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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로 물수제비였어. 물수제비. 어찌나 물수제비를 잘 던지던지…….한번은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만들었는데 날아가던 새가 진짜 수제빈줄 알고 먹을라구 달려들다 그 돌에 맞아 죽은 일이 있었지. 그렇게 새 잡던 애가 지금은 양키놈들을 삼진으로 잡을 줄 누가 알았겠니?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너무도 진지하게 해대는 봉두.
봉두:
선생님은 그래서 그 날을 잊을 수 없단다. 소석이가 ……. 키햐. 언더스로로 돌을 던져서 멋지게 물수제비를 만드는 폼이…….어릴 때 병현이 하고 너무도 똑같앴어요. (진지하게) 소석아?
소석:
네?
봉두:
넌 무조건 야구선수가 돼라.
소석:
야구선수요?
봉두:
그래 야구선수. 훌륭한 선수가 돼서 돈 많이 벌어 갖구 엄마 병원에도 보내 드리고 집 나가신 아빠도 찾아야 되지 않겠니?
하지만 고개를 떨구는 소석. 봉두, 기묘하게 위하는 척 하며 소석을 꼬신다.
봉두: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되지?
소석:
……. …….
봉두:
야구부가 있는 도시로 하루라도 빨리 전학을 가야지. 친척은 있을 거 아냐?
소석:
(가로저으며) 없어요.
순간, 표정이 싹 굳어지다 이내 다시 다정스럽게.
봉두:
……. …….그럼 이 선생님이 도와줄께……. 어때? 너두 야구 하고 싶지?
소석:
네.
봉두:
(일어나며) 우리 물수제비 한번 해보까?
하며 돌을 집어 물수제비를 날리는 봉두. 그러나 잘 될 리가 없다. 지켜보던 소석이 일어나 멋지게 물수제비를 만든다. 과장되게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봉두. 그렇게 선생과 제자가 개울가에서 물수제비를 날리는 모습이 달빛에 반사돼 평화롭게 보인다.
# 69 마을 회관(밤)
화면 가득 분노에 찬 춘식의 얼굴이 보이고
춘식:
(단호하게) 그건 절대 안된대요.
보면, 춘식과 몇몇 학부모들이 모여서 술잔을 나누며 얘기들을 하고 있다.
춘식:
애들이 없으면 젊은 사람도 없는 거구. 젊은 사람이 없다는 건 마을이 없어지는 거나 같은 거래요.
남옥부:
그래도 아이들 장래를 위해선 선생님 얘기가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여.
춘식:
뭐가 틀린말이 아니래요? 진짜루 애들을 위하는 선생이라면 맨날 자습이나 시키고 ……. 룸싸롱 기지배 학교로 불러들이고 애들 전학 보낼 궁리한대요? 생각해 보시래요? 상식적으루 말이 되나…….
애순부:
거……. 자네 말이 좀 심하지 않나? 김선생님은 그럴 분이 아녀.
다른 학부모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한다.
# 70 회관 밖.
후레시를 들고 걸어오다 회관에 불이 켜져 있자 들어가려던 봉두. 안에서 자기 얘기가 나오자 멈칫하더니 벽에 몸을 기대고 귀를 쫑긋댄다.
소리:
(춘식의) 참나……. 제가요. 이런 얘긴 정말 안 할려구 했는데요. 김봉두 그 사람……. 서울에서 학부모들한테 돈 받아먹다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여기 왔대요.
소리:
(성만부의) 어허……. 이 사람 이거 취했어? 누가 들으면 어떡할라구 그런 막말을 해.
소리:
(춘식의) 글쎄 제가 다 들었대니깐요 형님.
소리:
(애순부의) 이 사람 이거 안되겠구만……. 그만 가서 자게.
소리:
(춘식의) 두고들 보세요, 두고 보면 알 거 아니래요?
놀라서 얘기를 듣던 봉두,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어떤 결심을 한 듯 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사라진다.
# 71 몽따쥬.
-학교-
까악~~함성을 지르며 , 술래잡기를 하는 봉두와 아이들. 술래인 봉두를 놔두고 곳곳에 숨는 아이들.교실, 어딘가 숨어 있는 애순. 조심조심 다가와 덥썩 애순의 뒷덜미를 나꿔채는 봉두. 꼼짝없이 붙들린 애순, 봉두와 나란히 앉아 어려운 수학문제집을 푼다.
