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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울지마라
Don’t cry for me, my love-1
“나는 눈물이 난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온 몸에 가득 느껴지면 나는 이렇게 눈에 눈물이 고인단다. 지향아.”
그 사람은 창가에 앉아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과 검푸른 바다 그리고 군데 군데 실뱀같이 가늘고 길게 휘어진 길을 바다와 경계로 하여 웅장한 자태를 드러 낸 자바섬을 내려다 보고 있는 지향의 왼손바닥을 잡고 그 사람의 오른쪽 무릅에 올려 놓았다.
“제임스! 왜 이렇게 행복한데 눈물이 난다고 그러세요”
그 사람을 돌아보는 지향의 눈에도 물기가 고였다. 금방이라도 떨어 뜨릴 것 같은…
“그러게 말이야. 내가 왜 이러는지 ㅎㅎㅎ 아마 지향이. 당신과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너무 기쁘고 흥분되어서 그런가 봐. 그지?”
“제임스. 내가 당신 가슴을 가라 앉혀줄께요. 제임스. 사랑해요. 너무 사랑해요. 이 먼길을 저와 함께 가 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그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지향의 음성이 젖어 있었다.
“지향아~”
“예”
역시 그의 음성도 젖어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을 빤히 보든 지향은 피식 웃고 말았다.
“아이~ 제임스. 왜 그런데요?”
그 남자는 다가오는 지향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는 맑고 붉은 아래 윗 입술이 잘 균형잡힌 입술에 그의 입술을 가져가서 지긋이 눌렀다. 주변의 좌석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잊은듯이 한팔은 지향의 허리뒤로 둘러 안고 앞으로 당겨 지향을 꼭 안았다. 입술을 떼고 가슴에 안기는 지향. 이제는 그녀가 그 남자의 가슴에 안겨 흐느끼고 있다. 그는 흐느끼는 지향의 어깨를 감싸안고 등을 도닥거려 주었다.
"지향아.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 둘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지말자. 알았지? 내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께. 나는 꿈같아. 믿어지지 않아서 그래. 그런데, 너무 기쁘면 눈물이 눈에 고여. 나도 몰래. 다 큰 바보같이…”
지향이 고개를 들고 해 맑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그리고 두 손바닥으로 그 남자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저도 그래요.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 순간을 눈물은 아는지, 흘러내려요.”
“지향아~”
“예. 사랑해요”
“지향아. 이제는 내가 네 눈물을 닦아줄게”
하며 지향의 고개를 한손으로 받쳐 올리고 지향의 뺨으로 흘러 내리는 눈물을 한손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지향이 그 남자의 손을 잡아 바로 앉으며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두 손바닥으로 포개어 가슴으로 가져가 꼭 안았다.
“제임스 내 사랑. 나 당신의 이 손 놓치 않을거예요. 내 가슴에 깊이 묻어두고 죽을 때까지 간직할거예요. 나 그렇게 하도록 해 주세요”
“그래. 지향아. 그 손 놓지마. 나도 끝까지 네 가슴을 잡고 있을께”
그 남자는 나머지 한손으로 지향의 오른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리고 나, 지향이 너 이렇게 꼭잡고 어디든 언제든 함께 갈거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기도 하고, 아퍼면 낳게해주고, 눈물나면 닦아주고, 슬프면 나눠갖고 그리고 행복하고 즐겁고 기쁜 것들은 다 너가 해. 응. 알았지”
“에이~ 그런게 어디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함께 해야지요. 안그러면 나 행복하고 즐거운것 안 하겠어요. 그런데… 제임스. 왜 그러세요? 나 행복하고 즐거운거 다 주면, 제임스. 당신은 뭐 하게요? 왜 그런 말씀하세요. 약속해 주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고요. 네. 제발!”
“하하하~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께. 나는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추니 그때는 당신이 대신해. 응. 그러면 되지?
"예 . 그러세요. 꼭 그렇게해요. 노래와 춤은 제가 대신 할께요ㅎㅎㅎ”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불이 들어오자 그 남자는 지향의 허리에 벨트를 조심스럽게 매어주고 자신도 벨트를 하고는 손을 꼭 잡은채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비행기는 싱가폴 창이공항 활주로를 향해 서서히 하강하고 있었다.
