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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간 산행기
일 자: 2014. 5. 18 (일)
산행구간: 1구간(상원사주차장 – 두로령 – 두로봉 – 두로령 – 상왕봉 – 비로봉 – 적멸보궁 –사자암 -상원사 주차장)
산행시간 : 09:00 – 18:00 (9시간: 점심시간 50분 포함)
산행거리 :약17 km
참가자 : 27송기훈, 27이수룡, 29권효식(부부동반), 29오창환, 35전부순, 70최원기 (총 7명)
이동 : 승용차 2대
[또 다른 시작]
근간 들어 종주대의 산행 참여도가 그리 활발하지 않아 한강기맥 종주는 과연 몇 명이나 참여를 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 여러 회원들과 의견을 나누어보니 설령 두어 명이 참여하더라도 진행하자는 의견이 있어 힘을 내어 계획을 세워 본다. 그래, 두어 명이면 어떠한가 한 명이라도 참여자가 있다면 산악회로서는 산에 가야 할 일. 참여희망 인원을 대략 가늠해보니 대여섯 명은 될 것 같다. 버스로 한 차 가득 왁자지껄하게 산행을 하는 것 보다는 예닐곱 명이 오붓하게 산행을 하는 것이 더욱 알차고 산행의 즐거움이 실하게 있음에 내심 안도를 한다.
지난 3월에 한남정맥 종주를 마치고 한 달을 쉬었다. 밀린 일도 많았거니와 기실 대중교통 이용하여 접근하고 귀경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한강기맥 1,2 구간을 어떻게 요리할까 도무지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답자들은 무박산행이나 대절버스를 이용한 새벽산행 등으로 30 여 km에 달하는 장거리를 소화했는데 우리네의 사정은 그렇지 않으므로 부득이 1구간을 2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하는 차선책을 택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1구간은 오대산 일주 산행이다. 오대산이란 명칭은 연꽃모양으로 둘러선 5개의 봉우리가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다는 데서 유래한바 비로봉(毘盧峯 1564m), 동대산(東臺山 1434m), 호령봉(虎嶺峰 1042m), 상왕봉(象王峰 1493m), 두로봉(頭老峰 1422m)이 바로 그 다섯 봉우리이다.
금요일 오후, 올해 졸업한 70최원기 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선배님, 오대산 종주산행에 따라가도 돼요?”
‘거럼~! 너도 이제 OB 아니냐. 같이 가면 당연 좋지~!~”
출발 당일인 일요일 새벽 3시 50분, 다시 원기로부터 전화가 왔다.
“암벽장비 갖고 가야 해요?”
“허이구, 아니야 아니야~! 그냥 물병 하나만 갖고 와라~”
부끄러움을 잘 타고 여간 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원기, 원기가 종주산행을 따라 오겠다고 자진해서 손을 들다니 천지가 개벽할 일이고 새파랗게 젊은 후배가 참여를 하니 종주대의 미래가 밝게 빛나는 것처럼 느껴져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아침 여섯 시, 집결지인 잠실나루역에 모인 대원들은 모두 7명. 차량 2대에 분승해서 들머리인 오대산 상원사로 힘차게 출발한다.
[시작부터 깔딱고개]
오전 9시,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신나게 달려 3시간이 채 안되어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장비를 점검하고 첫 발을 뗀다. 이제 우리는 구불구불 휘돌아 오르는 임도를 따라 무려 7km를 걸어야 한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니 도중에 휘도는 임도를 가로 질러 오르는 길이 있다 했다. 30여 분 만에 그 샛길을 발견하고는 산길로 들어 선다. 계곡따라 졸졸 흐르는 맑은 물길 옆으로 인적이 드문 산길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그러나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엄청난 각의 샛길을 숨 넘어가듯 깔딱거리며 오른다. 종주산행 처음부터 소위 빡세게 걷는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서 그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우거진 숲 그늘 속을 가고 있다. 신록의 계절 초입이라 싱그러운 풀 향기가 코 속에 가득하고 고도를 높임에 따라 더욱 시원해지는 산의 공기. 숨은 턱밑까지 차 올라도 모두는 산향(山香)에 취해 즐겁기만 하다. 10시 30분, 깔딱고개를 1시간 만에 돌파를 하고 다시 임도를 만났다. 무려 1시간을 절약했다.
