공중부양까지 하는 수준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타부타 명확한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수양을 많이 하면 해석할 수 없는 현상이 옵니다. 몸이 솟구친다든가 하는데, 그건 능력이 아닙니다." 행복 하고 싶으면 어려운 것과 맞서라!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데, 소설은 결국 가장 짧은 시간에 또 다른 인생들을 간접적으로 살게 만드는 것. 그래서 소설가는 창조성을 갖고 있어야 하고, 사람 이외의 종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자신의 문학적 목표는 독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가슴에 사랑을 가득 안고 능동적, 창조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자 한 자 절차탁마하여 작품을 써서 인정을 받았음에도 세상에서는 너무도 쉽게 '천재성'이란 한 마디로 자신의 작가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한 이외수는 과학적 재능을 갖고 싶다고 했다. 천체망원경이나 현미경으로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 원리에 대해서는 까막눈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돌아가는 세상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내며 특히 정치가들이 윤동주의 '서시'의 진의를 안다면 저럴까 싶다고 했다. 3회째 이어지는 문학연수생이 모여 기다리고 있는 격외선당 2층으로 향하면서 그는 이런 말을 덧붙이며 인터뷰를 갈무리 했다.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힘들고 어려운 것을 피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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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맞아요. 굶어 본 사람이 먹는 것의 참 의미를 알 수 있지요. 한동안 멀리한 이외수님의 소설들이 보고 싶네요.
그의 마음의 세계를 좋아하는....................
까페지기님, 감사하네요. 멋진 분의 이야기를 대할 수 있어서.... 지금 많이 심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데 힘이 됩니다.
아름님, 반갑습니다. 무엇인가 힘이 되셨다니 제게도 힘이 됩니다. 잘 지나가시길 바라고 은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