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4차 강원도 영월 구봉대산(2024.8.29.)
오늘은 강원도 영월의 구봉산을 다녀왔습니다. 날씨는 약간 더웠지만, 더없이 쾌청하고 좋은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법흥사에서 출발하여 1봉에서 9봉까지 차례로 넘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완주하지 않는 분들은 법흥사 일대를 탐방하거나 일주문 주차장에서 역코스로 등산을 했습니다.
약간 험한 길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첫 네 봉은 너무 쉬워서 오늘 산행은 할랑하겠다 생각했는 그것은 저의 오산이었습니다, 오르막 내리막은 물론 바위틈 사이로 지나가는 길은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5봉과 6봉은 좀 힘들었습니다. 이 두 봉은 오르지 않고 옆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저는 산행일지를 쓰야 한다는 사명감(?)에 억지로 다 올랐더니 더 힘들었습니다. 주봉인 팔봉에서 내려가려는데 회장님께서 올라오시더군요. 큰일을 당한 뒤라 항상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 가파른 길을 올라오시는 것을 보니 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회장님 축하합니다. 그래도 너무 과욕은 부리시지 말고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다녀 본 중에 가장 봉우리가 많은 산을 등산한 것 같습니다. 팔봉산도 있고, 오봉산도 있고, 삼봉 칠봉도 있는 것 같은데 구봉산은 여기뿐이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2봉산, 4봉산, 6봉산은 왜 없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우리가 오른 산을 구봉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냥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고 실제 산의 봉은 구봉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다녀보면 압니다. 오늘 코스도 이름도 없는 봉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봉이 이름 있는 봉보다 작거나 못한 것 같지도 않은데 이름도 얻지 못한 봉은 어쩌면 재수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구봉산이 먼저 이름을 얻고 다른 봉들이 이름을 얻었는지, 아홉 봉의 이름이 만들어지고 나서 주봉의 이름을 구봉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밑에서 보니 봉우리가 많아서 주봉을 구봉산이라는 이름 붙이고 이 구봉에 맞게 아홉 개 봉우리를 선별해서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봉우리 이름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제1봉((養以峰), 제2봉(兒以峰), 제3봉(長生峰), 제4봉(官帶峰), 제5봉(大王峰), 제6봉(觀望峰), 제7봉(衰峰), 제8봉(北望峰), 제9봉(閏迴峰).
봉의 이름은 아래에 법흥사가 있어서 그런지 매우 불교적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성하여 출세하고, 쇠망하고, 죽고, 다시 윤회하는 돌고 도는 불교적 사생관을 나타낸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7봉의 이름이 쇠(衰)봉인데, 모든 이름에는 좋은 의미를 붙이기 마련인데 이 봉은 사라져 없어진다는 이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쇠봉이 있어야 윤회의 고리가 연결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인생이 언제나 좋기만 하겠습니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듯이 흥하면 쇠할 때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주봉인 팔봉의 이름이 북망봉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봉을 죽어서 묻히는 곳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죽음이 인생의 가장 클라이맥스일 수도 있으니 붕망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는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봉의 이름만 예사롭지 않은 게 아니라, 이 지역이 무릉도원이라고 하니 정말 신령한 곳인 것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태어나서 죽고 다시 환생하는 여정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원한 막걸리와 도토리묵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또 차가운 아이스크림까지. 그리고 총무님의 폭탄선언(?)이 있었습니다. 회장님의 명을 받들어 10월 천봉 기념 산행에는 회비를 받지 않겠다고 하네요. 회비를 안 받는다니 좋기는 좋은데 왠지 더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1박 2일 먹여주고, 재워주고, 태워주고, 놀아주고, 그게 다 공짜라니 말입니다. 역시 목요천봉의 천봉 기념은 정말 천봉스럽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는 또 몇 분들이 거금(오십만원)을 쾌척하셔서 삼겹살 파티를 한다네요. 반찬도 싸지 말고, 아침도 대충 먹고, 화장만 예쁘게 하고(총무님이 이 말은 빼먹었어요!) 오면 된답니다. 백설기 떡도 제공된다네요.
이렇게 오늘도 멋진 하루였습니다.
한 주간 행복하게 지내시다가 영동 갈기산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기록이사님
잘보고갑니다
건강하시고
다음주 뵙겠습니다
꾸벅.?♡
감사가넘쳐나는 행복한 우리천봉산악회 ... 오늘도 아주아주 많이 행복했습니다. 늘 오늘처럼 즐겁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해주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총장님 정말 수고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