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초심자를 위한 계율의 이해
(4) 계율의 특성
모든 종교의 율법이 그러하듯이 불교의 계율도 역시 부처님 당시 인도(印度)의 시대적 · 지역적 · 문화적 환경과 상황 속에서 제정되었다.
계율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불교 계율의 특징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면을 띠고 있다. 불자가 되는 것은 수계(受戒)로부터 비롯되는 수계는 타의(他意)에 의하여 강압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받는다. 출가(出家) 수행자가 되는 것 역시 그렇다.
스스로 계율을 지킬 능력이 없을 때는 절차에 의해 계를 버리거나 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어떤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불자의 자격을 잃게 된다. 이것을 환계(煥戒) 도는 사계(捨戒)라고 한다.
둘째, 불교 계율은 다른 종교의 율법에 비하여 계목(戒目)이나 율장(律藏)의 양이나 내용이 방대하다.
크리스트교의 십계명(十誡命)이 간단하고 일목요연한 데 비하여 불교는 5계, 8계, 10계, 48계, 250계, 348계 등으로 많다. 뿐만 아니라 계목(戒目) 하나하나가 제정하게 된 동기나 유래, 그리고 목적 등이 자세히 설해졌기 때문에 율장(律藏)의 양도 대단히 많다.
계율의 계목(戒目)이 많고 자세하여 수행자에게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나 사항을 일러 주어서 수행자를 보호해 주는 좋은 면도 있지만, 계율이 방대하고 번잡하여 계율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문제점도 없지 않다.
셋째, 불교의 계율은 유심론적(唯心論的)이요, 동기론적(動機論的)이다. 모든 행위는《사분율》에 보면 ‘범하지 않는다고 함은 칼, 몽둥이, 기왓장, 돌 등을 던졌는데 잘못 그의 몸에 맞아 죽은 것이다. 도무지 해치려는 마음의 없되 죽은 것이니 모두 범하지 않는 것이다. 또 범하지 않는다고 함은 최초에 계율을 제정하기 전과 어리석고 미쳐서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과 번뇌에 얽매인 때이니 범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여 행위의 결과보다는 행위의 의지와 동기를 중심으로 계율이 제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악은 짓지 말고 모든 선은 힘써 하며, 스스로 마음을 밝게 하면 이것이 불교이다.〔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는 칠불통계(七佛通戒)의 내용으로 어느 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고 과거 칠불(七佛)의 공통된 교계(敎戒)이다. 이것은 한때 한 곳에 국한되는 특수한 가르침이 아니고, 고금동서의 제한을 받지 않는 불변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칠불통계(七佛通戒)는 불교적 인간 행위의 근본 원칙이다.
칠불통계(七佛通戒)의 제3구 ’내 마음을 맑게 하라(自律其意,저정기의)‘는 불교 윤리에서의 선악(善惡)을 판단하는 기반을 말하는 것으로써 불교 윤리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불교 윤리의 본질적 근거는 결국 정법(正法)에 수순하는 마음, 즉 청정심(淸淨心)과 자비심(慈悲心)에 귀착된다.
넷째, 계율은 수행자가 생명처럼 소중히 지켜야 할 행동 지침이면서도 깨달음〔정각(正覺)〕을 얻으려는 방편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계율은 목숨을 바쳐서 지킬 줄도 알아야 하고〔持遮,지차〕 상황에 따라서는 버리고 범할 줄도 알아야 하는〔犯開범개〕 대승계율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승계율은 고정화되지 않고, 불교 계율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도 있고 변경될 수도 있는 융통성 있고 생명감 넘치는 지범개차(持犯開遮)의 대승적 논리를 가지고 있다.
부처님 당시에 사가타(娑伽陀)라는 제자가 어느 날 과음을 하여 세인(世人)들에게 추태를 보였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사가타는 술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알코올중독이 되어 갑자기 금주(禁酒)하니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이를 아신 부처님께서는 ’술을 먹으면 지혜 종자가 끊어지고 병이 되므로 끊으라 한 것이지 술을 먹어 약이 된다면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하시면서 술을 일단 먹게 하되 조금씩 양을 줄여 마침내는 끊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