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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한 女人
금비녀 풀어주며 황홀을 선물하며
물같이 유연하고 품성도 좋으시며
결 고운 피부 속 깊이, 사랑 가득 붓는 임
은근한 그 매력에 나날이 거듭나고
하늘도 도우시어 평화가 임하나니
강물도 도도히 흘러, 바다로 흘러가네
2 한 줄기 바람
창가로 다가와서 내 살을 간질이려
문틈을 엿보는 너 바람이라 하느냐.?
을근대는 내 낭군보다, 그립다 하겠다
열어놓은 문으로 주저 없이 들어와
어디서 날아왔다 잠시 스쳐 가느냐
요상한 나그네처럼, 매정하다 하겠다.
3 고운 임
별들도 숨어들어 적막한 저 하늘에
빛 고운 차림으로 어김없이 나오셨는데
고운 님 뵐 수 있도록, 구름아 비켜다오
운치를 즐기면서 그리움 토해내면
밤새워 도란도란 화답해 주셨는데
에는 맘 어이하라고, 하늘 문을 닫는가.
4 산하를 둘러보니
산하를 둘러보니 금수강산 좋을씨고
넘던 길 잠시 멈춘 발아래 경이로 와
고승들 사방에 날며, 번쩍번쩍하던 길
물오른 잎새들의 진 초록 장관이고
건숙한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심신
너새집 둘러앉으니, 피어오른 꽃무지개
5 여심[女心]
바라본 그대 모습 이다지도 멋짐인지
다 주어도 아깝잖은 마음이 절로 들고
여자의 볼은 언제나, 잘 익은 복숭앗빛
파란만장 세월은 그 어디에 숨겨두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랑의 곡 흐르는지
여심은 오늘도 환한, 햇살처럼 빛난다.
6 骨堂
겨울에 오는 새야 어서 와 앉으려 마
울 낭군 잠든 곳에 날개를 활짝 펴서
새 가슴 옹송그린 몸, 이불이 되어다오
7 로맨스
해운대 백사장의 추억은 없었지만
운명의 돕는 손길 그를 보내 주셔서
대화의 기쁨 맛보며, 알콩달콩 살아요
로맨스 매일매일 엮어 가는 재미에
맨손에 잡은 것은 하나 없다 하여도
스스로 만족해하니, 아름다운 세상사.
8
내 탓이오!
즐거운 세상이란 나부터 웃는 거야
거리의 표정들 하나같이 어두운데
운명을 탓하기 전에, 내 탓이오 하소서!
시간은 흘러가면 다시 올 수 없으니
간단한 인사라도 정 담아 나누면서
들풀과 같은 인생길, 한 점 오점 없기를.
9 눈물이 진주라면
줄줄이 흘린 눈물 진주가 되었다면
기막힌 재산가로 탈바꿈했을 텐데
찬바람 멈추었건만, 서리 앉은 마음 밭
오금이 저리고 코앞이 석 자이고
일숫돈 갚을 일에 눈앞이 캄캄하니
방안의 원앙금침도, 위태위태하구나
10
스릴과 서스펜스를 즐기자
잡스런 객려 들은 알뜰히 토해놓고
곡마단 같은 인생 외 줄도 즐겨타자
밥이면 밥 죽이면 죽, 거미줄도 즐기리라
수제비 한그릇에 인생을 논하면서
제비들 노랫소리 훌륭한 악기 삼아
비음의 콧소리 내며, 춤추며 날으리라.
11 꽃물
꽃물이 예쁘지요. 연분홍 시린 색이
달님아 들어가렴. 나의 임 붉은 홍조
임 前에 수줍으실라, 어서 들어 가려 마.
12 그리운 어머니 !
순량한 성품으로 정숙한 여인으로
백설기 시루에다 정성껏 쪄내시며
색 고운 전통 한복이, 어울리시던 어머니!
눈보다 더욱 희고 고드름보다 맑아
송사 [頌辭]를 들으시며 헌신을 하시던 분
이 여식 티끌만큼이라도, 당신을 닮았을까요!?
