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고대행사 발언(김영곤 2015.4.18.)
작년 4.18기념 행사 때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뵙고 오늘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 4.19혁명은 해방된지 15년만에, 6.25전쟁이 끝난 뒤 7년만에 일어난 민주혁명입니다. 청년학생들이 이승만 독재와 장기집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민족자주 통일 민중주의를 추구한 점에 역사적 의의가 있습니다. 고려대의 선배들은 4월 18일에 대대적인 시위를 해 4.19혁명을 성공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고, 그 뒤 민주주의를 이룩하려는 노력이 고려대 구성원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저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한국노동사와 미래>라는 책을 썼고 강수돌 교수님의 추천으로 고대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물어보아도 대답을 잘 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것이 학점을 의식한 것이고 주입식 교육에서 온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 가운데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이 1/3,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학생이 절반이나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만난 정외과 4학년 학생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 우울했습니다. 이런 상태로 사회에 나가면 남이 시키는 일은 잘 하는데 자신과 이웃으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 하지 못합니다. 학벌은 좋은데 불행한 삶을 살 위험성이 큽니다.
이런 문제는 다음 세 가지가 이루어질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먼저 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할 때 비판적인 연구와 강의가 가능합니다. 강사의 교원지위는 1977년 유신독재가 대학에서 비판을 제거할 목적으로 박탈했습니다. 오랜 투쟁 끝에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강사가 교원이나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연금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단서가 붙은 상태로 내년 1월1일 시행합니다. 저는 이 단서를 떼고 온전한 교원지위를 회복하고자 국회 앞에서 해수로 9년째 텐트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법정정원교수를 100% 충원해야 합니다. 현재 성균관대 중앙대 등이 모든 교수를 비정규교수로 바꾸려 하는데 이것을 막는 길입니다. 교수를 100% 충원하면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 정한 바와 같이 교수 1인당 학생수가 인문사회계열은 25명, 자연 공학 예체능계열은 20명, 의학계열은 8명이 됩니다. 이 기준은 OECD평균인 15명선으로 낮추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강의과목이 다양해지고 학생들은 광클릭 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학생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고 협동하며 수업하고 다양한 지혜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고대에서는 강사료 인상과 절대평가를 요구하며 2012.2.15.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4년째 농성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해고돼 해고무효 소송 중입니다.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강의하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사회에 나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사회에 퍼질 때 사회는 민주주의, 인권, 나눔과 배려 협동, 안정된 일자리, 지속가능성, 평화 자주 통일 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가치가 55년 전에 우리의 선배가 4.18시위, 4.19혁명에서 제시한 민주주의 민족자주 통일 민중주의의 가치를 오늘에 맞게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