-운동장-
비료부대를 접어 만든 글러브로 소석의 공을 받아주는 봉두. 오버스로우로 던지자, 그게 아니라 언더로 던지라고 시늉하는 봉두. 김병현 같이 언더로 공을 던지는 소석. 잘 던질 리가 없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공. 멍하니 있던 봉두, 그래도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라고 칭찬해준다.
-밭-
배추밭에서 배추 따는 걸 도와주는 봉두.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연신 웃으며 일을 거든다. 배추를 잔뜩 들고 트럭으로 가던 봉두, 기우뚱하더니 와르르 넘어진다. 그런 모습에 좋아라 웃는 마을 사람들. 무지 아프지만 웃으며 일어나는 봉두.
-동산-
아이들, 그림을 그리고 있고, 성만이 옆에서 지도해주는 봉두. 성만, 나무들을 빨간색, 하얀색, 초록색으로 그리자 꿀밤을 메기는 봉두.
봉두:
빨간 나무가 어딨어 이놈아……. 단풍이니까 잎만 빨갛게 그려.
성만:
(떠듬떠듬) 이 나무는요…….여름에 너무 더워서 온통 빨갛게 익은 건데…….
봉두:
(옆에 하얀 나무를 가리키며) 그럼 이건 왜 하얀건데?
성만:
음……. 이건요. 음. 겨울나문데……. 더운걸 눈으로 덮구 식히는거에요.
봉두:
(파란색 나무를 가리키며) 그럼 이건?
성만:
겨울에 너무 추워서……. 파랗게 질린거요.
봉두:
(성만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며) 넌 ……. 차라리 시를 쓰는 게 낫겠다.
-교실-
남진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봉두. 시키는 대로 안하고 엉뚱한 짓만 하는 남진. 봉두, 서울 학교에서 압수한 게임시디를 남진에게 주는 봉두. 새로운 게임시디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남진. 그런 모습을 보며 씨익 쪼개는 봉두. 이때 성만이 들어와 소리친다.
성만:
형아야……. 비석치기 할건데 빨랑 나와.
그 말에 시디를 팽개치고 신나서 뛰쳐나가는 남진. 매우 허탈해 하는 봉두. 6학년인 남옥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봉두. 아직 학교에 안 다니는 다영에게 유치원 선생님처럼 춤추고 노래하고 아양을 떠는 봉두. 삐진 듯한 얼굴로 홀로 교실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는 최노인.
- 계곡-
아이들과 어울려 고기를 잡는 봉두. 고기를 잡다 어느새 물장난이 시작되고 집중적으로 물세레를 받는 봉두. 웃으며 대충대충 하다 어느 순간 날라 온 물을 먹고 컥컥대는 봉두. 순간, 신경질이 나는지 눈이 벌개지며 달려들어 아이들을 물 속으로 쳐 박는 봉두. 그래도 좋다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옆으로 지나가는 래프팅 행렬. 그렇게 봉두와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멀리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춘식
# 72 숙소
수돗가에서 물에 젖은 옷들을 빨래하는데 다가오는 최노인. 최노인 자기만 빼고 놀러간 것에 삐졌는지 퉁명스럽게.
최노인:
나 , 인제 ……. 가도 되는가?
봉두:
네……. (학생에게 하듯) 숙제 꼭 해오세요. 안 해오면 맨 날 나머지 공분거 아시죠?
최노인:
아. 알았어. 근데. 숙제 그거 너무 많은거 아냐? 난 눈도 침침하고 할 일도 많은데…….
봉두:
할 일 뭐요?
최노인:
(둘러댄다) 화. 화초에 물두 줘야하구…….
봉두:
어르신! 어르신이 전교에서 국어 꼴등이에요. (완강하게) 요령 피우지 말고 숙제 꼭 해오세요.
입을 삐죽이며 봉두를 흘겨보던 최노인, 무슨 생각이 났는지.
최노인:
(부끄러운 듯) 저. 근데. 난 가정방문 같은 거 안 오나?
봉두:
(어이가 없다) 어르신은 정식 학생이 아니잖아요.
그 말에 매우 서운해하는 최노인. 봉두, 최노인의 표정을 보더니……. 안됐는지.
봉두:
알았어요. 오늘 저녁에 찾아뵐게요. 마침 담배도 떨어졌구.
최노인:
(금방 희색이 돌며 어린애처럼) 알았어 그럼……. 저녁 먹지 말구 와.
하곤 아이같이 신나서 걸어간다.
