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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3
벌컥!
"아 추워. 빨리 씻어야지."
가득 받아 놓은 뜨거운 물에 겨우 몸이 노곤노곤 녹으려고 할 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성큼 들어온 그녀는 완전한 알몸이라
난 정말 입이 딱 벌어진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욕조와 연결된 샤워기를 주욱 당기더니 아무렇지 않게 샤워를 시작하는 그녀에게..
어째...알몸을 대 놓고 있는 그녀보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내가 더 부끄러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정말 애쓰고 있었다.
"저....2층 욕실 있는데..."
말 없이 정신 없이 샴푸를 하던 그녀가 머리와 몸을 헹구고 날 돌아보았다.
"뭐 라구?"
"......저 아직 샤워 안 끝났어요."
난 욕조에서 다리를 모으고 두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어정쩡한 자세로 그녀에게 말했다.
너무 당황해서 쏘아 붙이지도 못했다.
"같이 하면 되지. 얘는 까다롭기는..."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조금 장난 스럽게 날 흘겨보면서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대체 이 욕조에 어떻게 둘이 들어가겠단 거야.
한번도 둘이 들어가 본 적이 없었기에
난 최대한 그녀 자리를 내어주려 했지만
내가 등을 기대고 있는 곳을 제외한 반대쪽은 수도꼭지가 있어서 앉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최대한 몸을 가리고 일어서려고 하자 그녀가 날 붙잡았다.
"어디가?"
"욕조 사용해요. 전 다 했으니까..
두명이 어떻게 사용해요."
"야. 까다롭게 굴지 말구 앉아.
너 아직 몸도 다 안풀었잖아. 조금 더 있다 나가.."
"....?"
대체 그녀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에..
난 그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난 앉히는 대로 다시 뜨거운 욕조에 몸을 앉혔다.
그러더니...
그러더니!!!
내 앞에 떡 하니...등을 보이면서 앉는 것이 아닌가?
응?
"유진아 다리좀 벌려봐.
이렇게 다리 모으고 있으니까..앉을 자리가 없잖아."
말은 다소곳히 하면서도..
거의 끌어 안다 싶이 이상하게 앉은 내 두 무릎을 손으로 우왁스럽게 벌린 그녀는..
그 사이에 턱 하니 자리를 잡더니..
아무렇지 않게 내게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좋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또다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아주 편안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겠는가..?
난 정말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완전히 경직된 자세로 뻣뻣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두 손을 어찌해야할지 몰라서..
욕조 틀에 어정쩡하게 괴고는 두 손을 올리고 있었는데...
슬그머니 내 손을 본 그녀가
나직하게 키득거리면서 그녀의 손으로 내 손을 하나씩 잡아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참. 그렇게 있으면 얼마나 불편하니.."
"자자 따끈한 물에 담가서 근육을 좀 풀어요.
긴장 좀 푸시라구요."
내 손을 당겨 가볍게 마사지 하듯이 어루만지는 그녀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조금 경직되었던 내 몸도 조금 힘이 빠져나갔다.
"손이 예쁘네. 길고...가늘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내 손을 돌렸다 내렸다 하면서 한참이나 만지작 거리던 그녀가
혼잣말 처럼 중얼거려 난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실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알 수가 없었다.
난 슬그머니 그녀의 손에서 손을 빼내어
목 뒷편을 받치는 목침을 당겨 자세를 잡았다.
"치이..언능 줘."
조금 툴툴 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다시 손을 주고는..
아까처럼 편안하게 목을 받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감으려 해도 집중이 되지 않아 다시 눈을 뜨고는 천정에 매달린 물방울만 노려보고 있었다.
사람의 감촉이란게...
생각보다 몹시 기분이 좋아
사실 놀랐다.
어느 시기를 지나면서 홀로 목욕하고 홀로 자다 보니
그런 느낌을 완전히 잊고 있었었는데...
아마도 애인이랑 하게 되면 더더 기분 좋겠지..?
그러고 보니....
이 여자 참 독특하구나.
