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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는 운전석 옆에 불룩 튀어 올라온 기어 노브 대신 전자식 변속 버튼을 발견할 수 있다. 국산차 중에 이런 변속기를 단 경우는 팰리세이드가 처음이다(사실상 내연기관 처음으로 코나, 아이오닉 EV에 적용). 수입차에서는 혼다 신형 어코드ㆍ파일럿, 링컨 컨티넨탈ㆍMKX 같은 차량이 대표적이다. 지난 6일 사전에 디자인을 먼저 공개한 8세대 쏘나타도 전자식 변속 버튼을 달았다. 일반 소비자에게 생소한 기능이다. 기어봉에 익숙한 경우라면 전자식 변속 버튼이 ‘정말 편리할까’라는 의구심을 갖을 수 있다.
갑자기 현대차가 대표 차종에 전자식 변속 버튼을 확대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내공간 설계에서 유리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기능은 2000년대 초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라는 기술의 발달로 시작됐다. 기존 유압 방식으로 변속을 하는 대신 전기 신호로 가기어 변속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의 범주 안에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스로트 바이 와이어,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프트 바이 와이어, 파크 바이 와이어 등이 포함된다.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의 가장 보편화 된 기술로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가 가장 친숙하다. 스티어 바이 와이어는 전자식 스티어링 휠(현대차의 MDPS가 이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유압 대신 전기 모터를 이용해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방식이다. 다만 완전한 스티어 바이 와이어로 진화하기 위해선 스티어링 휠과 랙의 직접 연결이 아닌 전기 신호로 랙을 제어해야 한다. 멀지않은 미래에 가능한 기술이다.
팰리세이드와 신형 8세대 쏘나타에 적용된 전자식 변속 버튼은 ‘시프트 바이 와이어’ 기술이다. 기어 변속을 전자 신호로 하는 방식이다. 버튼식 이외에도 전자식 기어봉이나 조그 다이얼 방식도 동일한 원리다. 전자식 기어봉은 제네시스 라인업이나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 기어노브를 돌리는 방식의 조그 다이얼은 재규어, 랜드로버나 니로 EV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기어 변속 방식을 전자식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전자식 변속 버튼을 사용하게 되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다. 일반적인 유압식 기어 노브를 사용하면 전자 신호가 아닌 기계적 변속을 한다. 이럴 경우 기어봉 아래로 복잡한 기계장치가 자리를 잡는다. 자연스럽게 공간 활용성이 떨어 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버튼식(전자식)을 사용한 경우는 커다란 기계장치가 필요 없다. 자연히 실내 공간을 넓게 설계할 수 있다. 일례로 팰리세이드의 경우 전자식 변속 버튼 아래에 상당히 큰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전자식 변속 버튼을 택한 신형 쏘나타도 기계장치가 빠진 넓은 센터 콘솔 같은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또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기술은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꼭 필요하다. 자율주행이 이뤄지려면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적외선과 같은 사람의 눈의 역할을 하는 센서가 필요하다. 여기에 이 정보를 모아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뇌의 역할격인 CPU, GPU의 연산 작용이 필수다. 판단한 정보를 기반으로 실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다.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2 수준이다. 완전한 자율주행인 레벨 4,5가 가능해지려면 전자신호로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가 차량 전반에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식 변속 버튼을 직접 사용한 소비자의 반응은 ‘처음에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편리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다만 주차를 할 때나 좁은 도로에서 유턴하는 등 전진과 후진을 빠른 시간 안에 반복해야 할 경우 일반적인 기어봉보다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자식 기어봉이나 전자식 변속 버튼의 경우 오조작을 방지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주행 중에 실수로 버튼을 조작하더라도 작동하지 않는다.
앞으로 출시되는 현대기아 신차는 버튼식 변속 버튼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납 공간 확보라는 이유 외에도 보다 미래형, 아니 자율주행에 근접한 자동차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