송사:[頌辭] 공덕을 찬송하는 말
13 그리운 아버지
눈빛도 안 맞추고 냉정하고 싸늘하게
송연한 마음으로 당신을 미워했죠
이 세상 떠나시던 날에도, 동공이 마른채로
순한듯 모질었던 불효 여식 이제서야
백설(白雪)을 깔고 앉아 뉘우치며 통곡합니다
색동옷 입혀주시던 사랑으로, 용서해 주옵소서.
14 봄
꽃들이 만발하니 정녕코 봄이런가!
동장군 오랫동안 아쉬워 머물더니
산 넘어오는 춘풍에, 꽃동산을 내주네
15 哀悼辭[천안함]
국화향 그윽한들 소용이 없겠지만
화사한 한 송이를 임들께 바치오니
꽃동산 이루는 날에, 고이 영면하소서!
16 하늘이시여![천안함]
하늘의 뜻이라면 따라야 하겠지만
늘 웃음 지어주던 내 아내 내 새끼들!
도무지 무거운 걸음, 떨어지지 않는구려!
우리가 무슨 죄를 얼마나 지었기에
시들지 않은 꽃들 급히 데려가십니까
나 홀로 외로울까 봐, 단체로 부르십니까!?
17 새 婚
꽃단장 곱게 하고 당신을 맞이할 날
가을의 여인처럼 성숙한 美를 더 해
마음도 살찌운 미소, 가득 싣고 달려요
18 혼숫감
혼수가 적다시면 아니 가고 말겠어요
숫처녀 주는 것도 아까울 판이 언 데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흉허물이 됩니다.
19 동반자
수려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지라도
채근담 읽으면서 교양을 쌓아가는
화수분 같은 당신은, 내 인생의 동반자
20 매정한 계절
초라한 사람들이 거리에 넘치는데
겨울은 매정하게 한파를 몰고 와서
울먹인 사람들 눈에, 고드름을 만든다.
21 사랑
고귀한 내 하나의 사랑했던 사람이여 !
마음은 바다로 가 하늘로 오르시더니
움트는 그리움 몰고, 꽃비되어 오시었나요
22 초연[超然]
초라한 밥상 앞에 투정하는 당신보면
연한 살 뚝 떼어 달달 볶아 드리고파
해 묵은 묵은 지 놓고, 속 울음 삼킵니다.
23 文明의 利器
방방이 한 사람씩 제 할 일 바빠진다
앗긴 가족의 정 문명의 이기 앞에
간담은 옛 추억일 뿐, 기기 소리만 요란!
24 각시 맘
각시를 바라보는 새신랑 두 눈빛은
시야를 좁혀가며 꼼짝을 못하게 해
맘 졸여 쑥스럽지만, 각시마음 흐뭇해
25 패션 감각
노출을 좋아하는 울 신랑 패션 감각
출타 시 짧은 치마 입으라 권유하네
면면이 두루 살피니, 산뜻해진 옷차림
26 무심한 임 그리다
무심한 임 그리다 꺼멓게 타는 간장
관록[貫祿]도 소용없고 부귀도 부질없어
심중[心中]의 푸른 바다도, 흑암 속에 잠기고.
27 휴가
바다로 떠나볼까 생각을 하였지만
다수 결정 따라 계곡을 선택했네
로그인 못하게 되면, 떠난 줄로 아소서!
28 도무지 오지 않고
도무지 오지 않고 애태우는 임이시여
야속해 미워지니 이 마음 어쩔거나
지난날 바다 같던 맘, 봇도랑이 돼가네.
29 노출욕
노출욕 강해지니 여름이 아니런가
출근길 사뿐사뿐 뽐내며 걸어가니
욕망이 이글거리듯, 뭇 남성의 눈길들.