널찍한 임도 따라 10분을 더 걸으니 톡 쏘는 듯 청량한 감로수로 유명한 미륵암(彌勒庵)을 만난다. 미륵암이 자리한 곳이 바로 북대(北臺). 오대산에는 다섯 개의 대(臺 -평평한 땅)가 있는데 조사해 보니 북대(미륵암-상삼대), 중대(사자암-지공대), 남대(지장암-기린대), 동대(관음암-만월대), 서대(수정암-장령대)를 五臺라 한다. 이곳 북대에서 잠시 휴식.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또 물병에 가득 채우고 두로령으로 향한다. 20여 분만에 닿은 두로령, 여기서 우리는 두로봉까지 왕복을 해야 한다. 산행 중 같은 길을 왕복한다는 것이 꽤나 귀찮은 일이지만 한강기맥의 시발점부터 발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상원사 주차장에서
임도부터 시작한다
들머리 임도는 크게 휘돌아 나간다. 임도따라 걸으면 약 2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
그래서 샛길로 빠져 바로 치고 올라 가기로
생각외로 가파른 깔딱고개. 초장부터 힘빼기 기합을 주는 오대산.
허리통증을 무릅쓰고 온 창환. 그래도 성큼성큼~
햇볕은 따갑지만 다행히 숲길을 걷느라 시원하기만 하고
바위 사이를 걷는 재미도 쏠쏠~
이제 깔딱고개도 막바지인가봐?
드디어 깔딱고개를 통과하고 시원하게 웃는 창환
상왕봉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길목에서
그러나 우리는 두로봉 방향으로 돌아 가야한다.
결국 북대사 미륵암을 만나고
뒤켠 감로수 물맛이 최고~!
[처녀의 허리를 밟고]
두로봉으로 가는 능선길의 경치가 일품이다. 아기자기하게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길을 걷다 보면 곧 거목 군락이 나타나고 쓰러진 거목을 타 넘고 나아가면 처녀 허리 같이 가냘픈 오솔길이 배배 꼬이며 살며시 이어진다. 우로는 평창의 내노라하는 산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고 좌로는 홍천의 깊은 골들이 이리저리 뻗어 있는데 능선의 고도가 높아서인지 그 골의 깊이가 더욱 깊어 보인다. 길은 가히 환상적이다.
12시 정각, 두로령을 떠난지 40여 분만에 우리는 백두대간 분기점인 두로봉에 닿았다. 점심 때가 되었으나 날파리 같은 벌레가 많기에 다시 두로령에 되돌아 가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다시 두로령을 향해 경쾌하게 발을 옮긴다. - 뒤로 보이는 건물이 북대 미륵암
곧 만나는 두로령 돌비석 -두로령을 넘어가면 홍천군 내면으로 길은 이어진다.
지금은 차량통행 금지이지만 수 년전 이 길을 지프차로 넘어간 기억이 새롭다.
두로봉 초입에서 안내판을 확인하고 길은 처녀의 S라인처럼 예쁘게 휘어져 나간다.
길이 꽤나 멋지고 재미있다.
두로령 정상에서 - 여기가 백두대간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다시 되돌아 오는 길 - 신록의 푸르름으로 엔돌핀이 팡팡 솟구친다.
[곰취에 취하여]
12시 50분, 오늘 식탁이 뷔페처럼 다양하다. 한 번 꼽아볼까? ‘햄버거, 김밥, 라면, 우동, 백반, 돼지고기 두루치기, 호떡, 수제 김, 계란말이, 잘 익은 총각김치 등등’. 여기서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등장한다. 바로 야생 곰취쌈 정식~!
먼저 식사를 하던 다른 일행이 건네 준 곰취 한 다발. 오늘 산행 중에 뜯어 온 곰취라며 된장 두어 숟갈까지 덤으로 퍼준다. 백반 한 술을 곰취에 싸서 된장을 쓱쓱 발라 한입 베어 무니 입안에 가득 번지는 취나물의 그 진한 향이란. 모두가 감탄을 하며 손을 바삐 움직인다. 여기에 각종 과일로 후식까지 들고 커피로 입가심을 하니 엄청 호사스러운 점심을 즐겼다.
