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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newscjtop@naver.com
제2기 한양대와 함께하는 안산 사회적경제 대학 수료
안산 사회적경제 활동가 강사
안산시 자원봉사 아카데미 3기 부회장
심리상담사
캘리그라피 강사
<수상 소감>
어린 시절의 한 조각 추억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어 상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수필 ‘아버지와 인절미’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삶의 일부이자 아버지와의 소중한 기억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따뜻한 감정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인데, 이렇게 귀한 상까지 받게 되어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글을 쓰는 일은 마치 세상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창과 같았고, 단어 하나하나를 조합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설레었습니다. 글 속에서 감정을 풀어내고, 그 감정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공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글쓰기는 막연한 꿈이 되었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도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먹은 인절미 한 조각이 잊고 있던 감정을 깨웠습니다.
그 순간 떠오른 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가을날의 풍경이었습니다. 황금빛 들녘에서 찹쌀을 수확하시던 모습, 가마솥에서 피어오르던 김, 절구를 두드리던 손길, 그리고 가족과 함께 나누던 따뜻한 인절미 한 조각까지. 그 모든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고, 저는 그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마치 과거로 여행을 떠난 듯 아버지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고, 때로는 미소가 번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글이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감정을 전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는 것을요.
이 수필이 당선되기까지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격월간 『에세이스트』의 문학 발전을 위해 애쓰시고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힘써주신 발행인과 편집인, 그리고 심사위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수많은 훌륭한 작품들 가운데 제 글을 선정해 주신 것은 저에게 더 열심히 글을 쓰라는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글의 가장 큰 영감을 주신 아버지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릴 적, 인절미를 손에 쥐고 환하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제야 아버지께 이 글을 통해 작으나 따뜻한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도 일상에서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정성껏 담아 글을 써 나가겠습니다.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과 따뜻함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릴 적 꿈꾸던 글 쓰는 사람이 되어, 이제는 더욱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수상작>
아버지와 인절미
며칠 전, 콩가루를 듬뿍 묻힌 인절미를 손에 쥐었다. 고소한 콩가루가 노릇노릇한 빛깔을 띠고 있었고, 떡의 쫀득한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향과 찹쌀의 부드러운 질감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깨웠다. 가을마다 아버지가 찹쌀을 수확하시던 황금빛 들녘, 방앗간의 소음, 가마솥에서 피어오르던 김, 그리고 절구질로 완성되던 인절미까지 모든 장면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그것은 단순히 떡의 기억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사랑이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정성과 삶의 온기였다.
어릴 적, 아버지는 보리밥을 싫어하셨다. “보리 냄새가 싫다”라며 항상 찹쌀밥을 고집하셨다. 아버지가 찹쌀을 유독 소중히 여기셨던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봄이면 벼와 함께 찹쌀 모를 따로 심으셨다. “찹쌀은 특별한 거야. 밥도 떡도 더 맛있지”라며 찹쌀 논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찹쌀 논은 단순한 논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의 꿈이 자라는 작은 정원이었다. 논을 갈고 물길을 내는 아버지의 손길은 마치 논과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오빠와 친구들은 일손을 돕겠다며 논으로 달려왔고, 나도 어린 손으로 모를 심었다. 논바닥의 촉촉한 진흙은 맨발로 밟을 때마다 발바닥을 감싸며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그 감촉은 따뜻하면서도 서늘했다. 때로는 거머리가 살갗에 달라붙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거머리도 살려고 그런 거야”라며 웃으시는 아버지의 말씀이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생명을 존중하는 아버지의 깊은 마음이 담긴 가르침이었다. 우리가 심은 모는 시간이 지나며 초록빛으로 논을 가득 채웠고, 초록빛은 시간이 흘러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가을이 되면 들녘은 황금빛 물결로 출렁였다. 벼와 찹쌀이 고개를 숙이며 수확의 준비를 마치면, 아버지는 낫을 들고 논으로 들어가셨다. “올해 농사는 성공이구나”라며 미소를 지으셨다. 아버지를 따라 논에 들어서면 낫질의 쓱싹쓱싹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단순히 벼를 베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이 들려주는 노래였고, 아버지의 땀이 더해진 수확의 멜로디였다. 허리는 아팠고 손끝이 저렸으나 벼를 한 포기 한 포기 벨 때마다 우리는 함께였고, 그 시간이 주는 보람은 고단함을 잊게 했다. 수확한 벼를 방앗간에 가져가면, 도정된 찹쌀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아버지가 건네신 찹쌀 자루는 단순한 곡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의 정성과 사랑이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손끝에서 시작된 가족의 온기였다.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가마솥에 시루를 얹고 찹쌀밥을 지으셨다. 솥뚜껑 사이로 피어오르는 김은 고소한 냄새를 품고 있었고, 그 냄새는 집안 구석, 구석으로 번져갔다. 찹쌀이 다 익으면 어머니는 찰밥을 절구로 옮기셨다. 아버지는 절구질에 힘을 보태셨다. 절구질 소리가 쿵덕쿵덕 울려 퍼질 때마다, 그 소리는 마치 가족의 리듬 같았다. 절구질이 끝난 찹쌀밥은 어느새 부드럽고 탄력 있는 인절미로 변했다. 도마 위에 펼쳐진 인절미는 고소한 콩가루를 듬뿍 묻히며 그 모습을 완성했다.
