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
최 화 웅
가을 들어 저는 인문고전대학에서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공부하면서 내가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책과 자료, 그리고 몇 편의 영화를 보면서 삶과 죽음, 그리고 신념과 열정을 살폈습니다. 오뒷세우스가 트로이전쟁의 출전으로부터 귀향에 이르는 20년간의 이야기가 스토리의 전부입니다. 그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면서 맞닥뜨린 신과 훼방꾼들과 치른 고난의 여정을 소개했습니다. 덤으로 <길가메시 서사시>를 통해 기원전 3천 년경 엔키두와 우룩의 왕 길가메시가 자연과 문명의 공간에서 겪는 전쟁과 모험, 갈등과 우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옛 동료기자 정일근 시인은 <윤이상 기념관에 드리는 시>에서 “집은 돌아오는 곳이다. 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떠났다가 돌아오고 죽어서도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라고 표현했고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제1신에서 “아직은 미명이다. 강진의 하늘 강진의 벌판 새벽이 당도하길 기다리며 죽로차를 달이는 치운 겨울, 학연아 남해바다를 건너 우두봉(牛頭峰)을 넘어오다 우우 소울음으로 몰아치는 하늬바람에 문풍지에 숨겨둔 내 귀 하나 부질없이 서울의 기별이 그립고, 흑산도로 끌려가신 약전형님의 안부가 그립다.”고 우리를 울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출향과 귀향은 한 궤도(軌道)에서 이어집니다. 전장에서 명예와 목숨을 맞바꿔야 하는 장정이나 홀로 변방에 유배된 선비, 사나운 파도에 지친 선원들의 번민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금정산 기슭 산마을로 이사한 지 이태 만에 다시 광안리 바닷가로 돌아갑니다. 이번 새 아파트는 분양절차를 거쳐 오랜 기간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지금도 명절이면 꼬리를 무는 귀성인파와 매일 같은 북새통의 출퇴근길, 그 생존경쟁이 또 다른 삶의 서사시를 펼칩니다. 그 속에서 등장하는 고난의 오뒷세우스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닐까요?
기억하십니까? 지난 70년대 ‘산이슬(박경애, 주정아)’은 한 편의 동화를 속삭이듯 ‘이사 가는 날’을 노래했습니다. 그 노래는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심성을 울리며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이사 가는 날’은 누구에게나 가슴에 남은 만남과 이별의 감정입니다.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이 노래는 우리가 어린 시절 꼭 겪었을 것만 같은 아련한 꿈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 노래는 어린 날의 감성과 옛 사랑의 그리움이 밑도 끝도 없이 되살아나 영혼을 흔듭니다. 순간 저는 노래 속의 뒷집아이 ‘돌이’가 되어 가던 길을 멈춥니다.
이사를 가면 저에게 몇 가지가 이로워집니다. 투석치료를 받는 병원을 걸어서 다닐 수 있고 저의 선방(禪房)인 서재가 다소 넓어지고 창으로 바다와 산을 두루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77년 여름 엘사가 큰아이 사비나를 낳고 그레고리오를 가진 만삭의 몸으로 이사했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이사로 무엇보다 성당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점이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이제 40년 가까이 살았던 고향 같은 옛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지난주 엘사와 함께 입주자 사전방문을 다녀왔습니다. 그날은 마침 투석을 받는 주말이라 병원에 앞서 들렸습니다. 집을 둘러보고 에어컨 설치와 입주청소를 예약하고 입주할 날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 머물러야할 서재 창가에 서서 바깥세상을 하염없이 내다보았습니다. 서남쪽으로 광안대교가 술래잡기하듯 드문드문 보이고 북서쪽으로는 황령산과 금련산 능선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안고 창문 가득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물을 뿜는 분수와 잔디 광장, 조각공원으로 이어진 산책로가 보였습니다. 내년 여름 손녀 리아가 오면 함께 어울리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대자가 책상을 엘사가 의자를 마련해주겠다고 합니다. 대신 책장은 손때 묻은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새 아파트의 너비는 지금 사는 집과 비슷하지만 게스트룸이 있는 공간배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급격한 변화가 싫은 저의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한결 편안합니다. 집과 아내는 정들고 익숙해질수록 집착과 구속을 벗어나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부터 저는 캠퍼스 산책길과 온천성당 가는 길, 그리고 창으로 내다보이는 눈 익은 정경들과 이별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무지개길을 올라서는 길섶의 작은 단풍나무와 정학관 뜨락의 로즈마리, 수줍은듯 중얼거리는 제 2사범관의 인사말 ‘Ich Liebe Dich'와 발걸음소리에 놀라 숨바꼭질을 하는 개울의 어린 물고기들, 잘 생긴 나무가 터널숲을 이룬 산책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성당마당의 하늘복숭아나무와 청수발보리통 보리밥집, 그리고 수가화랑과 평일미사를 오가는 금강공원길이 새삼 발길을 막아섭니다.
