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 신촌에 위치한 한겨레교육 5층 카페 ‘틈’에서 2024년 신춘문예 당선자 특집 ‘한밤의 문학’ 낭독회가 열렸는데요. 게스트 중에 아는 지인이 있어 저도 참석하게 되었답니다.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 작가 중 강지수 시인(문화일보. 매일신문)과 이사과 시인(현대경제신문), 이지혜 소설가(서울신문) 세 분을 게스트로 모신 자리였는데요. 아마도 2024년을 가장 행복하게 맞으신 세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당선 당시의 기분이나 소감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동시 당선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아시다시피 강지수 시인은 올해 문화일보와 매일신문 두 군데서 시가 당선돼 신춘문예 2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죠.
“앞으로 몇 년간 받을 행운을 다 몰아서 받은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강지수 시인
“당선 전화를 받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이사과 시인
“당선의 기쁨은 잠깐이었고, 앞으로는 어떤 소설을 써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지혜 소설가
좌측부터 이사과시인, 이지혜소설가, 강지수시인, 박근태팀장(진행)
당선 소감과 함께 근황도 궁금했는데요. 이지혜 소설가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달 살기를 하다 왔다고 하네요. 강지수 시인은 “습작기와 다름없이 계속 쓰고 있다는 게 근황”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이사과 시인은 “등단 후 4편의 시를 발표했고 문예지 네 곳에서 추가로 청탁이 들어와 작품을 다듬고 있다.”고 말해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낭독회는 약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는데요. 낭독회 하면 딱딱한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와 달리 두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였습니다.
다음은 신춘문예 당선작과 투고작 등 여러 편의 낭독이 끝난 후 게스트와 진행자(한겨레 박근태 팀장) 간 일문일답.
진행자 : 강지수 시인이 오늘 낭독한 네 편의 시들을 보면 운문시, 에세이시, 편지시 등 다양한 화법들이 눈에 띄는데 투고 당시 시를 묶을 때 신문사별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투고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강지수 시인 : 전년도 당선작들을 참고하긴 했지만 신문사 별 스타일을 크게 염두하진 않았어요. 그냥 내 개성이 드러나는 확실한 표제작을 우선 정하고 그것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조금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시들을 묶었습니다.
진행자 : 이사과 시인은 현대경제신문에 총 다섯 편을 투고했고 그 중 네 번째 작품이 당선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첫 번째나 두 번째도 아니고 네 번째 작품이 당선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합니다.
이사과 시인 : 당선작 「감자밭에서 왜 양을 세니」는 사실 큰 기대를 걸고 투고한 시는 아니었습니다.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 총 32편의 시를 투고했는데 기대했던 시가 아닌 엉뚱한 시가 당선이 된 셈이죠. 굳이 순위를 매기라면 아마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이건 제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앞으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진행자 : 이번엔 이지혜 작가님과 북바인딩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서울신문 단편소설 당선작을 보면 북바인딩 수업이 열리는 독립서점이 주 배경입니다. 작가님께 책을 만드는 행위, 종이를 엮는 의미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지혜 작가 : 책을 만드는 의미는 아마 독자마다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 소설을 쓸 당시에는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우선은 사회의 여러 제약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두 인물을 그리려고 했는데요.
좌측부터 이사과시인, 이지혜소설가, 독자, 강지수시인
두 사람이 함께 보낸 긴 시간을 북바인딩 수업의 과정을 거쳐 직접 만든 한 권의 책으로 응축하고 싶었습니다. 또 거대한 틀 안에서 만들어진 무언가를 그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뭔가를 직접 만든다는 게 소설 속 인물들이 할 수 있는 방식의 작은 저항 같기도 했어요. 그런 의미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진행자 : 낯설게 하는 방식에는 애초에 낯선 방식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새롭게 묘사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사과 시인님의 작품들이 상당히 감각적인 문장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동시에 평이한 문장도 있고 힘준 문장도 있으면서 강약조절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문장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 주신다면요?
이사과 시인 : 시든 소설이든 좋은 문장을 체득하려면 자기 글만 써서는 안 되고 최소 1천 편 이상(시의 경우) 필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2년 정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느 순간 자신의 감각과 문장이 배어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행자 : 세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긴 시간 문학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중한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준비를 많이 하셨는지 다들 달변이고 막힘이 없어 깜짝 놀랐습니다. 세 분 신예 작가님들의 앞날에 큰 행운과 성취가 있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chohee88/223407866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