어머니는 콩가루를 묻힌 인절미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 하나씩 우리 입에 넣어주셨다. “어때, 맛있지?”라고 물으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미소는 한없이 따뜻했다. 아버지는 한 손에 인절미를 들고 한입 베어 물며 “참 잘 만들었구나”라고 어머니를 칭찬하셨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자부심과 감사가 서려 있었다. 어머니는 이웃들과도 그 인절미를 나누셨다. 인절미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선물이었다. 손님이 오시면 어머니는 나박김치와 함께 인절미를 내놓으셨다. 새콤한 김치와 고소한 인절미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손님들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머니가 참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한 번은 작은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 몫으로 남겨둔 인절미를 동생이 몰래 먹은 일이었다. 그날 나는 동생 대신 혼이 났다. 동생은 나중에 “너도 먹고 싶었잖아”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아버지의 몫을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사건을 아신 아버지는 웃으며 “괜찮다. 먹고 싶었으면 다 먹어도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말에는 원망도 꾸지람도 없었다. 아버지의 넓은 마음은 그 자체로 우리를 감싸는 담요 같았다. 그날의 기억은 내게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아버지는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 가을마다 논을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사진 속에만 남아있다. 그러나 가끔 찹쌀로 만든 인절미를 먹을 때면, 아버지가 손에 인절미를 들고 환히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남긴 추억은 내게 삶의 온기를 전해주는 유산이다. 한 조각의 인절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남긴 사랑이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정성이다. 그것은 지금도 나를 지탱 해주는 힘이다. 나는 오늘도 아버지를 떠올리며 인절미 한 조각에서 삶의 소중함을 곱씹는다. 인절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자, 아버지가 남긴 가장 따뜻한 유산이다.
<심사평>
김정자의 「아버지와 인절미」
상수가 좋은 소재인 이유
백남경
수필의 3가지 구성요소는 소재, 주제, 형상화이고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문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번호 신인상에 응모한 김정자의 글 「아버지와 인절미」, 「사랑, 그리고 상처가 남긴 시간」, 「작은 손길, 큰 행복」은 수필의 소재를 놓고 이야기하기에 좋은 텍스트들로 생각된다. 수필을 구성하는 이들 요소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소재 역시 다른 구성요소보다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우열을 가릴 수 없고, 그렇게 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수필의 소재가 ‘아버지’나 ‘어머니’라면 독자로서는 일단 식상할 것이다. 진부한 데다 뻔한 내용이고, 예찬 일색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 특히 등단의 문을 두드리는 예비 수필가 입장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건너뛰고 시작하기란 어렵다. 더욱이 수필은 허구나 상상이 주된 재료가 아니고, 체험(경험, 삶)이 주된 재료가 아닌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면서 부모 이야기를 뺄 수 있을까. 보통명사로서 아버지는 진부할 수 있겠으나 고유명사로서 아버지는 절대적이고 특별한 존재다. 평자는 이런 맥락에서 김정자의 신인상 당선작인 「아버지와 인절미」를 소재 중심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김정자는 우선 수필의 소재를 포착하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소재는 “나 잡아 봐라” 하고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이른 봄날 돌담 사이에서 목을 뽑아 올린 새싹처럼 어떤 것의 틈새에 있거나 숨어 있다. 혹은 무의식의 저 밑바닥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겹겹이 개켜져 있어 의식의 세계로 끄집어 올리는 일도 쉽지 않다. 발견과 발굴이 중요한 이유다.
