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방산이 보일만한 각도를 재면서 길을 체크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산방산이 가깝게 보일 스팟이 안보였다.
보려면 청보리밭 중앙에 파고 들어야 했다.
그 뒤의 길은 아예 바닷가길이었기 때문에 이정도 거리에서
아주 좋은 렌즈를 활용해서 뒷배경이 가까워보이게 찍은 게 아닐까 추측한다.

아쉬운대로 우리가 찾았던 산방산 청보리 스팟은 이곳이다.
밭 중앙에 들어간건 아니고 겉에 흙이 조금 패어있는 곳에 들어가서
청보리 밭 중앙에 있는 것처럼 최대한 각도 조정해서 연출로 찍었다.

제가 청보리밭 중앙에서 청보리밭을 느끼고 있는 감성으로 아주 감쪽같이 찍었다.
지금 사진상 각도 아랫부분은 완전 그냥 흙바닥들이다.


아쉽게도 청보리 완전 초반에다가
그 청보리 끝의 여문 연두빛이 있어야 사진이 이쁘게 보정이 되는데
그냥 잡초같은 초록빛들이라서 이방향에서 사진이 엄청 이쁘게 나오진 않았다.

자전거 보니까 생각나는데 자전거를 빌려서 가파도를 돌면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10분이면 된다.
가파도 밭 펼쳐지니 곳에서 자전거 타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
나중에 가파도를 다시 온다면, 자전거를 그 때는 빌리고 싶다.

청보리 밭이 바람따라셔 움직이는 게 물결치는 것 같았다.
여기서 비상이 걸린 게 산방산 청보리 스팟을 찾으면서 너무 시간을 많이 지체해서
30분 좀 넘게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올레길이 반이나 남았다.
1~2시간이면 충분히 다 돈다고 했는데 걸음이 느린 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사진찍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닌데 나는 2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여기서 포기할까 말까 하다가 이 올레길 때문에 다시 가파도를 오기엔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았다.
혼자라도 끝까지 찍고올 생각으로 동행분께 양해를 구했는데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마지막 올레길을 후다닥 갔다.

딱 내가 원했던 산방산 청보리 뷰였다.
딱 여기 중간에 들어가서 사진찍으면 좋은 각도였는데
온통 청보리밭이고 길이 없어서 들어갈 수가 없어 아쉬웠다.

여기는 가파도의 마지막 포토존이다.
지도상 올레길 마지막쪽 바다쪽에 있는 정자다.
마지막 올레길을 빨리 완주하는 게 목표여서 엄청 열심히 걸었는데
이 풍경을 보고 멈춰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제단 (짓단)
매년 정원달에 망루에서 재관 8-9명을 선정하여 2박3일 숙식하며
재물을 생으로 진설하고, 국가와 마을에 평안을 비는 제를 지내는 장소라고 한다.
제를 지낼 때 사용하는 일종의 사당인 집을 '짓단집'이라 하고
그 집이 있던 밭을 짓단집밭(제단집)'이라고 부른다.
큰 나무판으로 설명이 있는 걸 보니 중요한 공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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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궁금해서 고개를 내밀어 구경하니
넓고 멋진 재단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제를 지내는 모습을 보면 멋지고 전율이 있을 것 같다.
앞에 금지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절대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돈물깍
바닷가의 샘 끄트머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
'돈물'은 담수를 일컫는 제주지역어로,
바닷물 짠물과 대비되는 말인데, 바닷가 마을에는
소금기 없는 담수가 비교적 적지만 바닷가에서 용출하는 샘이 몇개는 있기 마련이어서
제주지역 어디나 바닷가 마을이 고히 사용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사실 원래 이런거 절대 안 찍고 그냥 휙휙 지나가는 스타일인데
두피디아에 올리려고 열심히 다 사진찍었다.
겸사 겸사 늘 선여행 후공부다.

올레길 끝무렵쪽 길이다. 보라색 지붕이 이뻐서 찍었다.

이 작은 섬에 학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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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우물
약 150여년 전에 마을주민들이 직접 우물을 파서
식수 및 빨래터로 사용할 수 있어서 상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그러나 하동에 공동우물과 뺄래터를 신설하자
대다수 상동 주민들이 하동으로 모여살기 시작하여
지금 하동에 주민들이 많이 살게 되었다.
상/하동 우물은 가파도에 매우 귀중한 장소였으며
제주도 유인도 중 유일하게 물걱정이 없는 마을이었다.
한 마을에 우물이 2개씩이나 있으니
제주도가 섬이라 물이 귀하다고 했는데
물걱정 없는 마을이라니 살기 좋은 마을이었을 것 같다.

언뜻 보아도 마을 사람들이 마실 물들을 감당할 만큼 깊은 깊이를 자랑한다.
가파도 올레길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들이 많았다.

상동포구 에서 시작된 올레길은 죽 한바퀴를 도는 게 아니라 반바퀴 돈 다음에
섬 중앙을 관통해서 올라간 후 다시 내려오는 비효율적인 코스다.
그리고 가파 치안센터에서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다시 배를 탈려면
상동포구로 올라가야 한다.
어쨌거나 배를 놓칠까봐 걱정도 하고
마지막에 좀 뛰긴 했지만 무사히 올레길을 다 돌 수 있었다.
너무 여유 부리지 말고 적당히 빠르게 돌기를 추천한다.

반전으로 아주 조금 5분정도 여유있게 도착해서 그 5분을 이용하여 가게도 들렸다.
청보리가 유명한 만큼 청보리 막걸리랑 청보리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었다.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파도 간다면 청보리 아이스크림 꼭 먹어보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쌉싸름한 맛이 중독성이 있다. 제주 카페 중에서 청보리 라떼
이후에 이런거 먹어봤는데도 맛있었다. 할미입맛이나 쌉쌀한 맛, 오곡류 좋아한다면
청보리 관련 음식들도 잘 맞을 것이다.
우도가면 땅콩아이스크림 꼭 먹는다 들었는데
일단 그 아이스크림보다는 맛있을 것 같다.
청보리라는 특성을 잘 살린 특산품으로 잘 활용한 것 같다.

청보리 막걸리도 궁금해서 챙겨갔다.
내 입맛에는 그리 잘 맞진 않았지만 동행분은 맛있었다 한다.

우당탕탕 가파도 여정을 마치고 다리 힘이 풀린 상태로
마지막 전경을 보려고 돌아가는 길도 위층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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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은 완전히 맑아져서 산방산이 너무 이뻤다.
가파도 청보리 철이 5월까지라고 하니
아직 시간이 남았다. 청보리시즌 가파도는 정말 추천한다!
가파도 청보리축제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