나랑 얼마나 봤다구 이러고 있는지...
남들이 오해할 만한 행동도 서슴없이 하고..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 첫키스를 내어준 것이 조금 억울했다.
대학때 숙과 희 때문에 몇몇 남자를 만나보기도 했었는데..
어느날 한 남자가 으슥한 곳으로 날 데려가더니 다짜고짜 키스를 시도하길래
정말 가차없이 걷어 차 주고는 집으로 가 버린 적이 있었다.
나도 나름 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사귈까 말까...고민하고 있었었는데...
그가 그런 행동을 하고 나서부턴 꼴도 보기싫어.
연락을 끊은 적이 있었다.
물론 몇번이나 더 숙과 희를 통해 연락을 하려고 안달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저 풋풋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넘기려고 첫키스를 지킨 것이 아니었는데...
정말 너무 어이없고 너무 갑작스럽게 빼앗겨 버려 나 조차 그 사실이 현실인지 모호할 지경이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너무너무 억울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첫키스조차 못해본 나 자신이 좀 불쌍하게 여겨진 것도 사실.
그건 그렇고...입술이란게 그렇게 부드러운 거였구나...
난 그 찰나같은 순간에 스쳐지나간 그녀의 입술의 감촉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난 나도 모르게 숨을 훅! 들이 마시고 말았다.
조용하고도 나직하게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던 그녀가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빵빵한 가슴에 척 하니 데어 버린 것이었다!
손에 느껴지는 정말 놀라운 감촉에 ...
내 이성은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다.
흡-
하면서 숨을 들이 마신 것이
몸을 딱 맞게 붙인 상태에서 그녀에게 전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어느새 욕조의 뜨거운 기운에 천정에 맺힌 물방울을 올려다 보면서
그녀는 내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리고는 내 손위에 자기 손을 덮어 깍지를 낀 채
슬슬 둥글게 문지르는게 아닌가!!!
난 너무 놀라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지만..
어째 손을 뺴야할 시점에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만끽(?) 하고 있었다.
내 가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할 그 감촉!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움에 ....
입이 떡 벌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
"어때? 감촉이 죽이지 않니?"
그녀의 목소리에 우주로 날아갔던 내 의식은 다시 부산의 어느 콘도 욕실로 순식간에 돌아왔다.
"헤에..너 의외로 좀 느끼는 구나?"
난 그녀의 짓궂은 목소리에 정말 온몸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손에서 억지로 손을 빼 내어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난 그대로 비치타월 하나를 들고 챙겨온 옷을 들고 욕실을 벗어났다.
차마...그녀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왠지 낮게 키득 대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고..착각 같기도 했다.
정신 없이 몸을 닦아내고는 속옷과 실내 짧은 팬츠와 헐렁한 반팔티로 갈아입은
나는 왠지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만 듯한 이상한 기분에 절망하고 있었다.
여자들 가슴에 집착하는 남자들의 심정을 깨달아 버렸다고나 할까.....흑.
그녀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려
난 최대한 그녀를 마주보지 않으려고
주방으로 가서 물품들을 정리했다.
냉장고에 맥주와 과일 등등을 넣고는..
작은 생수 하나를 따서 목을 축였다.
대체..그녀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까 우리 둘의 욕실 행위는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1층에 한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개방적인 그녀라지만..
이런 것은 좀 아니다 싶어
난 그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고민 하고 있었다.
딱 부러지게 한 마디 하자.
그런 것은 싫.다.고....
그녀는 장난이겠지만..
난 놀라고 당황스럽고 불편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싶어.
이런 저런 생각에 미간을 구기면서 차가운 생수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
등 뒤로 그녀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결심했어.
딱 부러지게 한 마디만 하고는..
담부턴 걍 신나게 노는 거야.
그녀는 뭐 쿨 한 성격인 것 같으니까..
그렇게 꽁 해 있진 않을 거구말이지..
