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동학사 가는 길(마티→수정봉→삼불봉→관음봉→쌀개봉→동학사)

[드류]

건너편은 삼불봉, 천왕봉 아래 헬기장에서, 사계 님과 영희언니(오른쪽)

논밭들도 누가 더 넓은가 나누기를 멈추었다

도로들도 누가 너 긴지 재보기를 그만 두었다

예쁜 색 자랑하던 지붕들도 뽐내기를 그쳤다

모두가 욕심을 버린 하얗게 눈 오는 날

--- 이문희, 「눈 오는 날」

▶ 산행일시 : 2010년 11월 13일(토), 맑음, 산행하기 좋은 날

▶ 산행인원 : 11명(영희언니, 산아, 5end, 드류, 대간거사, 감악산, 사계, 신가이버, 인샬라,

                     산소리,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35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5.8㎞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50 -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馬岩里) 마티, 산행시작

09 : 34 - 마티고개(말재)

10 : 09 - △419.5m봉

10 : 39 - 468m봉

10 : 57 - 구재, ╋자 갈림길 안부

12 : 06 ~ 12 : 40 - 612m봉 전위봉, 점심식사

13 : 15 - 수정봉(675m)

13 : 35 - 금잔디고개, ┣자 갈림길 안부, 헬기장

13 : 55 - 삼불봉(三佛峰, △777.1m)

14 : 56 - 관음봉(觀音峰, 766m)

15 : 29 - 쌀개봉(827.8m)

16 : 06 - ┼자 갈림길 안부

16 : 25 - ┤자 갈림길 안부

16 : 45 - 향아교(香牙橋), 동학사(東鶴寺)

17 : 25 - 먹자동네, 주차장, 산행종료

22 : 08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큰치골소류지(랜덤도엽에는 ‘장암소류지’)

▶ 수정봉(675m)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금강을 청벽대교로 건너고, 마암교를 지날까 말까 하다가 그 밑

의 좁은 도로 따라 내려간 것까지는 괜찮았다. 차가 더 들어갈 수 없어 마티마을 갈림길에서

멈춘다. 우선 길옆 감나무에 몇 개 남은 잘 익어 물렁한 홍시를 모른 채하기 힘들다. 몰래 맛

본다. 서리 맞아 달디 단 빨간 속살이 이 시리게 차다.

Y자 갈림길. 왼쪽은 원통사로 가고 오른쪽은 축복기도원으로 가는 길이다. 축복기도원 쪽으

로 간다. 천으로 덮은 노면에도 서리가 하얗게 내려 미끄럽다. 큰치골저수지는 만수다. 눈부

신 수면 위로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수중(水中)에 왕벚나무만 서너 그루 있다면 여

기도 주산지(注山池)려니.

여러 채 건물과 너른 마당의 축복기도원이 조용하다. 사람 낌새는 보이지 않고 강아지 두 마

리가 짖다만다. 기도원 지나 길 끊기고 마른 골 건너 임도로 간다. 거저구나하고 굽이굽이 갈

지자로 돌아 오르는 임도 따른다. 임도는 산중턱 밤나무단지를 지나 게걸음 하더니 온 산을

다 들린다. 고즈넉한 오솔길의 울긋불긋한 낙엽 밟는 정취에 취해 지도 보고 정치(定置)하는

것조차 잊었다.

백주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아무래도 고의적인 실수다. 나는 맨 뒤로 왔다. 안산(244m)과

달갈봉(달걀봉이 아니다)을 두고 온 것이다. 현 위치 마티고개(말재)다. 여기서도 반대편인 국

사봉(392m) 쪽으로 가려다가 정신 수습하여 △419.5m봉으로 가닥 잡는다. 길은 대로다. 급경

사 오프로드인가? 산 위에서 4륜구동 차들이 내려온다.

절 오가는 길이다. 387m봉 오르자 여러 절 안내하는 방향표지판이 보인다. 관음사, 수월암,

칠성암, 와룡암이 근처에 있는 모양이다. 왼쪽으로 너랭이 가는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나고

직진하여 수월암 가는 길은 정갈히 비질하여 낙엽 쓸었다. 수월암 뒤 능선부터 인적 드문 소

로다. 간혹 목적지 알 수 없는 산행표지기가 보인다.

△419.5m봉. 삼각점은 공주 ?, 79.8 재설. 또 쉰다. 정점 한가운데에 무덤이 넓게 자리 차지하

였다. 길은 외길. 반포면 구왕리와 봉곡리 사이의 가장 두둑한 능선이다. 살짝 내린 ┼자 갈림

길 안부 오른쪽으로 금불사가 있다. 계룡산국립공원 구역으로 들어간다. 바짝 오른 429m봉

정상에도 무덤이 자리 잡았다. 이다음 468m봉은 첨봉이다. 산허리 길게 돌아 왼쪽 등변으로

오른다.

