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경제학12
스라파 경제학은 참고 틀이 된다
살림경제학의 핵심 논조를 서술해 보자.
지금 단계에서는 정밀한 수식이 아니라, 논리 구조의 닮음과 차이, 그리고 실천적 함의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Ⅰ. 살림경제학은 왜 고전파적 경제학인가
: 스라파를 경유한 재정식화
한살림이 실천해 온 살림의 가격과 분배 원리는
사실상 신고전파가 아니라 고전파 경제학의 계보에 서 있다.
스라파가 복원한 고전파의 핵심
피에로 스라파는
『Production of Commodities by Means of Commodities』에서
고전파 경제학(스미스–리카도–마르크스)의 핵심을 이렇게 복원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이 가능한 조건에서 ‘형성’된다.
스라파의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다음 네 가지다.
1. 가격은 재생산 조건의 결과다
→ 기술, 투입, 임금, 잉여 배분이 먼저다
2. 분배가 먼저, 가격은 그 다음이다
→ 이윤·임금의 사회적 결정이 선행
3. 자연가격(natural price) 개념
→ 단기 시장가격이 아니라 장기 존속 가격
4. 경쟁은 파괴가 아니라 균등화 과정
→ 이윤율이 같아지도록 이동하는 경향
이 관점에서 보면,
시장가격은 진실이 아니라 잡음(noise) 이다.
Ⅱ. 살림가격은 이미 고전파적이다
한살림의 가격 원리를 솔직히 말하면 이렇다.
“우리는 애초부터 시장가격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한살림 가격의 실제 작동 원리
한살림 가격은 늘 다음을 먼저 고려해 왔다.
• 생산자가 다음 해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가
• 토양·종자·공동체가 재생산되는가
• 실무조직이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는가
이것은 정확히 스라파가 말한 ‘자연가격’ 논리다.
살림가격 = 재생산 가능 가격
문제는,
이 고전파적 가격 원리 위에
신고전파적 시장참조가 덧붙여졌다는 점이다.
Ⅲ. 시장가격 참조가 낳은 구조적 문제
시장가격은 단기·경쟁·전쟁 가격이다
시장가격은 다음의 산물이다.
• 과잉 경쟁
• 외부비용 전가
• 노동·자연의 비가시화
• 단기 유동성 압박
이를 살림가격의 ‘참조 기준’으로 삼을 때 필연적으로 다음 문제가 발생한다.
살림경제 내부에서 벌어진 왜곡
1. 가격 압박 → 잉여 소멸
• 재생산 몫이 먼저 깎인다
2. 물품 다변화 → 복잡성 폭증
• 관리·노동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3. 실무자 소진
• 잉여가 없으니 분배도 불가능
4. 지역·생산자 이탈
• 장기 존속 가격이 붕괴
이것은 운동의 실패가 아니다
이론 혼합의 실패다.
Ⅳ. 살림경제학의 분배이론
스라파를 참고해 살림경제학의 분배 논리를 정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분배는 ‘돈 나누기’가 아니다
살림경제학에서 분배란: 잉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 조건을 먼저 배정하는 것이다.
분배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생산자 재생산
(농지, 소득, 기후 리스크 흡수)
2. 실무자 재생산
(노동 강도, 인력 밀도, 학습·회복 시간)
3. 지역조직 존속
4. 그 다음이 확장·신규사업
잉여가 없을 때의 분배 원리
실무자들의 질문은 정확하다.
“잉여가 없는데 뭘 분배합니까?”
살림경제학의 답은 이것이다.
잉여가 없을수록 적정 규모와 조건으로의 축소와 재배치가 먼저다.
이는 절대 후퇴가 아니라
재생산을 위한 구조 조정이다.
구조조정은 한살림 최적화 지점의 확보다
Ⅴ. 경쟁의 재정의: 시장과 살림의 정체성 규명
신고전파의 경쟁은 가격 인하 경쟁, 탈락과 집중, 단기 효율 극대화다
살림경제학의 경쟁은 존속을 위한 경쟁, 재생산 가능한 조건을 지키는 경쟁, 붕괴하지 않는 시스템 경쟁이다
이를 스라파의 말로 바꾸면,
경쟁은 자연가격으로 수렴하려는 사회적 압력이다. 방향 설정이다.
한살림에서 경쟁이란 “누가 더 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함께 갈 수 있느냐”다. 발전해 가는가 이다.
Ⅵ. 결론: 살림경제학은 고전파의 미래다
살림경제학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너무 오래 무시되어 온 고전파의 귀환이다.
신고전파는 시장이 가격을 만든다고 했다. 시장 신호는 그 때 신이다.
고전파/스라파/살림경제학은 재생산이 가격을 만든다. 자연 인간 공동체 속에 신이 있다. 함께.
한살림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1. 살림가격의 고전파적 정체성을 자각하고
2. 시장가격의 위상을 보조 변수로 낮추며
3. 적정 축소·중단·재배치를 통해
재생산 조건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2035년까지 한살림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다.
이제
적정의 축소가 왜 진보인가를 설명하는 논리를 정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