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영웅 한주호 준위
2010. 3. 31일 오후, 진해만의 드넓은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군기지사령부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연병장을 가로질러 특수전 여단 2층 한주호준위(53세)
의 사무실에는 한 준위를 비롯한 소속 장병들의 직제표와『불가능은 없다』는
특수여단의 모토와 같은 한준위의 좌우명이 선명하게 걸려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조용했고 금빛 준위 계급장이 달린 베레모와 전투모가 창밖을
바라보며 돌아올 수 없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책상에는 흰 국화다발과 출동 직전 출력했음직한 천안함 탑승 장병들의
관등성명과 직책이 기록된 A4용지 3장이 놓여 있었다.
1>, 숙명과 같은 사명감
사흘 전(28일) 그는 이 명단을 들여다보면서 침몰된 천안함에 갇혀 있을 아들과
같은 또래 장병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캄캄한 물 밑에서 구조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후배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오직 자신이 담당해야 할 숙명처럼 가슴
밑바닥에서의 애잔한 사명감에 잠수복을 챙겼다. 그리고 진해에 있는 아내에게
『배에 들어왔다. 바쁘니까 내일 전화할게!』말만 남기고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천안함 침몰 현장 백령도 해역으로 출동 했던 것이다.
2>, ‘UDT의 전설’
그는 1975년 2월 특전 27차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하여 미 해병 단기 과정을 수료한
후 35년간 UDT 베테랑으로 해병단 수중파괴대(UDT전신)소대장, 특수전여단 대
테러담당, UDT/ SEAL소대장, 폭발물 처리대 중대장, 등을 거쳤고 특수전 여단에서
18년간 교관으로 복무하며 특전 초급반 18개 차수, 중급반 8개 차수, 고급반 4개
차수, SDV과정 5개 차수, 해상 대 테러과정 5개 차수, 폭발물 처리과정 등을 지도했다.
UDT/ SEAL 대원 대부분이 호랑이 교관인 그에게 혼쭐이 나고
그리고 따듯한 격려를 받았다.
UDT가 그였고 그가 UDT였다. 그를 ‘UDT의 전설’이라고 하는 것이『불가능은 없다』
라는 의지만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다.
그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과 이동표적 사격술 등 끊임없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며『국가와 전우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항상 솔선수범했던 그였기에 UDT의 전설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어떤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완수한다는
자신감과 열정이 그 근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3>, 그의 열정/ 전우애와 희생
바닷물 수온 3도에서는 20분을 견디기 어렵다하며 바닷 속에서는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수압이 증가하므로 높아진 압력에 질소가 산소와 함께 혈액에
녹아들면서 시각장애와 무의식 등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하는 질소마취와
산소중독이 나타나기 때문이라 한다.
특히 사고 해협은 유속이 빨라 유속 5노트라면 태풍에 몸이 날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잠간의 실수로 순식간에 수백미터나 밀려가 조난 당하게 된다는 게
구조대원들의 설명이다. 미군 특수부대 수칙은 하루 1번 이상 잠수하지 않으며
잠수 후에는 반드시 회복을 위한 장비로 충분히 관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한 준위는 사망 당일 2시간이나 무리하게 물속에 들어갔고 충분한
회복관리도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육군중위로 복무하는 아들과 마지막 통화에서『많이 힘들고 춥다』고 하여
『그만 하십시오』하니『바닷 속 후배들이 구조를 기다린다.』고, 조국과
해군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고, 2012년 전역을 앞둔 군 생활 35년째인 53세의
노병인 그가 빠져도 사실 아무도 탓할 사람이 없었지만『경험 많은 내가
아니면 누가 가겠는가』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구조 작업에 자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물에서 올라 올 때는 수압과 산소 결핍으로 호흡을 멈춘 채 얼굴이
퉁퉁 부은 차가운 모습으로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군인 중의 군인, UDT의 전설, 한주호 준위는 이렇게 조국을 대한 사명과
후배들을 향한 전우애로 그 열정의 숨을 거두고 말았다. 늘『솔선수범하라』
『군인인 아들에게 아버지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조를
지키며 하루 잠수하면 이틀을 쉰다는 안전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흘
연속 잠수하며 자식과 같은 사랑하는 후배들을 구하려다 결국 그렇게
그가 평생을 지배해 온 바다에서 그 열정의 생을 마쳤다.
4>, 그는 이 시대의 영웅이다
그의 투철한 군인정신, 사명감, 부하를 사랑하는 전우애, 그는 영원한 UDT로
남기를 원했다. 1년 후 전역하여 누릴 안락한 노후를 거절한 것이다.
진정한 군인의 길이 무엇인지 진정한 프로군인이 무엇인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후배들과 국민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뇌물로 얼룩진 정치인들,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집단 이기주의
양극화의 국론 분열에 앞장서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껄이며 권력과 부를
추구하는 이시대의 소인배들을 향해 조국과 나라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똑똑히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 모두를 가슴 저리게 하고 감동의 뜨거운 눈물을 쏟게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고귀하게 순교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어린 나이에 만세 운동을
선도하다 순국한 유관순열사처럼, 아니 안중근의사처럼 이 번영의 시대에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보석같은 교훈을 가르쳐 주고 떠났다.
고 한주호 준위, 그는 이 시대의 영웅으로 ‘UDT의 전설’로 민족의 가슴속에
기억될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그는 죽지 않았다. 다만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다.
결국 그는 많은 사람을 구한 것과 다름없다.
현역, 예비역, 공무원, 정치인, 기업인 등 온 국민들이 그의 가르침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를 보면서 그를 느끼면서 그를 닮아가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가 성숙한 애국심으로 희생과 섬김의 품격을 갖춘
나라가 되어야 한다.
2010. 4. 3일 박승학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