그 남자. 제임스는 47세로 4년 전 혼자 가 되었으며, 미국 전역을 상대로 중소기업의 수출입 컨설턴터를 하며 개인 사립탐정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미국 버팔로에서 지향을 만나기 위하여 서울에 어젯밤 늦게 도착하였으며, 오늘 오전10시에 인천공항에서, 대전에서 택시로 올라온 지향과 만나 싱가폴을 경유하여 인도네시아 반둥까지 함께 가고 있었다.
장지향은 45세의 나이 답지않은 젊고 육감적인 미모와 가정주부의 순수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감성이 풍부한 시인이자 수학전문 학원을 운영하는, 5년전 이혼한 한 아이의 엄마이다.
그들은 2년 전 인터넷 까페에서 우연히 만났으며, 쪽지와 메일로 서로를 알게되면서 사랑하게 되었고, 장지향이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하여 6개월 전 4일간의 여행을 가지며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나 나이아가라에서 며칠을 함께 보냈었다. 그 후 인터넷사랑으로 정이 더욱 깊어졌고 두 사람의 사랑 또한 아주 진지하고 열렬하였다.
어느날, 지향은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섬유제품을 생산하여 미국과 유럽 등지로 수출하고 있는 남편을 따라서 두 아이와 함께 인도네시아로 떠났던 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언니. 나 어떻해. 무서워 죽겠어. 생산하려는 제품의 고급 원자재가 자꾸 없어지고 김 서방에게 로 협박 전화도 오고 주문품을 선적했는데도 받지 않았다고 크레임이 걸리고 하니 김 서방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며 술 마시고 카지노에 가서는 집에도 안들어 오는 때가 많아서 회사와 집이 엉망으로 되어 가고 있어. 하여튼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고 불안해 죽겠어, 언니. 어떻하면 좋아”
“경찰에 연락해 보지 그랬어? 경찰에 알리기는 하였니?”
“응. 4일 전에 알렸는데, 한번와서 보고는 아무런 조치도 없어. 말이 잘 안통하니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직원들은 다 알고 있니?”
“아직은 이 전무님과 부장하고 한국사람 몇몇만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뭐가 잘못되고 있는지 파악을 못하고 있는가봐. 사장이 보따리싸서 한국으로 갈거다 라는 이상한 소문만 나돌고있어. 언니 . 나 불안해서 못살겠어. 언니가 며칠 좀 와서 나하고 있어주면 안돼? 언니. 부탁이야. 며칠만 함께 있어줘. 응. 언니.”
동생의 애절한 하소연과 부탁에 그녀는 그만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알았어. 내가 갈께. 준비하고 3일 후 출발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심하며 잘 있어. 소향아”
지향은 동생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에 대책도 없이 간다고 대답을 하였지만, 막연하였다. 영어도 인니어도 못하는 여자인 내가 가서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답답하였다. 그런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메일에서 나타났는지 그 사람이 자꾸 물었다.
“지향아. 메일에서 받는느낌이 이상하다. 무슨일이야?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말해. 응? 내가 관여된 문제라면 너를위해 뭐든지 할 것이니 어서 말해봐”
“당신이 관계된 문제는아닌데요… 인도네시아 반둥으로 며칠 다녀와야 겠어요. 동생 소향이가 나를 꼭 좀 필요로 하고있어요.”
“뭐라고? 인도네시아의 반둥? 그곳이 어딘지 알아? 어떤 문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대책은 잘하고 가려는거야?"
“아니예요.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무슨 문제인지도 확실히 모르겠고… 가겠다고 대답은 해 놓았는데… 실은, 그래서 걱정이예요. 가서 도움이 될지 번거롭기만하고 거추장스럽게 여기지는 않을런지… 좋은날 서로 보고싶어 만나러가는 여행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지금은 그렇지않아요. 제부가 하는 사업에 무슨 이상이 있다고 자꾸 불안해하며 울고하는 소향이가 불쌍해서 며칠만 도움이 되든 안되든 함께있다가 오려고요.”
결국 지향은 자신도 자세히 모르지만 동생의 불안함에 대해서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3일 후 인도네시아로 가기로 했는데, 그 여행에 대한 불안감과 가서 닥칠 또 다른 불안 등이 가중되어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그 사람은 회신에서 출발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만나자며 지향을 안심시켰다.