시내 산채집에서 먹던 곰취와는 영판 격이 다른 자연산 곰취로 점심을 즐기고
[천상의 화원을 거닐며]
1시 50분,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상왕봉으로 가는 능선길로 접어 든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새소리가 들린다.
“홀딱벗고~!” 일명 홀딱벗고새다. 잘들으면 정말 ‘홀딱벗고’라 들린다.
수룡의 설명에 의하면, 예전에 골프장에는 이 새가 많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단다. 아마 지구환경의 변화 때문이라 해석이 된단다. 창환이 맞장구를 친다.
“맞아요, 예전에는 참 많았지요. 이 새의 본명이 검은등뻐꾸기입니다.” 창환은 참 아는 것도 많다.
길은 오롯이 하나로 이어진다, 소위 알바할 일 없는 길. 1,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를 잇는 길임에도 높낮이의 폭이 크지 않아 발치 아래로 깊은 계곡을 보며 걷노라니 마치 하늘길을 걷는 기분이다. 20여 분만에 첫 헬기장을 통과하고 이어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답다. 높은 산이라 그런지 오뉴월 뒤늦게 나뭇가지마다 싹을 틔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탄천변 진달래 꽃이 진지가 벌써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오대산 능선길 진달래는 이제서야 분홍빛 얼굴을 수줍게도 내밀고 있다.
오후 2시 45분, 상왕봉(象王峰 1493m)에 닿았다. 산행 속도는 순조롭다. 높은 봉답게 사위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내려다 보이는 산, 산 그리고 계곡, 계곡. 속세의 잡음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들, 세상은 온통 산으로만 이루어져있다는 착각이 든다. 그 적막의 세계, 그 속에는 과연 무엇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이곳에서 그런 상념을 하며 한나절쯤 누워 있으면 참 좋겠다는 욕심은 과한 것일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상왕봉을 내려서자 꿈에서나 볼 수 있는 화원이 펼쳐진다. 거대한 고목, 너른 산밭에 녹빛도 요염하리만큼 눈부신 풀들, 살짝 민낯을 내민 청초한 야생화들. 이 아름다운 경치를 눈으로 머리로 담느라 넋이 나갈 지경이다. 그렇게 천상의 화원을 넋을 놓고 30분 정도 걸어 또 하나의 헬기장에 닿은 시간은 3시 30분. 잠시 쉬고 다시 길을 걸어 오후 4시 오대산의 최고봉 비로봉(毘盧峰 1563m)에 도착을 했다.
이제 본격적인 능선길의 시작이다.
살짝 치고 오르는 초반전
능선길에 올라서면 기복이 그리 크지 않은 능선길이 길게 뻗어 있다.
능선길에는 대략 너댓개의 헬기장이 있다.
흰돌로 헬기장 고유번호를 표시한 것이 매우 신기하다는 70최원기.
1000m가 넘는 능선 상에 거목이 그리 많은 줄 미처 몰랐다.
상왕봉 800m 전.
안부에서 살짝 치고 올라가면
상왕봉 정상. 주변 경치가 일품이다.
10분도 안되어 만나는 고목. 원기가 뒤로 돌아가 머리를 넣어 보았다.
이런 멋진 거목도 흔하게 만나고
깜짝이야~! 누가 여기서 농사를 짓는 줄 알았다. 천상의 화원이라 일컫어도 좋다~!
원기는 사물에 관심이 참 많다. 무엇인가에 꽂혀 발이 얼어붙은 원기.
비로봉 전 마지막 헬기장. 멀리 보이는 봉이 비로봉이다.
경치 좋고, 날씨 좋고, 바람 좋고, 그러니 쉬어 가자~~!
