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들이는 말슴」, 『새서방 새색시』, 아이동무사, 1935.7.23 (불수록)
이 적은대의 적은 노래책 받을 이 없어서
승천한 愛女 錫貞이의게
석정아! 너는 지금 평안히 지내고 있지. 너 있는 곧에는 세상 물건이 쓸 때도 없지. 그러나 이 땅 우에서 이 책 가운대 있는 무슨 노래던지 노래하는 소리가 들니거든 이 못난 애비의 노래로 아러다오.
너 떠난 지 다섯 주일(1935.6.16)
“너 떠나든 날 오든 비
오늘도 나리고 있다.”
1935.7.20일
地上의 있는 아비로부터
나는 음악가가 안이다. 따라서 작곡가도 안이요 연주가도 안이다. 이러한 내가 작곡집을 내여놓는다고 하는 것은 조곰 이상하다. 더구나 음악 리론가도 아니오 음악학도도 안인대 참으로 맥랑한 노릇이다. 고소와 비소가 계속으로 이러날 지경이다. 그러나 작곡이라고 하여 놓은 것 약 설흔 개가량 그중에서 여기 내여놓는 것이 스믈두 개다. 그것이 五年이란(1931∼1935) 짧다면 짧고 글세 길다면 또 길다고 할 수 있을넌지 하여간 五年 세월 동안 지어 놓은 것인대 숭전 재학 시대 과외로 맬스베리(馬斗元 氏) 先生의 친절노 매주일 몇 시간식 화성학을 공부함에서부터 시작하야 무듸고 무듼 나의 맘속 거문고줄이나마 울니는 것이 있을 때 다섯 줄과 네 간을 비러서 표한 것이 이것이다.
미리도 말하엿지만 비판적 가치 문제로 하고 이 맬노듸 가운대서 이 책을 보시는 이의 심금 울여 줄 것이 있다면(나와 같은 환경과 처지에 있엇든 이나 있는 이는 물논 울닐 것이다.) 작자로서는 기쁜 일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말 쓴 분들에게는 너욱 미안함니다. 나와 같은 似而非 作曲者가 여러분들의 가사를 사용하였음으로. 그러나 여러분의 말 쓰실 때 그 심정을 못 表現하엿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으리오. 장담코 그 점은 어느 정도까지 自信을 갖이고 있읍니다.
끝으로 이 적은 책을 만드는 대 많은 원조를 하여 주신 박병훈 씨와 염동석 씨께 사의를 표하며 방행하여 주시는 아이동무사 사원 일동에게 감사의 뜻을 말슴드림니다.
1935.7.20
柳京 한구석에서
적은대(小竹)는 올님
마두원(馬斗元, Dwight R. Malsbary: 1899∼1977)은 개신교 음악 선교사이다. 캘리포니아 스톡턴(Stockton) 출생으로 프레스노(Fresno) 초급대학과 시카고의 셔우드(Sherwood) 음악대학을 졸업한 후 1929년 미국 북장로교의 음악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되었다. 평양 숭실전문학교와 평양 외국인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김동진(金東振), 박태준(朴泰俊), 채리숙(蔡利淑), 안익태(安益泰) 등이 그의 제자이다. 1977년 강원도 홍천에서 교통사고로 소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