30 향수 [鄕愁]
그리운 꽃동산아 지금도 잘 있느냐
리얼한 인생길에 숨 쉴 새 없다 보니
움트는 가슴 한편엔, 응어리가 한 움큼
31 화투연 [㉡꽃 모양의 물건(物件)
㉢꽃이 피는 초목(草木)
')">花㉡강샘하다(지나치게 시기하다)
㉢시기하다(猜忌--)
')">妬娟]
화장을 곱게 하고 꽃동산 올라가니
투기를 하는 바람 꽃샘이 아니런가
연둣빛 손바닥들도, 시리다고 호 호 호
32 봄
산마다 봄 아씨들 꽃동산 차려놓고
수줍은 볼 붉히며 은근히 맵시 자랑
유한[有限]한 세월 자락에, 쉬어가라 말하네
33 꽃술
꽃동산 올라가서 진달래 잎 따다가
단지에 차곡차곡 설탕을 흩뿌리어
지나서 꽃술 익으면, 낭군님께 드리리
꽃단지: 꽃무늬가 있는 단지
꽃을 꺾어서 꽂아 놓은 단지. 북한어
알고 보면 북한어가 예쁜 말이 많네요. ㅋㅋ
34 후회
꽃반지 끼워 주던 아이는 어디갔나
반반한 미모 믿고 콧대를 높였더니
지난날 꽃동산에는, 찬바람만 휑하네
35 입춘서[立春書]
입가에 도는 미소 궁금해 생각하니
춘정에 들떠있는 女心을 자극하는
서경덕 닮은 임께서, 입춘 서를 주셨네
입춘서 [立春書]: 입춘에 벽이나 문짝, 문지방 따위에 써 붙이는 글.
춘정[春情]: 봄의 정취
36 산주인
산주인 가고 없다 슬퍼하지 말지어다
주인을 새로 맞아 대대로 이어가니
인가를 비추는 달도, 한가위에 즐거워
37 김삿갓 방랑의 길
김삿갓 방랑의 길 운치를 깔았구나
삿갓에 비 바람이 스미어 들어와도
갓 죽장 길동무 삼고, 한가위도 넉넉다
38 내 사랑하는 아가들에게
삼삼한 세상 살며 천국을 바라보니
행여나 묘지 세워 벌초할까 근심 말고
시들은 풀 한 포기에, 생명수를 붓거라
39 연둣빛 잎새들이
연둣빛 잎새들이 옷 갈아입느라고
두견새 우는 밤에 한잠을 못 자더니
색 고운 꽃 구름 타고, 단풍 객을 맞는다
40 눈높이 낮추어서
눈높이 낮추어서 일자리 알아봐요
높낮이 가리다가 가족들 굶으면은
이 험한 불경기 골은, 더욱 깊어 간다오
41 풋풋한 열매들이
풋풋한 열매들이 메마른 대지위에
고난을 견뎌내며 단비를 기다리나
추한 몸 보고 싶은지, 마른 장마 야속해
42 당돌한 여자
당돌한 여자인 듯 때로는 보이지만
돌파구 안 보일 때 허세라 생각하고
한 송이 꽃을 보듯이, 당신께서 보아주오
43 사랑은 소리 없이
사랑은 소리 없이 내게로 찾아와서
계절에 관계없이 행복을 선사하니
절기도 푸른 사월에, 달콤함을 더하네
44 연말연시
정해진 운명이라 탓하지 말지어다
해 저문 연말연시 노을빛 교차하듯
년글들 다시 밝혀줄, 태양은 또 뜨리니
무엇이 안타까워 눈물을 글썽이나
자고로 왔으면은 가는 날 있는 것을
년 곶도 때가 되면은, 지는 것이 이치거늘......
년글: [다른 사람] 년 곶: [연꽃]
45 그리움
음산한 바람 소리 어스름 어둠 뚫고
산만한 그리움을 부채질하는구나
한 많은 여인네의 속, 초겨울에 스산타.
46 초겨울
초겨울 들어서니 스산한 마음 자락
겨우내 얼어붙을 살얼음 생각하니
울민한 가슴팍에는, 세찬 회오리 바람만.
47 행시 벗
서산에 해 저물어 달빛도 고요한 밤
경성에 가신 내 임 소식 없어 궁금하나
덕스런 그대 오시니, 온 하늘이 행복 별
48 살가운 정을 주리
살가운 정을 주리 살얼음 같은 세상
얼음판 걸어가듯 긴장한 영혼들께
음악에 사랑을 실어, 안식을 연주하리.
49 만산홍엽[滿山紅葉]
붉어진 네 열정에 내 볼도 붉어지고
은장도 품은 가슴 스르르 무너지니
산 허리 돌아 들 때도, 내 안에 들어와서.
