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7편 1. - 제 목 : 매화
여리 디 여린 너를 보면 체격이 왜소해도 얼마든지 별처럼 영원히 살 수 있음 알게 된다.
체구는 비록 손톱만하지만, 너에겐 선구자적 성품이 가득히 들어있다 삶의 가치를 영원에 두고 남들이 주저하는 꽃샘추위 때 굵고 짧게 늘 앞장서 피는 너는 필 때마다 동토에 꿈을 주어, 새 세상이 펼쳐지게 한다.
삶을 확신할 수 없는 땅에 네가 도전장을 내 물꼬를 텄기에 두려움에 떨던 식물들이 모두 안심하고 하나둘 잎을 피고, 꽃을 피워 마침내 온 세상이 아름답고 살맛나게 하지 않는가.
오, 3월 첫날 정오에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특별히 귀를 대보면 선봉자 유관순 누나의 독립만세 소리까지 귀에 가득 담아 온다.
2. - 제 목 : 3, 4월의 들녘
눈보라 속에서 생사 넘나들다 살아난 들풀들,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들녘에서 봄볕마다 손잡고 재잘거리고 껑충거리며 상봉의 기쁨 나눈다.
오우, 자전거 타고 바람 가르는 내게도 환호 보낸다. 앗! 속치마까지 보이도록 껑충껑충 뛸 저 기세 아오, 인간의 부활은 얼마나 더 기쁠까 철아, 들리니? 동장군의 고문 속에서도 님이 보고파 견뎌냈다는 이 노래?
흐미, 눈 감아라 밝은 대낮, 저기 들풀들은 아예 입맞춤까지다. 철아, 넌 아니? 죽을 고비 넘나들다 처음 뽀뽀해보는 이 맛?
위에서, 철아: 상철아
3. - 제 목 : 봄이 오면
전지전능하신 이여, 봄이 오면 어릴 적 그 시절처럼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내 고향 들녘에서 논갈이하는 어미 소와 그 뒤 따라다니는 새끼 송아지를 나는 한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봄이 오면 싱그러운 보리밭을 거닐면서 그 시절처럼 종다리들이 노래하면서, 날고 앉고 서며 지내는 모습도 정말 한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봄이 오면 개나리꽃 핀 지푸라기 울타리 밑에서 병아리들이 어미닭 날개 밑을 드나들며 엄마아빠 닭과 함께 모이 쪼는 모습도 부모님과 마루에 앉아 그때처럼 정말 단 한번만이라도 보았으면 정말로 참 좋겠습니다.
4. -. 제목 : 새만금
길이 33.9km 이건 신神에게 도전장을 낸 것인가 온 자도 다시 와 유심이 보라, 오는 이마다 저절로 감탄사가 연발된다, 비전이 쏟아진다. 수십 년간 묵은 체증도 확 내려갈 것이니라.
새만금을 동트는 아침으로 만들기 위해 오뚝이는 그간 얼마나 많은 역경과 피땀 속에서 외로이 갯벌 헤치며 일어서기를 반복했을까
보인다, 보름달 얼굴로 퍼즐 맞추는 황•흑•백들이 새만금에 가득할 조짐이 보인다. 밝은 녹색, 회색, 청색, 밝은 청색, 노랑, 5색 기 새만금 아리울에서 왈츠로, 왈츠로 알리고 있다.
* 위에서, 황•흑•백: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 즉 세계인들 의미. 5색기: 새만금 기는 밝은 녹색, 회색, 청색, 밝은 청색, 노랑 등 5색으로 돼 있음.
5. -. 제목 : 우리 배달메에 7, 8월이 오면 우리 배달메에 7, 8월이 오면 배달메 들녘의 벼들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 자고나면 한 뼘씩 자라나나봅니다.
60 중반의 인자한 농부는 땀으로 멱 감으며 비료를 주고, 보풀 뜯다 놀란 우렁이는 숨었다 일어나 또다시 보풀 뜯으며, 뜨거운 가슴으로 찾아온 햇볕은 누가 보건 말건 한낮에 벼를 열정적으로 격려 포옹합니다.
그러다 그 모두 갈증 난 듯싶으면 그걸 바라보던 구름은 우리 3살배기 외손주가 마루에 서서 고추 쳐들고 누는 오줌줄기보다 더 굵은 빗줄길 한바탕 시원스레 선사합니다.
그래서 울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지만, 실은 배달메 들녘의 벼들은 그간 더 울었을지도 모른 답니다. 쌀값하락 때마다 저 농부들 울 때에 그들도 같이 울었을 테니 말입니다.
6. -. 제목 : 허름한 슬레이트 집
허름한 슬레이트 집 조손가정 담벽에서 평생을 벽 타며 살아가는 호박 줄기 호박꽃 나팔들을 입에 물고 세상을 향해 나팔을 신나게 불고 있다.
돌담 벽 타다 손발 다 문드러졌지만, 자기 사전엔 포기란 절대 없다. 맨몸으로 수직 벽 타면서도 어깨에 호박 매달고 나팔을 불고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쩔쩔매고 있다.
그 허름한 슬레이트 집 단칸방에서도 "벌써 담벽에 호박 한 덩이 열렸다" 며 할머니와 손자들의 웃음소리 담벽의 나팔소리처럼 쏟아지고 있다.
7. -. 제목 : 햇살을 불러들이는 여인.
수족의 진기가 빠진 오동리 방죽의 연잎들이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한기寒氣를 내쫓으려 간신이 고개 치켜들고 동녘의 해 기다리고 있는 11월 첫새벽, 스스로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칠팔 명의 배달메인들이 어서 가라 새벽을 축구공처럼 뻥뻥 차며 광법사 산 향해간다.
어둠 들이키며 동녘 태양이 제 살 불태워 막 햇살 보내는 시간 덩치가 산만한 남잔 하나 남은 자존심만 푯대처럼 움켜쥔 채, 이불속에서 갖가지 핑계와 늘 연애하였다. 아내는 그때마다 창문 열고 응원군인 햇살을 방에 불러들였다. "당신 재활될 수 있어요, 포기는 암보다 더 큰 병입니다" 하며...
설득하고 사정하기를 5, 6개월 그 후 남편은 그 알량한 자존심 내던졌고 아내는 63빌딩 같은 남편 재활 위해 손발 쥐나도록 움직였다. 부축하며 매일 조석으로 2번씩 걷기운동 하기를 만5년 녹슨 양철 같던 좌측다리가 드디어 근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마다 서로 몸도 맘도 하나로 엮어 광법사 산 정상에 선 부부, 온 세상 얻은 듯 동녘 해 향해 “야호” 하며 손나팔 분다 온 산 나팔소리 가득하더니, 금세 나무마다 햇살 다닥다닥 붙는다. 만약 저 부인이 해를 그려 그간 그림일기 써왔다면 매일 그린 그 일기장엔 얼마나 수두룩한 해들이 떠 있을까. ..........................................................................................................................................
아랜 통장 사본 둘(밑줄 친 곳 보세요, 2곳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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