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언젠가 연구원 발표 준비를 하면서 스승님과 주제를 논한 적이 있다.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받아들임(accepting)’과 ‘분투하기(struggling)’를 얘기하려고 했다. 그때 스승님이 한 가지 더 제안한 게 ‘회복’이었다. 그리고 카뮈와 니체 책만 탐독하는 내게 심리학책을 함께 읽기를 권하셨다. 결국 발표 때는 ‘부조리’만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다 쏟는 바람에 이 내용을 모두 담지는 못했다. 하지만 ‘회복’을 이해하기 위해 한 책을 구매해두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가장 최근 책, <OPTION B>이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여성리더로 인정받는 셰릴 샌드버그가 공저한 이 책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문제까지 담고 있겠지 싶어 골랐다.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포브스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2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그는 하버드대 최우수졸업,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연구조교로 근무,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경영컨설턴트로 활동, 미국 재무부 수석보좌관 역임, 구글 글로벌 온라인 판매 및 운영 부회장 역임 등 소위 말하는 ‘꽃길’만 걸어온 인재 중의 인재이다. 비극 없는 인생을 살아왔을 것만 같은 그가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을 겪으면서 예기치 않은 비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샌드버그의 친구이자 공저자인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라는 책으로 이미 한국에서는 유명한 작가이자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 교수이다. 그는 샌드버그가 고통 받고 있을 때 곁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며 여러 연구결과와 사례를 보여준다. 이 두 저자는 샌드버그가 ‘남편의 죽음’이란 고통을 딛고 일어나 회복탄력성을 키워나간 경험을 토대로 삶의 즐거움을 어떻게 되찾아야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두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건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는 것. 정혜신박사가 얘기하는 ‘치유적 건강성’처럼 누구나 회복탄력성은 가지고 있으므로, 어떻게 키워나가는지가 관건이 된다. 스스로의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하고, 외부의 지지도 필요하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는 게 먼저다. 알베르 카뮈가 얘기하는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것’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그리고는 더 고통스러운 순간에 놓이지 않았음을 감사한다. 최악인 듯 보이지만 더 나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 상황보다는 나음을, 지금의 고통이 영구적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자기연민도 역경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의외였다. 자기연민을 통해 드는 자책감이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저자는 오히려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이 아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책이므로 괜찮다고 얘기한다. 자기연민의 출발이 불완전성이 인간의 속성이라고 인정한다는 말은 크게 와 닿았다. 그리고 인간이 절대자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나중에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존재 긍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샌드버그의 비극적인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고통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제시하고 있어,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서같기도 하다.
요즘 계속 되뇌이고 있는 ‘비극’이 이 책에서도 종종 언급되고 있어 반가웠다. 비극을 겪으면서 더욱 감사하다고 느끼는 건 인생의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하고, 비극을 함께 견뎌내면 유대관계가 강화된다고도 한다. ‘비극’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비극의 진실을 일찌감치 알고 삶을 긍정했던 그리스인들이 정말 대단해보인다.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들
p. 16
데이비스는 내가 슬픔을 억누르려고 애쓸까 봐 걱정하면서 슬픔에 귀를 기울이고, 슬픔을 가까이 두며, 슬픔이 가는 대로 감정을 맡기라고 격려했다.
p. 26
우리는 부정적인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 회복탄력성의 씨를 심는다. 사람들이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을 수십 년 동안 연구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세 가지 P가 회복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P는 ‘개인화(personalization)’를 의미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으로 역경을 겪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침투성(pervasiveness)’으로, 그 사건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셋째는 ‘영속성(permanence)’으로,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p. 31
나는 오래전부터 직장에서 지지와 이해를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어왔다. 이제 직접 비극을 겪고 나니 이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직장에서 그런 광경을 바람직할 만큼 흔히 목격할 수 없다.
p. 35
정신과 의사인 친구는 진화의 법칙에 따라 인간은 관계와 슬픔에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상실과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할 도구를 타고난다고 했다.
p. 36, 37
데이브의 장례식을 이끈 랍비 냇 에즈레이는 끔찍한 상황을 맞으리라 예상하고 준비하라는 뜻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달려들라(lean in to the suck)”라고 내게 말했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린 인(lean in)’과 같은 뜻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유익한 조언이었다.