50 덕수궁 돌담길에
덕수궁 돌담길에 달빛이 서려오면
수많은 사람들 중 그대가 생각나리
궁전의 왕과 함께한들, 이보다 더 행복할까?
51 첫날밤
첫날밤 첫 경험에 새신랑 손 바쁘다
날 샐까 두려워서 옷고름 후다닥
밤새워 환희의 진통, 새색시는 얼떨떨
53 봄의 전령
산수유 샛노오란 화신이 소리 없이
수취인 여러분 前으로 보내왔네
유채화 그림 속으로, 봄꽃 나비 나네
54 욕망 [欲望]
무엇을 소유하려 발버둥치시는가
인간의 수명 길어야 백세 안팎이거늘
도무지 구렁텅이서, 나올 줄을 모르나
보물을 찾으려다 얻은 게 무엇인가
물 같이 빠른 세월 허비만 했잖은가
섬 하나 차지 못하고, 남은 것은 후회뿐!
55 과수댁
달빛은 무정하여 창가로 찾아들어
맞이할 임도 없는 여인의 앙가슴을
이리도 아리게 하고, 약 올리듯 곁눈질
56 나들이[데카르트형 내 남자]
나만을 바라보는 그이가 정말 좋아
들꽃을 꺽어들고 머리에 얹어 주며
이 세상 다 할 때까지, 왕비처럼 모신다네
꽃보다 예쁘다며 두둥실 띄워 주고
구여워 죽겠다며 그윽이 바라보니
경치도 좋은 곳에서, 행복감을 누리네
어떤 유머 유형별 공처가 중에서.
데카르트형: 나는 아내만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를 보고.ㅋㅋ
57 베푼 것은 잊자
헛수고 하신다고 생각을 마십시오
수려한 마음일랑 신께서 아시나니
고맙다 인사 안해도, 받은줄로 아십시오
58 황급히 가시더니
황급히 가시더니 비 되어 제 오셨네
진즉에 오시잖고 어이해 인제 와서
이 가슴 휘갈기시니, 그대 맘도 아프리
59 어머니
고상한 말씨에다 진실을 꽃 피우라
등잔불 아래에서 책장을 넘기시며
어머니 훈육 하실 때, 향기 진동했었지
60 잡념
밤마다 성을 쌓아 부수고 또 부수고
마음은 여러 갈래 갈 길을 모르다가
다 비워 엎어 버려도, 다시 차는 오물들
61 등잔불 밝혀놓고
등잔불 밝혀놓고 임 오시길 고대하던
잔잔하던 옛 女心엔 그리움 반 원망 반
불꽃을 사르던 날들 그리다, 닳고 닳은 바늘 첩
62 춘곤 (春困)
햇살의 눈 부심은 황홀할 지경인데
살가움 못 느끼는 병든 닭 모습이네
이렇듯 맑은 날에는, 나들이가 좋거늘
63 초연해 지는 것도
초연해 지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연둣빛 소망들이 물거품 되어가도
히귀를 불며 빙그레, 아무 일도 없는 듯
히귀 :휘파람의 방언 [경남]
64 새봄
봄 아씨 야들한 손 내밀면 잡아야지
기운을 차리려면 그 방법이 최고일거야
운동이 좋다하여도, 이 보다는 못할걸?
65 회상[回想]
설이면 마냥 좋던 철 없던 어린 시절
명절날 수심 어린 어머님 아랑곳없이
절하면 세뱃돈 달라, 졸라대며 떼 썼네
고향은 누구라도 따스하게 추억하며
향수 어린 마음으로 그리움에 사무치는데
집 향한 애절함 없이, 살아온 길 삭막해
66 새해 소망
기 싸움하느라고 한 해를 허비했네
축이 된 사람들이 잘해야 했었는데
연둣빛 작은 소망들은, 물거품이 되었네
경사가 겹치도록 올해는 잘하셔서
인류의 염원들을 귀 기울여 들으시고
연말을 맞을 때쯤은, 박수갈채 받으시길.