“지향아. 나도 어떻게 할지는 모르지만, 너가 그정도라면 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한국에 도착해서 곧 전화할테니 항상 휴대폰 켜 놓고 있어. 응. 알았지?”
지향은 믿기지 않았다. 그곳이 어딘데… 미국 버팔로에서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로 갑자기 한국에 와서 다시 인도네시아까지 간다는 말인가?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서는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10년 전에 반둥에서 사업을 하느라 2년을 그곳에 머문 적이 있었으며 인도네시아어로 쓰고 말 할 수 있다 하였다. 와서 만나서 함께 가기만 한다면 지향이에게나 동생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생겼다. 그러나 차마 먼저 물을 수는 없었다. 어느틈엔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져서 지향으로 인하여 시간적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더 뜨거운 마음으로 그를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그러나 모든 정황을 짐작한 그는 출발 하루 전 날 밤 늦게 서울에서 전화를 하였고 출발하는날 아침 인천 공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다행히 그 날은 싱가폴행 좌석 여유가 있어서 같은 이카너믹 2자리를 마련하였고 바삐 쫓아다니느라 제대로 그 사람의 눈 한번 볼 수가 없었다. 지금 창이 공항에 랜딩하려고 비행기는 기수를 아래로 서서히 내려 하강하고 있었다. 지향은 말없이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그 사람을 고마움과 사랑스런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키스라도 해주면 안돼. 지향아”
“어머나. 눈감고 어떻게알았어요? 아이, 참. 그렇게 놀라게 하시는거예요. 애기 떨어지겠네ㅎㅎㅎ”
“지향이 숨소리로 느껴지는데…뭐. 애기가 있어. 정말?”
“에휴~ 농담도 못해요”
“정말 놀랐다. 나이드신 마나님께서 임신을 하셨나 하고”
“흥. 이제는 놀리기까지 하시네요. 저도 아직 임신할 수 있단 말이예요. 남자가 문제지…ㅎㅎㅎ”
그 사람에게는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출구를 찾아 나서기까지는 쉬웠다. 업무차 여러번 다녀 본 공항이기에 눈에 익었고 공항 근무자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깨끗하였다.
지향은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맡겨버리고 마냥 즐거워하였다. 둘만의 밀월 여행같이 온통 가슴은 흥분으로 가득하여 생기가 넘쳐났다. 지향은 앞서가는 그 사람의 팔을 잡고 속삭였다.
“여보. 싱가폴에서 하룻밤이라도 자고가면 안될까요?”
그 사람이 사랑스러운 미소로 지향에게 속삭였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러지 않아도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것을 알리고 몇 곳에 전화하고 사람도 좀 만날 생각이야”
“여보. 정말? 아이 좋아라”
지향은 그 말에 아이처럼 좋아했고, 다른 것들은 묻지 않았다. 궁금할 시간이 없었거든. 그러한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는 다정한 부부로 보았다.
지향은 아는사람 하나없는 이국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몸과 마음은 마냥 자유스러웠다. 맑은 공기와 적당히 더운날씨, 그리고 든든하기까지 한 그사람이 옆에있다 생각하니 동생문제는 어느듯 사라지고 분분이 즐거움과 행복의 연속이었다.
그러한 기분으로 검은머리를 찰랑거리며 경쾌하게 걸어가는 지향의 모습은 틀림없이 40대 초반 41살 정도의 여자로 보였다.
그날 오후3시. 둘은 칼턴호텔에 공항택시로 도착하였다. 9층의 905호. 더블 베드룸.
“지향아. 나 잠깐만 나갔다 올테니 그때까지 혼자 있을 수 있겠니?”
“어딜 가시는데요? 같이가면 안돼요?”
“아니. 멀리안가. 이 호텔 안에 있을거야. 라비에서 몇 곳에 전화하고 올께. 걱정하지 말고 쉬고있어. 응. 사랑하는 지향아”
“네. 그럼 빨리 다녀오세요. 지향이 혼자 오랫동안 두지말아요. 아셨지요. 네, 여보?”
"여기, 카드키 하나는 두고 하나는 내가 가지고 나간다."
"카드키는 원래 두개씩 주는거예요?"
"그래. 요즘 현대식 호텔은 카드키를 사용하게 되어있어. 아마 반둥의 특급 호텔들도 같을거야."