468m봉 내린 ┼자 갈림길 안부가 구재다. 야트막한 산등성이 넘어 산간고개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이다. 비로소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바윗길이 수시로 나타난다. 574m봉을 시작

으로 첨봉이 잇따른다. 암봉 4좌. 그 맏이가 612m봉이다. 가느다란 밧줄 달린 수직사면을 오

르기도 한다. 봉우리마다 정상 주변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였다.

마땅한 점심장소 물색한다고 봉우리를 2개나 넘는다. 안부는 으레 바람골이다. 612m봉 전위

봉 정상에서 자리 편다. 따끈한 커피로 입가심하기까지 34분이 넉넉하다. 612m봉 암봉 암릉

을 오른쪽 비스듬히 트래버스 하여 내리고 납작하게 보이던 수정봉이 불쑥 일어났는지 상당

히 가파르다.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오르는 길이 보이지만 선두인 신가이버 님의 무대뽀적인

발자취 쫓아 직등한다.

수정봉. 여기저기 너른 암반이라 쉬기 좋고, 슬랩 가까이 다가가면 삼불봉에서 연천봉으로 들

쑥날쑥 이어지는 연릉과 그 자락 산 주름이 보기 좋다.

2. 큰치골소류지(장암소류지) 주변

3. 수양산(修養山?), 마티고개 위에서 조망

4. 수정산 자락

5. 삼불봉 연릉

6. 천황봉 연릉

▶ 관음봉(觀音峰, 766m)

수정봉 바로 아래가 금잔디고개다. 너른 헬기장이고 갑사를 오가는 쉼터다. 수정봉 쪽은 아직

도 금줄 친 비지정 등로였다. 오늘도 금잔디고개는 등산객들로 붐벼 숫제 장터다. 우리는 지

도와 나침반과 감추고 그 무리 속에 섞인다. 삼불봉 가는 길은 대로다. 돌길 잘 다듬었다. 중

인환시 중에 삼불봉을 직등하기는 너무 뻔뻔하고 얌전히 긴 행렬 따라 삼불봉고개로 간다.

인파에 일행 잃어버릴라 수시로 점호한다. 삼불봉 가는 길은 교행이 충분한 철계단이지만 가

다 서고 지체가 잦다. 삼불봉 정상은 천하경점이라 할 만하다. 역광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천

황봉 쌀개봉 관음봉이 가경이다. 계룡산에서 수치상의 상봉은 천황봉이고, 등산대상지로서

의 중심은 관음봉이고, 풍수상의 주봉은 삼불봉이라고 한다.

계룡산의 신도(神道)는 삼불봉을 중심으로 하여 관음봉, 신선봉, 수정봉, 천황봉을 펼친 한편

동서남북에 사찰을 건설했다고 한다(월간, 「산」, 1999.5월호).

삼각점은 공주 ?, 1992 재설. 다시 철계단 오르내린다. 철계단 비운 슬랩이나 바윗길은 숱한

발길로 닳고 닳아 반질반질하여 꽤 미끄럽다.

자연성릉에 가까이 다가가 성벽인 절벽을 내려다보는데 철주 잡고도 오금이 저린다. 이제 관

음봉이다. 쇠줄 잡고 좁은 슬랩 오르다 철계단이 시작된다. 계단 수 232개. 관음봉 정상에는

데크 광장을 만들었다. 계룡 8경 중 제4경이 관음봉 한운(閑雲)이라고 한다. 계룡산을 대표하

여 공주 10경에도 포함된 이곳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든

다고 한다.

오늘은 떠다니는 구름이 없다. 나머지 8경은 제1경 천황봉 일출, 제2경 삼불봉 설화, 제3경 연

천봉 낙조, 제5경 동학사계곡의 신록, 제6경 갑사계곡 단풍, 제7경 은선폭포 운무, 제8경 남매

탑 명월이다.

8. 쌀개봉과 천황봉

9. 삼불봉

10. 자연성릉

11. 삼불봉 앞

12. 삼불봉과 그 주변

13. 문필봉과 연천봉(맨 뒤로 조금 보인다)

14. 멀리 흐릿한 산은 향적산(574m)

▶ 쌀개봉(827.8m)

데크계단 돌아내리면 왼쪽으로 은선폭포로 가는 ┤자 갈림길 안부다. 쌀개봉, 천황봉 쪽은 막

았다. 금줄을 넘지 않고 옆으로 비켜 잠입한다. 산허리 길게 돈다. 살금살금 걷자 해도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메아리 울리게 크다. 능선 마루금으로 올라선다. 맞은편에서 오는 부부

일 등산객을 만난다(너무 붙어 정답게 걷는 것으로 보아 수상한 관계가 아닐까하는 경험칙상

의문도 제기되었다). 앞길에 아무 장애 없음을 확인한 셈이어서 서로 반갑다.