67 소걸음
소걸음 처럼 걷자 느림의 미학으로
걸음이 느리다고 채찍질하거들랑
음전이 그냥 그렇게, 바람인양 맞으리
68 외로운 내 남자가
외로운 내 남자가 떠나고 싶어한다
로그인 하고 있는 나에게 항변하며
운 행시 쓰고 있는 게, 무에 그리 좋으냐고
내 남자 투정 보니 참으로 귀여워라
남자도 저럴 때가 있구나 하는 마음
자고로 남자의 계절, 가을이 왔나 보다
69 초겨울 추위 앞에
초겨울 바람 앞에 걱정이 태산이네
겨우내 먹을 양식 간당간당 하는데
울 아가 분유 값은 또, 왜 이리도 비싸 누
70 일요일
일기도 화창하고 행복한 휴일에
요정과 같은 나는 삼행시 방에 있고
일하다 쉬는 남편은, 리니지2 한다네
71 내 남자
내마음 언제든지 내 남자 하나 뿐이야
남자가 이 세상의 반이나 있다 해도
자고로 법적인 관계, 공식적인 사랑만
72 물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유연하여 그릇의 모양 따라
방긋이 웃으면서 인생을 달관하리
울리면 울고 웃기면, 웃어주며 한세상
73 삼행시
삼행의 짧은 글에 광활한 우주 담고
행마다 희로애락 만사를 풀어내니
시흥에 취한 나그네들, 가던 발길 멈추고.
74 운명
얄궂은 운명인가 어긋난 길모퉁이
궂은비 하염없이 어깨를 내려치니
다 같은 하늘 아래서, 길을 잃은 양인가
75 선유도[仙遊島]
선하고 아름다운 한삼동 詩人들이
유명한 선유도로 나들이했습니다
도화가 흐드러지던, 꽃 비 오는 계절에
한삼동: 한국 삼행시동호회 줄임말
76 마지막 낙엽들
마지막 잎새들이 온몸으로 고별한다
지난날 화려했던 의상을 벗어놓고
막차로 떠나가노라, 빈손으로 가노라
낙심은 금물이라 후일을 기약하며
엽서에 적은 희망 바람결에 전해주니
들마루 태양빛 아래, 시리도록 빛난다.
77 마지막 낙엽들
마당엔 낙엽들이 뒹굴뒹굴 신이 났다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던 악동들처럼
막차로 떠나기 전에, 마음껏 놀아본다고
낙엽을 바라보고 동정일랑 하지마오
엽록소 차림으론 아무 데도 못 가노니
들바람 산바람 타고, 유람하니 좋을씨고
78 환영[幻影]
마음은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 남아
지난날 꿈길 같던 환영[幻影]을 봅니다
막차에 오른 눈가에, 드리운 그림자
낙엽은 한 잎 두 잎 쓸쓸히 떨어지고
엽록소로 싱그럽던 옷은 해지고 바래
들녘의 찬바람 맞고, 떨고 있을 그대여!
79
정담은 김장맛
정으로 버무린 맛 일품이 아니런가
담쟁이넝쿨만큼 넘치는 사랑이여!
은은히 우러나오는, 맛깔나는 손맛에
김치는 옷을 입고 덩실덩실 춤추고
장미보다 붉다고 자랑스레 웃으며
맛보고 데려 가세요, 당신위해 태어났으니
80 토담집 지어놓고
토담집 지어놓고 그윽이 묵향 우려
요밀한 우리임과 자연을 벗 삼아서
일요일 구분도 없이, 유유자적 살고 싶어
만두도 손수 빚어 따끈한 육수 우려
나만의 비법으로 사랑의 간을 쳐서
요원했던 사람들 불러, 사람냄새 풍기며
81 시월이 채비하네!
시월이 채비하네! 길 떠날 길손으로
월색은 희미하여 슬픈 내색 아니하고
마음을 스치는 바람만, 을씨년스럽구나
지난날 영화롭던 무지개 꿈 감추고
막차로 가야 하는 여객의 심정 되어
주야로 다시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82
시인이 되어서
시인은 가난해도 풍요를 누릴 줄 알고
인생의 괴로움에 꿀맛을 느낄 줄 알며
이 세상 진동하여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되어도 다 같다면 무슨 의미 있으리
어느 날 황천에서 부르는 소리에도
서러워 하기보다는, 감사할 줄 아는 이
83 실향민의 비애
북녘의 만산홍엽, 그리운 풍악산아!