화자는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인절미’를 ‘객관적 상관물’로 가져와 ‘알레고리’ 기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문학적 장치를 했다. 만약 이런 장치가 없다면 문학성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문학적인 글에는 어떤 방식이든 문학적인 장치가 요구된다. 수필에서 문학성을 제고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찹쌀 농사를 짓고 어머니가 인절미를 만든 일련의 과정에서 전 가족이 등장한다. 인절미는 가족의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정성이었고 온기였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한 번은 아버지 몫으로 남겨둔 인절미를 동생이 몰래 먹은 적이 있었다. 화자는 그날 동생 대신 혼이 났다. 그 일을 알게 된 아버지는 웃으시며 “괜찮다. 먹고 싶으면 다 먹어도 된다”라고 했다. 화자는 그때 아버지의 반응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꾸지람은커녕 오히려 감싸주시던 담요 같은 그 따뜻한 마음을.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던 거다.
세월이 흘러 이제 아버지는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 가을마다 논을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사진 속에만 남아있다. 그러나 가끔 찹쌀로 만든 인절미를 먹을 때면, 아버지가 손에 인절미를 들고 환히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남긴 추억은 내게 삶의 온기를 전해주는 유산이다. 한 조각의 인절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남긴 사랑이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정성이다. 그것은 지금도 나를 지탱 해주는 힘이다. 나는 오늘도 아버지를 떠올리며 인절미 한 조각에서 삶의 소중함을 곱씹는다. 인절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자, 아버지가 남긴 가장 따뜻한 유산이다.
수필에서 소재 선택은 함수식 y=ax+b로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x는 독립변수, y는 종속변수이고 a, b는 상수다. 예컨대 근로 시간(x)을 늘릴수록 소득(y)은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행위자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상수(a, b)는 의지와 노력 밖의 문제이다. 아무리 근로 시간을 늘리려 해도, 가령 건강 등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갖은 애를 쓰며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상수다. 가정환경도 오지의 고향도 궁핍도 문맹의 부모도 지병이 있는 신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라면 상수다.
아버지도 상수다. 다만 이 글에서 아버지는 긍정(+)의 상수다. 그때 아버지는 사랑이었고, 지금은 작가에게 살아갈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버지가 남긴 가장 따뜻한 유산이 되었다. 이처럼 수필의 소재는 변수(變數)보다 상수(常數)가 좋다. 자랑질이나 성공담(변수)보다 운명(상수)을 부여잡고 맞서는 몸부림에 독자는 공감하기 때문이다. 좋은 소재는 좋은 주제로 이어져, 결국 좋은 수필을 아웃풋 하게 된다. 김정자가 쓴 수필의 글감은 모두 좋은 소재들이고, 좋은 주제들로 생각된다. 첫사랑의 상처와 교훈(사랑, 그리고 상처가 남긴 시간), 봉사의 의미(작은 손길, 큰 행복), 아버지의 사랑(아버지와 인절미)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했다. 좋은 글감을 소재로 삼을 때 좋은 수필이 된다는 사실이, 김정자의 글에서 재확인되고 있다.
『에세이스트』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 특히 온갖 숨탄것들이 대지를 간질이는 봄날을 맞아 수필가로 등단하게 되었으니 더욱 축하할 일이다.
첫댓글 아버지와 인절미를 잘 표현한 글 감사드립니다 ᆢ 저도 아버지인데ᆢ 이런 추억을 자식에게 남길 수 있을지ᆢ 저자의 아버님이 더 존경스럽습니다 ᆢ 심사평도 참 좋은 가르침이 담겨 고마웠습니다 ᆢ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리옵고ᆢ봄날에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