# 73 최노인 집(밤)
막 잡은 듯…….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다리를 뜯어, 한입 베어무는 봉두. 최노인, 흐뭇한 표정으로 봉두를 바라보고 있다.
봉두:
키햐~~맛있네……. 기가 막힌데요?
최노인:
많이 먹어.
봉두:
어르신도 드세요?
최노인:
난. 이빨이 아파서 됐어.
봉두:
어우. 그래요? 이거 혼자 먹긴 많은데…….
하며 자기 앞으로 냄비를 끌어당기는 봉두. 봉두의 눈치를 보던 최노인, 장롱에서 쭈글쭈글하고 빛 바랜 편지를 잔뜩 꺼낸다. 그 중에 하나를 집어 편지를 꺼내 봉두에게 내미는 최노인.
봉두:
이게 뭐에요?
최노인:
응. 미국사는 손주놈이 편지 보내온건데. 뭔 말인지 모르겠는게 있어서.
하며 편지지의 한 구절을 가리킨다.: …….걸프렌드 라고 적혀있는 부분.
최노인:
(부끄러운 듯) 다른 글자들은 다 알겠는데 그게 뭔지 좀…….
봉두:
아~~걸프렌드요? 이거 여자친구란 뜻이에요.
최노인:
여자친구?
봉두:
예. 영어에요.
최노인:
그럼 ……. 손주 며느리 얘길 하는 거였구먼.
봉두:
아이참……. 여자친구라구 꼭 결혼하나요?
최노인:
결혼했어……. 3년전에.
하며 흐뭇해서 다시 편지를 들고 읽어보는 최노인. 닭을 뜯다말고 뜨악해서 쳐다보는 봉두
봉두:
그럼 그 편지 3년전 거에요?
최노인:
응.
봉두:
그걸 지금 읽어요?
최노인:
응. 요즘 이거 읽는 재미에 밤새.
멍하니 최노인을 쳐다보는 봉두.
# 74 교실
칠판에 도시의 생활 이란 글씨를 써놓고 수업을 하던 봉두.
봉두:
니들. 솔직히 말해봐 . 도시에 가고 싶지?
아이들:
(합창하듯) 네~ 가고 싶어요~~
봉두:
(씨익 웃으며) 왜 가고 싶은데?
소석:
놀이동산 있잖아요.
남진:
피씨방도 있어서 좋아요.
애순:
백화점도 있구……. 에레베타도 있어요.
흐뭇하게 웃던 봉두, 다시 묻는다.
봉두:
그럼…….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들 도시로 전학 가고 싶지?
아이들:
(합창하듯) 아~니요.
봉두:
(표정이 굳으며) 뭐?……. 방금 도시에 가고 싶대며?
아이들:
(또 합창) 전학 가기 싫어요~.
봉두:
(흥분해서) 왜 가기 싫은데? 왜?
흥분한 봉두의 모습에, 자못 당황하는 아이들.
남옥:
그냥. 도시는 공기도 안좋구……. 개울도 없고…….
봉두:
(다른 애들에게) 그리구. 또 뭐?
아무말도 않고 서로 눈치를 보는 아이들. 그런데 이때, 1학년인 성만이 번쩍 손을 들고 말한다.
성만:
그디구요……. 전학가면……. 턴탱님도 못 보고, 우디 학교에도 못 오자나요.
아이들:
(합창하듯) 맞아요.
할말을 잃은 듯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는 봉두. 드디어 말문을 여는 아이들.
소석:
깡패두 많데요. 돈 다 뺏기구. 칼로 찔러 죽인데요.
봉두:
(어이없지만) 누가 그래……. 니들이 잘못 아는거야.
애순:
춘식이 아저씨가 그랬어요. 자기두 죽을뻔 하다 살았대요.
봉두:
춘식이?
아이들:
네. 전학가면 다 죽는데요.
봉두:
……. …….
# 75 춘식의 집
마당에서 경운기를 손질하고 있는 춘식. 씩씩대며 들어오는 봉두.
봉두:
나랑 얘기 좀 합시다.
춘식:
(힐끗 보더니) 뭔 얘기요. 난 할 얘기 없드래요.
봉두:
(흥분을 참으며) 아니……. 다 큰 어른이 그게. 응. 애들한테 할 소립니까?
하는데 요란스레 경운기 시동을 켜는 춘식. 뭐라고 떠드는 봉두를 놔두고 경운기를 몰고 나가는 춘식. 따라가며 계속 주절거리는 봉두. 알피엠을 높여 더더욱 소리를 내며 가는 춘식.
