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 최종호
아내는 텔레비전을 좋아한다. 그러니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즐겨보는 내용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1월 18일에 끝난 「싱어게인3」이 그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된 것은 작년 10월 26일. 매주 목요일, 총 13부작으로 펼쳐졌다. 무명 가수들이 출연하여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지 참여하는 사람이 많았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만큼 1위는 3억 원을 받게 된다.
예선을 거치는 동안에는 잠깐잠깐 보았으나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었다. 처형의 사위가 끼어있다는 말을 듣고서다. 그는 40대 후반인데도 곱슬곱슬한 단발머리에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여서 확 드러나 보였다. 목소리도 특이했고 기타 실력도 대단했다. 아내는 처음에 긴가민가했다나! 한참 진행 되고 나서야 처형에게 소식을 들었으며 그 이후에 더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 같았다. ‘낯선 사람도 몇 다리만 건너면 연결된다더니…‥.’ 신기했다.
총 6라운드로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그룹에서 개인전, 팀 간 대항전을 거쳐 준결승에 나갈 열 명을 뽑는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았다. 이들에게 전국 순회공연의 기회를 준다고 하니 일단 성공한 셈. 그런데 1대 1로 펼치는 지명전을 치르고 다시 최종 여섯 명을 뽑아 순위를 가려야 한다. 네 명은 일찌감치 정해졌고 동점을 받거나 우위에 서지 못한 후보군 여섯 명은 다시 경연했다. 그 중 두 명을 가려낸다. 그런데 회의를 거쳐 세 명을 결승에 올렸다. 그만큼 우열을 가려내기가 힘들었다. 그는 후보군에서 다시 살아났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가 결승 무대에 선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토록 어렵게 올라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승 무대에 오른 일곱 명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먼저, 방송국에서 이름 있는 작곡가에게 미리 부탁해서 만든 곡으로 경연을 펼친다. 최종 무대는 자유롭게 선택하여 자기만의 빛깔로 부른다. 그는 젊은 작곡가에게 새로운 작품을 받아 무대에 섰으나 점수를 잘 받지 못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에게 곡을 받고, 가장 먼저 노래를 부른 것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마지막 무대는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 1차와 달리 점수는 좋았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투표하는 점수가 크게 작용한다기에 상위권에 들기를 바라며 나도 동참했다.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중에서 상큼하게 부르는 가수와 매력 있는 목소리를 가진 젊은이에게 한 표씩 주었다. 특별 공연이 끝나고 먼저 4위부터 7위까지 발표했는데 아쉽게 가장 뒤에 서고 말았다.
남은 세 명 중에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할 것인지 흥미진진했다. 3위는 발랄하고 상큼하게 부른 가수가, 2위는 1, 2차에서 점수를 많이 받은 젊은이가, 우승은 목소리도 좋지만 정감 넘치는 훈남이 차지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청자 득표에서 크게 앞섰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방청석에서 팬들이 그를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노래도 잘하지만 인상도 좋아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우간다에서 열일곱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마중 나온 아들에게 음악 공부를 하도록 계속 밀어주지 못해 미안하단다. 결승 무대에서 부른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는 그의 아버지가 추천한 곡이다. 아들의 어려운 상황을 생각하며 권했을 것이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가사가 흘러나오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어려운 시절을 보낸 가수가 어디 그뿐이랴! 출연한 그들 모두 외롭고 힘든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며 그만 둘 생각도 수없이 하지 않았을까. 이제 그들은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국 공연도 다닌단다. 이를 계기로 웃는 날이 죽 이어졌으면 좋겠다. 지켜보는 내내 팔이 안으로 굽었다지만 누가 일등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멋진 경연이었다. 이들의 앞날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첫댓글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데 그 프로그램 만큼은 매번 빼지 않고 봅니다. 처형 사위가 출연했군요.
저도 싱어게인은 1부터 3까지 본방사수했어요. 기억납니다. 추승엽씨. 진짜 잘 했는데 마지막엔 인기투표가 되어버리니 제대로 순위를 못 받아 아쉬웠어요.
아, 추승엽 씨! 응원했습니다.
홍이삭 씨 팬이긴 합니다. 하하.
저도 추승엽씨가 진짜 가인으로 느껴져서 응원했는데 탈락해서 아쉬웠어요.
이 방 식구들에게라도 알렸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요.
인기 투표가 되어 버렸다는 송향라 선생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노래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글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