p. 45
회복탄력성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올 때, 외부의 지지를 받을 때 생겨난다. 자기 삶에 주어진 혜택에 감사하고, 최악의 상황에 달려들 때 생각난다. 스스로 슬픔을 처리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슬픔을 그대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때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실에 대한 통제권이 적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삶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더라도 바닥을 박차고 수면으로 올라와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p. 64
고통이라는 코끼리는 자기 존재를 인정받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코끼리를 무시하면 슬픔을 겪는 사람은 자신을 고립시키고, 위로해줄 수 있었던 사람은 오히려 상대방과의 거리만 넓히고 만다. 두 사람 모두 손을 뻗어야 한다. 공감하면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다. 코끼리가 사라지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나는 알아.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여. 나는 너를 염려하고 있어”라고 말해줄 수는 있다. 물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며 소리쳐 말하는 방식은 제외하고 말이다.
p. 84
자기연민의 출발점은 불완전성이 인간의 속성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연민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역경을 더욱 빨리 극복한다.
p. 84, 85
자기연민은 흔히 자책감과 공존한다. 그렇다고 과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세워 스스로 미래를 망치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다. 자기연민은 나쁜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행위자인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님을 인식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면”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자신의 성격이 아니라 행동을 탓하면 수치심이 아니라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유머 작가인 에르마 봄베크는 죄책감을 “끊임없이 받는 선물”에 비유했다. 죄책감은 떨쳐버리기 힘들 수 있지만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도록 만든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에는 더욱 나은 선택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p. 90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는 평생 자기의심과 씨름했다. … 이것이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자신이 이뤄낸 업적이나 능력을 스스로 의심하며 무능함이 밝혀질까 봐 부랑ㄴ해하는 심리 현상을 가리킨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p. 110
그는 그곳에서 외상 후 성장이 다섯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개인에게 있는 힘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삶에서 더욱 많은 의미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p. 110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라는 말로 개인의 힘을 정의했다. 테데스키와 칼훈은 니체의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고 이를 좀 더 부드럽게 표현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약하지만, 지금껏 상상해온 것보다 훨씬 강하다.” 삶이 던진 돌에 맞으면 부상을 당하고, 그때 입은 상처는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속으로 결의를 단단히 굳히고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p. 113
비극을 겪으면서 더욱 감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p. 117
하지만 외상 후 성장의 셋째 결과로 비극은 새롭고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p. 118
비극을 함께 견뎌내면 유대관계가 강화된다. 서로 신뢰하고,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고, 서로 의지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옛 격언대로 “풍요할 때는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되고, 역경을 겪을 때는 내가 친구를 알게 된다.”
p. 119
외상 후 성장의 넷째 결과는 삶에서 더 큰 의미, 즉 인간이라는 존재에는 의미가 있다는 신념에 뿌리 내린 더욱 강력한 목적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어떤 면에서 고통은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p. 120
“신을 찾거나 상위 존재를 찾는 행위는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인간 존재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점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질서와 목적이 존재해요. 그래서 우리가 겪는 고통이 마구잡이로 주어지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지요.”
p. 134
의미 없이 오로지 쾌락만 추구하는 삶은 나아갈 방향을 잃은 삶이다. 반면에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삶은 우울하다.
p. 141
우리는 나이 들면서 행복을 정의하는 기준을 즐거움보다는 평온에서 찾는다. 베로니카 고인스(Veronica Goines) 목사는 이렇게 정리했다. “평온은 움직이지 않는 즐거움이고, 즐거움은 계속 움직이는 평온이다.” 긍정적인 사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그 후 며칠 동안 기분이 유쾌하다. 인권 변호사로 일하면서 끔찍한 사건을 매일 다뤄야 하는 섀년 세즈윅 데이비스의 말을 빌리면 “즐거움은 일종의 훈련이다.”
p. 149
애덤이 회복탄력성의 원천을 궁금해하자 티모시는 부모님이라고 대답했다. 티모시의 아버지에게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리프레이밍하는 재주가 있었다.
p. 154
회복탄력성을 쌓는 기반은 아동에게 주어지는 기회, 그리고 아동이 부모‧양육자‧교사‧친구와 맺는 관계다. 우선 아동이 다음 네 가지 핵심 신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첫째, 자신의 삶에 대해 통제감을 갖는다. 둘째,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셋째, 자신은 인간 존재로서 중요하다. 넷째, 자신에게는 의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강점이 있다.
p. 177
우리는 대개 희망이란 개개인이 머리와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힘을 합해 희망을 쌓을 수 있으며, 개개인은 공유 정체성을 구축해 과거와 더 밝은 미래를 공유하는 집단을 형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