봉두:
어이!! ……. 야!!!…….야 이자식아!!!
들은체도 않고 속도를 내서 가버리는 춘식.
봉두:
(혼잣말로) 개새끼……. 저거.
약이 잔뜩 오른 봉두. 두고 보라는 듯이 이를 악다문다.
# 76 교실 안
아이들과 학부모들까지 모여 있는 교실 안. 칠판에 커다랗게 써 있는 글씨: 꿈은 이루어진다 어디서 본 듯한 문구를 써놓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연설을 하는 봉두.
봉두:
여러분들이 지금 조바심으로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저는 이미 10년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코흘리개 산골 아이들이지만 저의 판단을 믿고 재능을 맘껏 겨룰 수 있는 유럽으로……. 아니 도시로 아이들을 전학보낸다면 아마 10년 후엔 이 애들이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연설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부모들. 그러나 이내 다음 연설에 고개를 끄덕인다.
봉두:
여러분들의 대수롭지 않은 이기심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치명적인지 한번쯤 고민해 보신 적 있습니까? 여러분 , 꿈은 꼭 이루어집니다.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란 말이 있듯이 크게 보십시오. 하루빨리 큰물로 내보내라 이겁니다.
목에 핏발을 세우며 열변을 토하는 봉두.
# 77 읍내식당(저녁)
석쇠에 구워지는 고기들. 읍내 식당에서 교육청 간부들과 회식을 하는 봉두. 간부, 봉두에게 정중히 술을 따라주며 마주 앉은 사내에게 인사시킨다.
간부:
저……. 인사해요. 이분은 서울에서 레져사업을 하시는 분입니다 김선생.
봉두:
아 예 그러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사내:
(명함을 건네주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봉두:
예? 뭘요?
간부:
(급히 나서며) 학교를 매입해서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들려고 하는데…….지금으로선 사실 쉽지가 않잖습니까?
봉두:
학교를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든다구요?
사내:
예. 지금 강가에서 래프팅 사업을 하는데…….거기에다 서바이벌 게임까지 곁들인 관광상품을 추진 중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을에도 부수적인 수입이 생겨 서로 좋은 일이죠.
간부:
사실 내년에 폐교하기로 결정을 했었는데 김선생님이 오시구 나서 마을사람들이 마음이 바뀌었잖아요. 저. 김선생…….
하는데 알아들었다는 듯이 말을 가로막는 봉두.
봉두:
올해 안에 다들 전학 갈 겁니다. 걱정 안하셔두 돼요.
사내:
예? 그럼 자연스럽게 폐교 되겠네요?
봉두:
(고기를 먹으며 끄덕인다)
사내:
어이구 이거 잘됐습니다. 김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자십니다.
간부:
그럼요……. 애들도 통학하기가 좀 힘들어서 그렇지. 교육환경은 나을 겁니다.
사내:
힘들긴……. 어린 놈들이 좀 고생면 어때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하하
간부와 사내가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호탕하게 웃자 고기를 먹다 물끄러미 두 사람을 바라보는 봉두. 웃던 두 사람, 봉두를 보곤 어색하게 화제를 바꾼다.
# 78 식당 밖
차에 타려는 봉두에게 허겁지겁 다가오는 사내.
사내:
저 . 김선생님. 이거 얼마 안되지만 담배값 하십시오.
하며 봉투 하나를 건넨다. 봉두, 너무도 오랜만이라 한 동안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회에 젖는다. 사내, 당황스런 눈빛으로 봉두를 바라보다 또 한 개의 봉투를 꺼내 두 개를 준다.
사내:
그리구 이건. 기름 값이나 하시죠.
잠깐 정신이 나갔던 봉두, 서서히 희색이 돌며 봉투를 넙죽 받아든다.
봉두:
감사합니다. 사업 잘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하며 정중히 인사를 하곤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봉두의 차. 혀를 끌끌 차며 바라보던 사내, 뒤돌아 서는데 어느새 다가와 킁킁거리며 밤하늘에 별을 세는 간부. 사내, 품에서 또 하나의 봉투를 꺼내 간부에게 찔러준다. 말없이 받아 넣는 간부.
# 79 읍내시내
멀리서 다가와 급하게 서는 봉두의 차. 봉두,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봉투를 꺼내 열어본다. 각자 백만원짜리 수표 한 장씩 두 장이다.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이는 봉두. 다시 출발하는 차. 저만치 가다 다시 서는 봉두의 차.