한 맺힌 민족 설움, 너는 알고 있겠지?
산 허리 불길 솟으니, 가슴마다 타는걸
단군의 후예들이 멍든 맘 부여잡고
풍상에 온갖 고초 잘도 견뎌 왔건만
잎 갈이, 수십 년 동안, 풀 수 없는 피멍뿐!
84 황무지 개간하여
황무지 개간하여 풀칠하던 화전민들
금 나락 고사하고 강냉이로 밥 지으며
물 말아 먹던 그시절, 그시절을 아시나요?
결 곱던 손발에는 거북이 등껍질로
만 가지 시름 속에 자식들 바라지에
추녀 끝 한숨 소리로, 땅 꺼지던 시절을
85 북망산 가는 길이
북망산 가는 길이 외롭고 힘들어도
한없이 아름다운 세상 구경했으니,
산 같은 미련일랑은, 놓아두고 가리라
단 소리 쓴소리에 희로애락 느꼈고
풍운에 마음 실어 땅끝까지 넘나들며
잎사귀 속삭임에도, 느꼈으니 되었지!
86 독백[獨白]
행복한 마음으로 풍성한 한가위를
시심을 듬뿍 담아 덕담을 주고받고
쓰라린 기억들일랑, 퍼내고 비우리라
는개에 흠뻑 젖어 씻고 또 씻으리라
시인의 가슴에다 우주를 만들어서
인류[人類]가 열고 들어와, 안식할 수 있도록
87 달관 [達觀]
행복한 여인이라 호언장담, 하지만
시시로 괴로울 때 나라고 없겠냐만
쓰디쓴 잿물이라도, 꿀물이라 여기고
는적여 기 빠져도 긍정적 사고 하며
시흥을 돋우어서 作詩를 하고 나면
인생사 별것이더냐? 달관할 수 있는 맘
88 행복한 꿈을 꾸니
행복한 꿈을 꾸니 즐거운 여인이여!
시 쓰며 소일하니 세상 시름 잊어가고
쓰는 듯 끄적 댄 작품, 빛 볼 날에 설레네
는질 댈 시간에도 창작에 불태우니
시간은 유유자적 물 흐르 듯 흐르고
인생이 아름다운 줄, 이제서야 아노라
89 詩人이 확실한지
시인이 확실한지 실감이 나지 않아
인류를 사랑으로 품을 수 있음인지
이 가슴 아무리 봐도, 새가슴 모양이니
되어도 부끄럽고 나조차 민망하여
어느 날 바라보던 하늘도 볼 수 없어
서쪽의 노을빛 아래, 서성이고 있구나
90 퇴근길
해님이 손 흔들어 작별을 고할 때면
당신과 함께하는 행복한 보금자리
화사한 미소 가득한, 평화로운 집으로.
91 청정 [淸靜]
천하의 일색이라 자랑을 말지어다
동그란 마음이면 우주도 담을것을
골 속을 해부하면서, 뉘우치어 봅니다
소담한 그릇에다 초근목피 담더라도
백야의 청정함을 볼 수 있는 눈이라면
산 만한 금강석인들, 부럽기야하겠소
92 분단장 아니해도
분단장 아니해도 핏기 돌아 예쁘더니
홍삼을 먹어봐도 탄력 잃은 피부는
빛 감춘 어두움 처럼, 먹빛으로 변하고
분하고 원통해도 세월 앞에 장사 없어
홍삼에 의지 않고 자연을 벗 삼으며
빛나는 태양빛 아래, 숙연하게 살리라
93 첫 눈에 반한 임
첫 눈에 반했지만 이룰 수 없음이여!
눈가에 맺힌 이슬 감출 수 없음이여!
에는 맘 다독여봐도, 시리고도 시리니
반년을 더 살아야 끝이 날 여생이여!
한 서린 달빛 아래 타는 간장 어이하나
임 계신 하늘 아래에, 엇갈린 운명이여!