[부처의 손바닥]
비로봉, 태양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Variocana에서 비로자나(毘盧遮那)가 나왔고 이를 줄여 비로라 하는데 비로자나는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지혜의 빛이 세상을 두루 비추어 가득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오후 4시의 비로봉, 과연 태양빛이 온 세계를 밝게 비추고 있다. 부처의 빛을 10여분 쬐고 하산을 서두른다. 비로봉에서 상원사까지는 내려 꽂는 길. 이정표상 거리는 약 3 km.이정표 거리가 도상거리인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구나 급한 경사길 거의 대부분에 계단이 설치되어 여간 지루한 길이 아니다. 비로봉을 내려선지 50분이나 걸려 적멸보궁에 도착했다. 적멸보궁(寂滅寶宮), 불상대신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다는 법당. 우라니라에는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첫째,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通度寺)의 적멸보궁, 둘째,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중대(中臺) 상원사(上院寺)의 적멸보궁, 셋째, 강원도 설악산 봉정암(鳳頂庵)의 적멸보궁, 넷째, 강원도 영월 사자산 법흥사(法興寺)의 적멸보궁, 마지막으로 강원도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의 적멸보궁을 말한다. 불자로서 생전에 이 다섯 적멸보궁은 꼭 참배해야 한다는데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오대산 적멸보궁을 한 번쯤은 들러보고 싶었다.
잠시 쉬고 다시 하산길을 재촉한다. 계속되는 계단길, 다음 2구간에 다시 이 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경사길에 5층으로 연달아 이어 지은 중대사(中臺寺 –사자암)를 지나 드디어 상원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40분. 거의 1시간 30분을 지겹도록 계단을 걸어 내려 왔다. 경내를 잠시 둘러보고는 애마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한다. 이미 몸은 축 쳐진 상태, 상원사에서 주차장까지 걷기도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오후 6시, 9시간 만에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 왔다. 우리는 죽어라 걸었지만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그토록 걸었던가?
아직 기운 넘치는 수룡이, “빡세다고 해서 미리 겁 먹었는데, 할만하네~!”
내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쉽다고 했다가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자너? ㅎㅎ”
9시간 동안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산행이 그렇게 끝이 났다.
비로봉 정상 - 안내판 사진과 실제 조망을 비교하는 맛이 재미있다.
정상 인증 샷~!
하산길은 내내 계단길 - 죽을 맛이다.
차라리 이런 돌계단이 낫다.
드디어 적멸보궁에. 시끄러운 여느 사찰의 스피커 독경보다 이곳 스님의 독경은 참 은은하게도 들린다.
계속되는 계단 하산길, 중대사 사자암이다.
도봉산 정취가 나는 길을 지나
드디어 상원사에 도착
오늘 산행 별거 아니네~! 괜히 겁 묵었자너~!!
[후기]
산행 중 원기는 종종 졸면서 걷고는 했다. 틈만 나면 잠을 청하는 원기. 알고 보니 녀석은 밤을 꼴딱 세우고 집결지로 왔단다. 잠자리에 들면 행여 못 일어날까 봐.
멀리 인천에서 새벽 공기를 가르고 달려온 효식부부, 첫차 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 타고 달려온 창환, 연신내에서 차를 몰고 와 상원사까지 왕복 운전을 한 부순,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하는 동기 수룡, 모두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첫댓글 한강기맥의 힘찬 첫걸음을 시작 하셨군요. 그날 저희와는 지척에 있었네요.^^ 시작 하셨으니 끝이 보입니다. 화이팅~~~
깊은 산속에서 흉허물 없는 친구들과의 산행 한달은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주마등같은 리얼 산행기를 바쁘신 중에도 집필하시며 고군분투하시는 송회장님! 고맙고요 회원 여러분! 송회장님 좀 도와줍시다
수고하셨습니다.
기훈형님 수고 많으셨읍니다. 감사합니다.
회계결산
회비입금 180,000 (30,000 x 6 : 70기 면제)
전기이월 - 18,800
차량지원 - 160,000 (80,000 x 2대)
입장료 - 21,000 (3,000 x 7인)
주차료 - 10,000 (5,000 x 2대)
저녁식대 - 94,000 (남경막국수)
잔액 (- 123,800)
즐거운 산행^^ 가려고 했는데...뭔일이 그렇게 많은지...못 했네요.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