# 80 교실.
아이들에게 잔뜩 선물을 나눠주는 봉두. 6학년인 남옥에겐 영어회화 테입과 예쁜 카세트플레이어를 5학년인 소석에겐 가죽으로 된 야구 글러와 야구공을 5학년인 애순에겐 예쁜 티셔츠를 3학년인 남진에겐 장난감 로보트를 1학년인 성만에겐 그림물감과 크레파스를 학교 안 다니는 다영에겐 곰인형을. 선물을 받을 때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이들. 최노인 , 킁킁대며 자긴 뭐 없나하며 부러워한다. 그런 최노인에게 전해지는 그림동화책.
봉두:
(웃으며 바라보다) 어때 좋지?
아이들:
(신나서) 네~~~~~.
봉두:
도시에 가면 이런 거 많이 있고 좋겠지?
아이들:
네~~~~.
봉두:
(흐뭇하게) 자. 우리 오랜만에 새 공으로 축구할까?
아이들:
네~~~~~.
떠나갈 듯 한 아이들의 함성.
# 81 운동장.
봉두, 다영, 최노인 대 아이들…….3 대 5 의 축구. 새로 산 축구공으로 축구를 하는 봉두와 아이들. 소석이 공을 잡고 드리블해 오자 달려들어 소석의 옷을 잡아당기며 넘어뜨리고 공을 뺏는 봉두. 봉두가 공을 잡자 방어를 하느라 우르르 달려드는 아이들. 그러나 어른답지 않게 아이들을 손으로 밀치며 신나게 드리블해 슛을 날린다. 골인이 되자 과장된 골세레머니를 펼치며 좋아하는 봉두. 양손을 치켜세우고 괴성을 지르며 아이들에게 달려드는데 봉두에겐 관심 없고 일제히 교문을 바라보는 아이들. 머쓱해진 봉두,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교문을 보면……. 짚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차에서 내리는 도시풍의 젊은 부부와 아이. 의아하게 쳐다보는 봉두.
봉두:
……. ???
# 82 교무실
놀란 눈을 한 채 화면 가득 보이는 봉두.
봉두:
예? 전학이요?
봉두와 마주 앉아 있는 도시 풍의 학부모.
남자:
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봉두:
아니 왜 일루 전학을 와요?
남자:
그게 좀…….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자 여자가 나서서 거든다.
여자:
애기 아빠가 건강도 좀 안좋구……. 여기에 들어와 살면 정착금도 지원해 준다 그래서요.
봉두:
누가요?
여자:
하며) 에이~~~
봉두:
(웃으며) 우리……. 나가서 비석치기 한판 할까?
아이들:
(신나서) 네~~~.
# 103 운동장
편을 짜서 비석치기를 하는 봉두와 아이들. 쩔쩔매며 실수를 연발하는 최노인.
소석: 에이씨……. 편 다시 갈라요.
최노인: (화를 내며) 무르팍이 아파서 그래 이눔아.
소석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비석치기를 계속하는 최노인. 멀리서 급식용 부식을 경운기에서 내리는 춘식.
애순:
(큰소리로) 춘식이 아저씨!!! 일루 와서 같이해요.
춘식:
(멀리서) 됐어 임마……. 내가 애들이냐?
하며 부식을 운반하는 춘식, 얼굴에 반창고 투성이다.
# 104 급식교실
옹기종기 모여서 밥을 먹는 아이들과 봉두. 비석치기때 티격태격하던 소석과 최노인.
소석:
(최노인에게 엄포하듯) 할아부지 냉기지 말아요.
최노인:
안 냉겨 이눔아…….
소석:
(쏘세지 반찬을 가리키며) 에이…….쏘세진 안드실거면서…….
최노인:
안 먹긴 누가 안 먹어…….
소석:
그럼 다 드셔보세요.
최노인:
먹으래문 내가 못 먹을 거 같냐 이눔아?
하며 쏘세지를 집어 우걱우걱 씹는 최노인. 먹던 최노인, 슬슬 표정이 굳어진다. 입맛에 안 맞긴 안 맞나 보다.
최노인:
에잉……. 이걸 뭔 맛으로 먹는지 원…….아나 너나 먹어라.
하며 남은 쏘세지를 소석에게 옮겨주는 최노인.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과 봉두. 이때 바깥에서: 선생님 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급식담당이었던 애순모가 걸레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애순모:
선생님!! 빨리좀 와보시래요……. 서울 병원서 전화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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