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대학로 소극장의 노인관객
방경희
"대학로 색시로맨스 연극 오후2시 예매했어요.
제목-나의 ps파트너-'
동지(우리는 서로 동지라 부르는 사이이다)가 문자를 보내왔다. 우리는 11시반에 만나 점심부터 먹고 대학로 소극장을 향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곳이기에 마음이 들뜬다. 전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소극장 마루아트 홀을 찾아간다.
동지가 미리 예매해 놓은 터라 졸졸 따라가는데 좁은 골목에다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스마트폰 길찾기로 겨우겨우 찾아놓고 시간이 아직 남아있어 마로니에 공원으로 갔다.
고산 윤선도의 생가 터에 오우가(五友歌) 돌비석이 인상적이다. 고어로 적힌 오우가를 읽는데 좀 어렵다.
둘이서 더듬거리며 웃어 가며 다 읽어 내는데 한참이 걸렸다.
거의 시간이 되어 약간 들뜬 기분으로 소극장안으로 들어 갔다.
예매해둔 좌석이 맨 앞자리다. 금방 관객이 소극장안에 꽉 찬다. 낡고 좁은 건물의 3층에 자리한 극장 안은 무대가 우리집 안방보다 더 작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만 빼 놓고 전부 20대 청년 연인들이 짝을 지어 들어온다. 동지와 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모두의 눈총을 맞으며 완전 이단아가 되어 버렸다.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대학 일 이 년생 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나오더니 관객들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그리곤 "여기 연인들 중에 가장 오래된 커플과 제일 짧은 커플에게 상품권을 드리겠습니다" 하고 분위기를 띄운다.
"3년 된 연인 . 100일된 연인 1개월 된 연인!.." 외침에 따라 일개월짜리 연인이 제일 짧은 커풀로 뽑혔다.
이어서 사회자가 곧바로 우리 앞으로 다가오더니 몇 년 됐냐고 묻는다. 동지가 서슴없이" 50년이요" 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극장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는 내쪽을 향해 또 묻는다.
처음 만났을 때 어떠했어요?" 아마 우리가 노부부로 보였나 보다.. 나는 엉겁결에 서슴없이 대답한다..
"벌벌 떨렸어요!". 장내는 또 한번 웃음바다다.
사회자는 '"바로 이분들에게 상품권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넙죽 상품권을 받아들고 깔깔 웃는다.
코앞에서 배우가 육성으로 연기를 한다.
대학1.2학년이나 될까? 발랄한 아가씨 둘. 남학생 같은 청년 둘이 주연 조연 구별도 없이 거침없는 대화, 거침없는 몸짓, 거침없는 언어로 떠들어 댄다.
관객들은 맞장구치며 활짝 웃어주는 조연 자들이 되어 함께 연기를 한다.
'아하 소극장에서의 연극이 이런 맛이로구나!'
디지털시대에 연극이란 예술의 한 장르도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미처 이 시대의 새 분위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던 자신이 같이 웃고 함께 즐겼지만 왠지 뒤떨어진 꼰대 같아 씁쓸해 졌다.
그래도 오늘하루 젊은이의 거리 대학로를 걸어보고, 소극장에서 한편의 꽁트 같은 연극도 보고.괜 찮은 하루였다.
좁은 관람석에서 손자 손녀 벌 되는 청년들 속에 끼어 앉아 있으니 먼 과거에서 온 노인으로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그보다는 덩달아 신선한 새 물결에 흠뻑 젖어 함께 젊어진 기분으로 들떠 즐겁고 행복했다,
방경희 시니어기자
첫댓글 더운 날씨에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벌벌 떨리셨나요?ㅎㅎ
수필을 읽으며 저절로 웃게 되네요^^
상품권도 받으시고...
기분 좋은 외출입니다~
정재순기자님!
김영희기자님!
어색하고 코미디같은 글에 댓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날 ~제 자신이
현대에 사는 과거인임을 절실히 느끼고 왔습니다.
소극장에서 하루
너무 멋진 데이트 같아요.
참신한 어린 학생들 속에서 과감하게 앉으시고 50년 커플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신 동지 분 멋져 궁금합니다
상품권으로 뭐 하셨어요 ㅎㅎ
꽃순님!
읽어주시고~/댓글 감사합니다.
가짜 커풀로 받은 상품권은~소극장 다음연극 관람권이였답니다.
젊음을 되찾고 오셨네요~**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다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진 데이트에 상품권까지~젊음을 찾은 날 아닐까요~
윤홍섭기자님!
이영옥기자님! 댓글 감사합니다.
평소 소극장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갔었다가...
사실은 너무 동떨어진 세대차이를 절감하고 왔답니다.
다시는 돠돌아 갈수 없는 그 시절!
소극장에서 잠간...
착각으로 놀다왔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대학로 소극장은 말만 들어도 정이 넘치는 극장이지요.
배우들이 초보시절 정을 익히고 사랑을 익힌 곳이기도 할 거고요.
저도 친구 아들이 막 배우의 길로 들어섰을 때 구경도 하고 친구와
정도 쌓으러 드나들곤 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강병숙기자님은 대학로 소극장의 분위기와 정서를 이미 잘 아시는군요.
경험적 댓글 감사합니다
멋지게 사시네요.
부럽습니다.~~❤
아순림기자님!
댓글 감사합니다.
철없는 노인으로? 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