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일본인이 소와 돼지 내장을 더 많이 먹는다. 후쿠오카 지역에는 ‘모츠나베’라는 내장전골이 있는데 대중적인 전골(나베) 요리로 가격도 전혀 비싸지 않고 흔한 후쿠오카의 명물요리다. 한국의 곱창전골과 비슷한데 매콤한 곱창전골에 비해 모츠나베는 맑고 담백하다. 소·돼지의 내장과 함께 부추를 듬뿍 넣는다.
최근 한국에는 곱창전골을 취급하는 식당이 별로 없다. 더욱이 곱창전골은 저렴한 음식이 아니다. 이에 반해 일본에는 내장전골을 취급하는 식당이 상당히 늘었다. 가격도 대체로 저렴하다. 일본 야키니쿠 식당 대부분이 호르몬(내장)을 판매한다. 한국의 고깃집이 내장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모츠나베는 한국에서 건너갔다.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징용(徵用)된 한국인들이 퍼트린 음식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후쿠오카 명문 요리학원 나카무라 대표도 모츠나베가 한국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과거 ‘호루몬(ホルモン)’은 일본인들이 재일동포를 비하하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버리는 것을 어떻게 먹느냐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일본인은 소와 돼지의 부산물 내장을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이 먹는다.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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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말 2014년 마지막 출장을 부산으로 다녀왔다. 업무를 마치고 서울행 KTX를 타기 전 자갈치 시장에 있는 <백화양곱창>에서 마지막 음식 탐방을 했다. 예전에 지인에게 소개받은 곳으로 음식을 잘 아는 그 사람은 부산에서 이곳이 최고라고 했다. <백화양곰창>은 건물 내에 내장구이를 파는 여러 점포가 스탠드 형식으로 모여 있는 곳으로, 모두 연탄을 화력으로 사용한다.
부산 가면 꼭 가봐야 할 연탄불 내장구이
주인은 육순이 훌쩍 넘은 아주머니로 연령을 끝내 안 밝혔다. 대구 출신의 인상이 고운 아주머니는 말을 너무 작게 해서 반 이상은 못 알아들었다. 주변 식당 손님들이 떠들면서 내장구이를 구워 먹어 사실 좀 시끄럽기도 했다.
가격은 300g에 2만 5000원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가격이다. 거의 삼겹살 수준이다. 서울의 유명 양대창 전문점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 양 자체도 정량 이상이다. 우리 일행 3인은 이미 4끼 정도를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다. 연기가 정말 자욱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못 버틸 줄 알았다.
양곱창이나 소스 모두 마늘을 듬뿍 넣었다. 부위는 곱창, 대창, 소창, 양 등으로 구성되었다. 부산물들은 모두 김해 도축장에서 가지고 온다고 한다. 술을 안 마시려고 했지만 소주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 음식이다. 내장이 연탄불에 지글지글 익기 시작했다. 직화작렬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소창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소창은 모양은 좀 그렇지만 독특한 식감이 있다.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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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는 절대 이롭지 않을 대창도 소주 안주 삼아 먹었다. 간장 소스의 양배추를 가끔 반찬 삼아 먹기도 했다. 고소하고 쫄깃하고 입안에서 슬슬 넘어갔다. 살코기 부위에서 못 느끼는 매력 있는 질감이 있다.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니 질리는 맛도 없다. 왜 일인들이 내장인 호르몬야키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갔다. 정말 매력 만점의 먹을거리다. 맛과 식당 분위기에 확 빠져들었다.
다만 ‘연탄불만 아니었으면’, ‘배기만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추가로 주문한 150g도 양이 넉넉했다. 후덕한 아주머니가 정량 이상으로 준 것 같았다. 배만 안 불렀으면 각 1인당 300g은 너끈할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고기도 우아하게 구워준다. 시장통 같은 분위기지만 조용한 아주머니만의 품격이 있었다.
일행 중 젊은 탐식가는 볶음밥도 궁금하다고 했지만 물주인 필자가 절제했다. 여기다가 탄수화물까지 먹으면 엄청난 칼로리 과잉이다. KTX 타기 바로 전 방문했는데 들르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먹을 때 ‘다시는 연탄 사용 식당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곳은 고생을 감수할만한 마력이 있었다. 다 먹고 나서 기차를 타기 전 방향제를 사서 열심히 옷과 몸에 뿌렸다. 그냥 탔으면 옆자리 승객에게 피해를 줬을 것이다.
지출 (3인 기준) 양곱창 300g 2만 5000원+ 150g 1만 2500원 +소주 2병 6000원= 4만 3500원
<백화양곱창> 부산 중구 남포동6가 33 식당 내 9호 051-245-3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