동트는 새벽과 해질녘 산사에서 예불을 이끄는 종소리 나직이 들리고 목요일 아침이면 정겨운 양파할아버지의 외침이 메아리칩니다. 묵상하며 기도하는 길. 겨울에는 북풍한설이 흩날리고 봄이면 꽃길 뒤로 여름 내내 뙤약볕을 지켰던 소정마을 고샅길과 텃밭에는 어느새 늙은 나뭇잎이 떨어져 구릅니다. 하늘아래 펼쳐지는 모든 것은 시기와 때가 있나 봅니다. 지구는 둥그스름해 우리가 한쪽으로만 나아가면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처럼 꿈과 죽음이 한걸음씩 내게로 다가옵니다.
이사 가던 날
계 동 균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 어릴 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 어릴 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헤어지기 싫어서 헤어지기 싫어서
헤어지기 싫어서
첫댓글 아름다운 집으로 이사하심을 축하합니다.
양파할아버지 얘기 나오니 동화가 생각납니다.
그 주제로 동화 한 편을 썼거든요.
강화는 많이 춥죠?
양파할아버지를 모티브로 쓰신 동화를 읽고 싶습니다.
내년 4월을 위한 준비의 첫걸음이 순조롭습니다.
티노씨의 겨울도 궁금하군요.^^*
"이사 가던 날" 노래가 흥얼거려지네요.
이사 날이 정해지셨군요.~
다른 환경으로 옮겨가셔서 얼마나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주실지 기대하고 있을께요.^^
가을은 지나서 겨울이 성큼 다가섰군요.
엘사는 '나노피아2014'에 참가차 귀국한 아들 그레고리오에 엎어져서 지내구요,
그동안 저는 브레드 피트의 '트로이'와 '트로이의 헬렌', '율리시즈'와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기
'더 트로이'를 구해 보고 <일리아스 오뒷세이아>관련 서적 10여권을 읽느라고 집중해 지냈습니다.
그동안 저의 건강이 좋아지고 리아는 몰라보게 자라서 이야기의 상대가 되었답니다.
올겨울에는 단테의 '신곡'을 다시 공부하려구요.
사비노, 클라우디아와 미카엘에게도 안부 전합니다.^^*
어릴적 살던 시골집 풍겨이 생각나네요^^탱자나무 울타리집^^
맞아요.
우린 어릴 적 나무울타리와 고샅길이 기억에 남아 있죠!
그 아름다운 정서와 동심이 오늘을 있게 하는지 모릅니다.
가을날 잘 보내시고 곧 다가올 대림시기에 주님의 크신 은총 받으십시오.^^*
국장님 축하합니다. 가까이 오신다니 반갑습니다. 건강 하시길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까이 간다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아닐까요?
기회 되시면 타데오 신부님 찾아뵙고 미사도 함께 봉헌했으면 합니다.
추위에 부디 건강하십시오.^^*
@그리움 국장님 타데오신부님 멀리 몰운대성당으로 가시고 지금은 정영한 루도비코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찾아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명금당 예, 정영한 신부님이 망미성당으로 가셨군요.
앞으로 망미성당의 성가와 성서교육이 기대됩니다.
저는 정 신부님께서 가톨릭대 총장과 덕계와 화명에 계실 때 몇 차례 만나뵈었답니다.
참 좋으신 신부님이세요.^^*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정겨운 노래가 흥얼거러지는 짙어가는 추위도 느끼는 가을 끝자락^^* 돌이가 되신 그리움님! 그곳에서도 많은 아름다움,힘듬,멋지고 맛있는 글도 나온 곳~새로운 곳에 가셔서도 무한한 모든 열정으로 더 멋진 삶 펼치시리라 믿어요더~더두분새로운 집에 주님평화 건강,행복이 기득히 깃드시길 기도속에 기억할께요~♡~ "God with us!!"
차사랑님! 잘 지내시죠?