지향은 혹시라도 그 사람을 잃어버리면 아주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 그러한 것들을 뛰어 넘었다. 그래서 기분 좋게 대답하고는 그 남자가 가볍게 키스를 하자 두손으로 목을 끌어안고 재빠르게 그 남자의 혀까지 빨아들였다. 그리고 한 손은 재빠르게 그 남자의 아래로 내려가 쓰다듬었다.
“여보. 나 샤워하고 당신 기다릴께요. 응”
“아~ 나는 싱가폴에서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알았어. 끝나자 말자 죽으로 올라 갈께. 신호는 똑똑 또또똑 똑똑이야. 알았지?”
“ㅎㅎㅎ 알았어요~”
그 남자는 호텔라비의 공중 전화박스에서 10여분 동안 전화를 하고는 결의에 찬 얼굴로 나오며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으나 라이터를 호텔 룸에 둔 가방 안에 두고 나왔음을 알고는 난처해하며 안쪽 창가를 살피다 옆 테이블에 구겨진 담배갑과 종이 성냥이 보여서 그리로 갔다. 잘됐구나 생각하며 성냥을 집어들면서 보니 테이블 아래 구겨진 종이에 얼핏 한글이보여 줏어들었다. 그 사람은 종이와 성냥을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3PPU->Rosemary-Sep 25 상그리라 호텔 라비/마지막 밤/떠날 것이다" 비슷한 내용의 메모지가 두개 더 있었다. 3장 모두 4등분으로 찢어져 있었다. 메모지에 볼펜으로 흐리게 쓴 글을 조합하여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속 주머니에 잘 접어서 넣고 담배에 불을 붙혀 물고 무엇인가 골똘이 생각하였다.
잠시 후 그 사람은 9층 905호에 섰다.
"똑똑 또또독 똑똑” 그리고 잠깐을 기다렸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그 사람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카드 키 두개 중 하나를 속 주머니에 보관하였던 것을 꺼내 문을 소리없이 열고 문 밖에서 귀를기우렸다. 이런 행동은 그의 직업적 본능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바짝 긴장한 채 안으로 들어가며 빠른 몸놀림으로 좌측벽에 붙어서 룸과 쇼파와 목욕탕을 눈 한번으로 살폈다. 특별한 허트림이 없었고 은은한 샤넬5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커턴은 닫혀진 채 방안은 고요하였다. 침대에는 눈같은 하얀시트가 천정을 보고 바로 누운사람 모양을 만들어 들어낸 채 덮혀있었다.
그 사람은 소리죽여 침대 윗쪽으로 다가서서 아주 살며시 시트를 젖혔다.
지향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바로누워 자고 있었다. 숨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그 사람은 시트를 지향의 가슴이 가려지도록 다시 덮어주고는 깨지 않게 소리를 죽여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시야 멀리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지향은 잠들지 않았다. 그 사람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차분하게 하였다. 지향이 그녀가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막 침대에 누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모른척하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 그냥 자는 척 하였다.
이럴 때 남자들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그 남자는 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흥분과 기대 그리고 묘한 관심으로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의외로 그 사람은 잠자는 척하는 지향을 그대로 두고 베란다로 가서 먼 하늘을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할까? 나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 사람의 애틋한 모습을 바라보는 지향의 마음은 벅찬 사랑의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왔다. 그냥 누워서는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로…
지향은 타올로 하반신을 감고 소리없이 그 사람의 등뒤로 가서 꼭 껴안았다.
"여보. 무슨 생각하고 계세요?”
"응. 자지 않았어? 당신이 피곤한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어. 피곤하지?"
그 사람은 한손을 뒤로 돌려 지향의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그리고 베란다 가더를 등받이 한 채 기대어 지향을 온 몸으로 꼭 끌어 안았다.
"당신 나 죽인다고 했잖아요? 나 당신에게 죽고 싶어요”
“ㅎㅎㅎ 나 당신 못죽여 . 내가 어떻게 당신을 죽여. 차라리 내가 당신에게 죽을께. 응”
“그래요. 어서 침대로가요. 이 지향이가 당신을 죽여 줄께요”
그들이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위해 ‘이찌방 스시’ 레스토랑에 들어 선 것은 밤 10시가 다 되어서 였다.
"지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