머리 빼쭉 내밀어 자연성릉과 삼불봉 앞모습을 훔쳐본다. 아름답다. 리지가 시작된다. 긴다.

슬랩 내리고 건너편 20m 직벽을 올라야 쌀개봉이다. 슬랩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직벽이 밧줄

달렸지만 사뭇 위압적이다. 계룡산 통틀어서 등로 중 가장 재미난 곳이기도 하다. 안부에 내

려 심호흡하고 자세 가다듬는다. 등산화 끈 조이고 장갑 벗고 카메라 가방도 배낭에 넣는다.

선등(대간거사 님) 못지않게 후등도 겁난다. 후등은 사계 님. 어느 해 겨울, 여기 내렸던 쾌사

를 추억하며 암벽에 달라붙는다. 첫 4m ~ 5m는 의외로 발 디딜 데가 충분하다. 다음 2m ~

3m가 어렵다. 자칫하면 대롱대롱 매달린다. 왼손으로 밧줄잡고 오른손으로는 손끝에 걸리는

조그만 홈에 느긋이 힘 실어 당긴다.

성곽 폐허처럼 돌무더기 있는 쌀개봉이다. 직진하여 쌀개봉 내리기는 곤란하다. 직벽이거니

와 밧줄도 없다. 왼쪽으로 돌아내리는 길이 나 있다. 바로 통천문이 나온다. 통천문 지나자마

자 ┤자 갈림길. 천황봉을 다녀올 사람이 없다. 천왕봉 넘어 민목재로 길게 뻗어 내린 능선을

잡는다. 짧은 슬랩 섞어 뚝뚝 떨어진다.

헬기장 지나고 암릉이 연속해서 나온다. 첫째와 둘째 암릉은 직등한다. 셋째 암릉은 오른쪽으

로 우회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천왕봉 직전 ┤자 갈림길 안부. 오늘

초장에 안산 달갈봉 두고 올 때 짐작했다. 이미 금 간 사발 깨진들 대수랴. 천왕봉 황적봉도

내려놓는다. 왼쪽 사면 길로 하산한다. 햇낙엽이 수북이 쌓여 인적은 흔적이 없다. 러셀하여

뚫는다. 가파른 너널 사면이다. 너덜과 쓸려 내린다.

향아교. 동학사계곡 추경 보러 몰려드는 인파 속에 묻힌다. 동학사 절집에 들린다. 대웅전만

열어놓았다. 대웅전 주련(柱聯) 한번 보고 건너 천왕봉 우러른다.

佛身普遍十方中(부처님 몸은 보편하사 시방세계에 두루 계시네)

三世如來一切同(삼세의 부처님들도 모두 이와 한가지라네.)

廣大願雲恒不盡(넓고 큰 원력의 구름은 항상 다함이 없구나)

汪洋覺海妙難窮(망망한 바다 같은 깨달음은 신묘하여 다함이 없네)

대웅전 아래는 彌陀庵. ‘미타암’이라는 팻말이 없었더라면 전서(篆書)로 쓴 현판을 滿師庵(만

사암)이라고 우길 뻔했다. 미타암 아래는 吉祥庵(길상암)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주련(柱

聯)이 어색하다.

山堂靜夜坐無言(고요한 밤 산당에 묵묵히 앉았으니)

寂寂寥寥本自然(적요로움 가득 본연의 세계인데)

何事西風動林野(무슨 일로 서풍은 건듯 불어 숲을 흔들며)

一聲寒雁唳長天(장천에 기러기 끼득끼득 이 무슨 소식인가.)

虛空可量風可繫(허공도 가히 잴 수 있고 바람도 잡아맬 수 있으나)

無能說盡佛功德(한량없는 부처님의 공덕은 다 말할 수 없네.)

문화재 관람료 2,000원이라는 매표소 지나면 먹자동네. 코 맹맹한 여인의 호객에 이끌려 우

리도 동동주와 파전을 주문한다.

15. 자연성릉

16.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17. 삼불봉

18. 가운데가 천왕봉

19. 동학사에서 바라본 천왕봉

[金錢無]

06년 가을.. 끊어지지 않는 발길로 삼불봉 빤질한 대리석같은 암릉 등로와..
발길적은 황적봉의 숨쉬는 듯 하였던 암릉이 떠올려집니다.
퇴근 前.. 계룡산 정기를 느낄수 있는 사진에 눈이 호강을 하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