커피가 제맛을 찾을 땝니다.
틈봐서 한번 미카엘 형제님이랑 함께 내려오세오.
깔끔한 게스트룸을 마련했습니다.^^*
드디어 이사를 가시는군요.정들었던 온천성당 가시는 길과 캠퍼스의 산책길과 이별을 하시네요. 주변 환경이 참 좋아었는데요.새로이 둥지를 트시는 광안대교가 바라보이는 새집으로 사도요한과 날 잡아서 가겠습니다.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장전동 대학촌은 금정산과 젊음이 있었는데
광안리 바닷가는 황령산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사도요한은 이곳이 더 마으에 들 것이예요. 마음 내키는 날 쉬이 오세요.
항상 게스트룸은 활짝 열려 있으니까요.^^*
전 항상 광안리바닷가를 끼고
해운대로 갑니다.^^
시시각각 늘, 다른색으로 넘실대는 바다가 좋아서죠.
새 보금자리에 좋은기운이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광안리 해변도로가 아름답죠?
틈나시면 광안리 해변에서 토마스씨에게 돌맹이 하나 던져보세요.
그 사랑의 파문이 미분 미분된 끝에 수빅해안까지 기어이 전해질겁니다.^^*
@그리움 아기토비님과 저를 헷갈리시는군요.^^
같은 비비안나이기도 합니다. ㅋ
@비비안리 미안합니다.
착각을 일으켰나 봅니다.
용서하십시오.주의하겠습니다.^^*
해운대로 가까이 이사오심 축하드립니다. 장전동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셔서 새롭게 느끼게 해주셨는데 정든 곳 뒤로하시고
광안동에 둥지를 트셔서 광안의 새 시대가 기대됩니다. 병원도 가깝고 조망이나 여러 여건도 좋은 것 같아 생활하시기 좋은 것 같네요. 새집에서 두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릴께요.
광안동은 저희들이 살든 곳이예요.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든 곳 뒤로하고 새로운 곳으로 가시는가 봅니다.
성당도 병원도 가깝다하시니...그 점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4월까지 마음준비 잘하시고, 바다가 보이는 멋진 곳! 부산의 자랑인 광안리로
잘 이동하시길, 건강도 더 좋아지시길 기원합니다...^^
다음달부터는 병원과 성당을 걸어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4월의 물맑은 봄바다와 푸르름을 되찾은 산등성이가 더욱 아름다울테죠.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시는군요~
새집에서 건강을 되찾으시길 빕니다^^*
안젤라 자매닙! 그동안 잘 지내셨죠?
가을이 깊어 벌써 초겨울입니다.
저는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성당과 병원이 가까운 곳에서 건강회복에 힘쏟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오랜만에 까페에 들어오니 이사하신다구요? 제가 어깨수술을 갑자기 하여 입원 중입니다. 캠퍼스를 가까이 둔 2년 동안의 보금자리를 떠나 추억이 담긴 곳에서 새로운 둥지를 만드시는군요. 두 분 모두 건강하세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군요.
경주 가는 차 안이라 통화를 길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몇 달 전부터 왼쪽 팔고 어께가 불편해서 진단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미루지 않고 잘 하셨어요.
퇴원하시면 부산으로 한번 오셨으면 합니다.
빠른 쾌유를 기도합니다.^^*
이사를 가시는군요. 저도 이때까지 이사를 3번 했는데 한번 더해야하는데...
투석을 받으시느라 힘이 드시겠지만, 다른 병이 낳는 좋은 점도 있는것 같아요. 우리 외숙모님이 일주일에 3번
투석을 받으시는데, 심한 당뇨가 투석을 하면서 정상이 되시는걸 보았거든요. 아무쪼록 건강 잘 챙기시기를
기억합니다.
녜, 나마리아님!
저도 투석 이후 체중과 혈당, 그리고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습니다.
음식에 신경을 쓰니까 종전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담배는 이미 50대에 끊었고 그 좋은 술은 아직껏 미련이 남습니다.
주치의가 와인과 소주 한두잔을 허용하지만 그게 마중술이 될까봐 아예 안 마시죠.
투석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자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삶의 현장입니다.
기회되시면 마음 편하게 부산도 한번 다녀가세요.
고맙습니다.^^*
새보금자리에서 더 건강해지시고
주님안에서 더 큰 영적 기쁨으로 평화
가득한 나날되시길 기원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님파님의 염원처럼 영적 도전과 투병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God with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