94 파랑새
천애의 고아인 듯 외로움 밀려와도
동천에 해 오를 때 하늘을 바라보니
골짜기 바위 밑에도, 희망은 돋아나고
소야곡 부르시던 임께서 보내셨나
백기를 들지 말라 메시지 보내시듯
산 속의 도피처에도, 파랑새는 날으네
95 새 婚
물 만난 고기처럼 당신을 만났어요
고기에 비유해서 안됐긴 합니다만
기 쓰며 살아 오다가, 안락함에 황홀합니다
매서운 눈보라에 얼마나 떨었던지
운다고 봐 주는 이 하나도 없더이다
탕 속에 들어앉아서, 씻은 눈물 얼마인지.
96 새벽 산책로에서
청색의 하늘 문이 열릴락 말락 할 때쯤
설익은 빛을 열어 하루를 깨우나니
모두가 잠자다 말고, 눈비비며 일어나
청설모 한 마리도 검은 옷 뽐을 내며
설 잠잔 우리에게 반갑다 인사하니
모두가 노래하면서, 흥겨운 아침인사.
97 정복
설야에 피어난 꽃 설중매라 했더냐
중도를 지키느라 떨고만 서 있느냐
매서운 덴 바람에도, 굽힐 줄을 모르니
설상 차 대령하여 기필코 맞으리라
중용의 덕 있어도 네 앞엔 무용지물
매명을 하여서라도, 정복하고 말지니
98 詩作을 하노라면
시작[詩作]을 하노라면 사물이 들어오고
그림도 감상하여 소재를 찾아내니
널 위한 사랑 노래도, 詩心으로 부르네.
99 만산홍엽[滿山紅葉]
가을 산 불길 일어 하늘로 치솟는데
을야에 부는 바람 가슴만 스산하고
꽃답던 몸이 쇠하니, 마음마저 사윈다.
100 용하지 우리 아들 ?
용하지 우리 아들? 이제는 제법 서네
하 많은 인연 중 날 찾아 왔구나
다정한 엄마가 될게, 아름답게 살자꾸나
101 천수를 누리고져
천수를 누리고져 애쓰는 사람들아
자고로 욕심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네
문제를 만들지 말고, 비움만이 약이라네
행복은 가까이에 먼 곳에 있지 않네
시심을 잃지 말고 정진해 가다 보면
방법은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겠지!
102 行詩 쓰는 詩人
행에다 씨 뿌리니 꽃피고 열매 맺어
시인들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쓰여진 시어들마다 타오르는 속 불꽃
는개가 내리어도 곤파스 몰아쳐도
시심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자리엔
인간애[人間愛] 향기로움에 가을바람 솔 향기
103 향수 [鄕愁]
살구꽃 피고 지던 내 고향 산천이여!
구관이 명관인지 옛 사람 그립구나
꽃 같던 막내 이모도, 촌 아지매 됐겠지
복실이 흔들흔들 반갑다고 꼬리 치고
사람들 소박한 정 나누는 풍경 있던
꽃 상여 지나갈 때도, 좋아했던 철부지
104
춘삼월 호시절
삼월의 둘째 주는 여유 있어 즐거워라
월간의 계획 세워서, 보람차게 보내며
호연한 님과 함께 보내는 즐거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의미 있고
절요한 부분 채우며, 하나 되는 행복감
105 사모곡 [思母曲]
한 떨기 꽃이라고 당신보다 고우리까?
가을 향 솔잎 위에 송편을 쪄내시며
위로가 되어 주시던, 한가윗날 어머니
106 어머님의 동지
어느 날 가신 후론 소식이 없으시니
머나먼 길 이기는 길인가 봅니다
님께서 보내셨어도, 눈보라에 사라졌는지
의구심 가져봐도 가슴만 아려올 뿐
동장군도 모른다고 고개만 절레절레
지난하던 이승은 잊으시고, 고이고이 잠드소서!
107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묘년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묘한 일 궂은일도 감사하게 여기시며
년년히 날이 갈수록, 성숙한 삶 사시길
토라진 이들에겐 마음을 달래주고
끼 있는 이들에겐 감성을 살려주며
해마다 사랑과 용서로, 보람찬 삶 사시길
108 충만한 내 가슴엔
충만한 내 가슴엔 사랑이 가득하죠
만 가지 괴로움이 당신 하나로 인해
한 세월 풍요로워질, 기대로 부풀었죠
내 삶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어요
삶이란 고해의 연속인 것 같았거든요
이제는 어둠 속에도, 빛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