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는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남자가 일곱 명이나 죽었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친구도 둘이나 함께 먼저 갔다. 모두 코로나19와 관련인 듯하다. 여자는 아니고 남자 노인만 죽었으니, 코로나 영향의 피해가 남자에게 더 크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경운기 운전하며 일하던 노인이 갑자기 죽었으므로 코로나 후유증이 대단했다. 노인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체질이라 신종 바이러스에 견딜 수 없는 허약성으로 나타난다.
홍진이 기세를 떨었던 반세기 전 일처럼 어린이 아닌 이번에는 노인 남자들 수난이다. 코로나는 어린이에게는 희생이 없고 오히려 경미하다. 위험한 질병이라 그래도 어린이에게 약하니 한편 다행이다. 죽은 일곱 사람은 모두 부인이 있는 사람으로 부인들은 코로나를 이겨내고 살고 있어 퍽 다행이다. 현재 농촌에는 가족이라야 늙은 부부가 사는 집이다. 다른 가족은 모두 도시에 나가 직장 따라 독립해 사는 형편이다. 가정에 코로나바이러스 균이 생겼다면 외부에서 왔을 것이고 부부가 다 전염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남편만 피해자고 부인은 죽음을 면하는 형편이다. 여성의 체질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견디는 효과를 알게 한다.
어릴 때 자라면서 자주 보아온 일이다. 어머니는 역병이 유행한다는 소문이 돌면 대문에 금줄을 치고 골목 양편에 빨갛게 진한 황토를 뿌린다. 궂은일에 참여한 외부 사람 출입을 자중하라는 표시다. 그때는 이런 표시가 있는 집에는 상가 출입이나 문병하러 갔던 사람은 들르지 않는 풍습이다. 바이러스라는 병균도 알지 못하던 시절이다. 그래도 금줄이 드리워진 대문에는 특별한 용무가 아니면 드나들지 않는 풍속이었다. 그래서 신생아가 출생하면 금줄을 가장 먼저 설치하게 되었다. 그럴 때도 미신으로 알았으나 금방 출생하는 어린이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홍진처럼 호흡기 전염병을 막는 일은 이것보다 더 좋은 효과가 없다. 홍진은 어린이를 몰살시킬 듯했던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어머니를 교육했던 일이 질병의 예방이다. 어머니는 할머니 교육으로 이런 방법을 익혔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 정성으로 홍진을 면하고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미신이라고 팽개쳐 버릴 일이지만, 세월이 바뀌고 보니 실제 효과를 보는 과학적인 근거를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되는 일이다. 사람의 전염병은 병균을 전달하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그때도 느꼈다는 사실이다. 내가 자랄 때 우리 마을 세대수가 200호를 넘는 큰 마을이다. 그런데 나와 나이 같은 남자 친구는 나를 포함 세 사람뿐이다. 전염병에는 남자가 약한 핸디캡이라도 있는지 알 수 없다.
마을에는 공동우물을 사용함으로 퍼담는 기구로 질병이 전염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전염병에는 먹는 물은 반드시 끓여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수저와 식기도 함께 끓이는 방법을 실천하는 어머니다. 이 일도 미신은 아닌 아주 과학적인 일이다. 장티푸스가 동민 전체 생명을 난도질할 때도 우리 가족은 무사했다. 70년 전 장티푸스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어머니 하는 일이 미신 같아도 실천의 결과 미신 아닌 과학적인 근거로 나타난 셈이다. 할머니가 깨우쳐 주신 덕택으로 가족의 건강이 지켜졌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일도 순전히 어머니 노력과 정성의 덕택이었다는 사실이다. 섬세한 질병에 대한 대비를 사람들은 너무 지나치다고 비웃기도 한다. 건강 지킴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문에 금줄치고 빨간 흙을 뿌리는 방법을 미신이라고 나무라는 사람이 그때는 많았다. 특히 종교인이나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 그랬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으로 미신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과학적인 효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때 질병으로 죽어간 친구들 생각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글 : 박용 202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