이미 해가 완젼히 져서
아름다운 해안가의 조명들이 반짝이는 풍경을 아련한 높이에서 바라보면서
난 다짐을 하고는
입에 차가운 물을 가득 넣고 뒤로 돌았다.
왠지 목이 무척이나 탔다.
하.
지.
만.
뒤로 돌아서 그녀를 바라본 나는..
풉!!!!!!!!
입에 머금은 물을 완전히 뿜어버리고는
코로 넘어온 물 때문에 몹시 괴로워 하면서..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기침을 끝도 없이 해 대고 있었다.
그녀가 깜짝 놀라 내게 다가와서
내 등을 연신 토닥여 주면서..
걱정어린 눈동자로 날 바라보았지만...
내 마음속에서 외쳐지는 절규의 내용은 이랬다.
저리가! 저리가란 말이야!
당신 뭐야!!
당신 뭐냐구..!
하지만 내 입 밖으로 겨우 나오는 소리라고는..
쿨럭! 쿨럭! 쿨럭!쿨럭!
쿠쿠쿠쿠쿨럭!!!!!!
여전히 기도를 통해 넘어온 물 때문에 내가 거의 숨도 쉬지 못하면서 기침을 해대고 있었기에
그녀가 날 거실로 데려가서 회색빛의 쇼파에 뉘였다.
"좀 쉬어. 내가 저녁 준비 할게."
어느 정도 기침이 잦아 들어 겨우 호흡이 제 자리를 찾은 나는
멍-하니 쇼파에 누운채
야경을 보는 건지 통유리에 비친 그녀를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있을 뿐이었다.
어쩌다..일이 이 지경이 된건지....
왠지 알 수 없는 처참한 기분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눈에 맺힌 눈물은 단지 기침 때문만은 아니리라..
"자기야 식사 준비 다 되었어요. 오세요."
그녀의 경쾌한 목소리에 난 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전혀 식욕 따위 없었지만...
난 흐느적 거리면서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많이 드세요."
아까 산 삶은 문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는
초장과 간장에 와사비 까지 준비해 놓았다.
간단하게 김치 찌개와 병맥주 2병.
단촐한 차림이었지만...
꽤나 맵시 있게 예쁘게 차려져 있었다.
난 말 없이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았다.
"좀 어때?"
"괜찮아요."
말 없이 맥주를 따서 한 입 들이켰다.
금방 냉장고에 넣은 것이라 별로 시원하진 않았지만...
칼칼한 목을 축이기엔 좋았다.
"이제 막 밥 앉혀 놓아서 밥은 한참 있다 될거야. 걍 이거라도 먹자. 괜찮아?"
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앞에 놓인 밑접시에
그녀가 날라주는 삶은 문어를 한 점씩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다. 역시 부산 거라 그런지 맛이 다른데..? 그치?"
연신 말을 잇는 그녀였지만 난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묵묵히 내 접시만 바라본 채
대꾸 없이 삶은 문어만 먹어대고 있을 뿐이었다.
"자기 왜그래?"
"제가 왜 언니 자기예요?"
"회사에서 여자들끼리 그렇게 안 불러? 나이차 나는 사람들끼리 편하게 부르는게..자기인데..
안그런가?"
"..."
할 말이 없었다.
내 팀에서도 조금 나이차 나는 언니들이 내게 그렇게 부르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나이차가 한참 나는 사람에 한해서지
거의 비슷한 동년배는 그렇게 안부르거등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아이참..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계속 고개를 숙이고 문어만 먹어대는 내게 결국 그녀가 볼맨 소리를 했다.
난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들었지만
차마 그녀를 바로 보지는 못하고 마치 매직아이를 하는 사람마냥
그녀를 피해
그녀의 뒷 냉장고나 싱크대를 바라보는 정말 이상한 상태를 하고 있었다.
쿡쿡...
그녀의 웃음이 밉살스러웠다.
원인 제공자는 바로 당.신. 이잖아요?!?!?
"....저...꼭 그런 옷 입어야 해요?
좀 정상적인 건 없어요?"
차마 말하기 조차 낯부끄러워 난 최대한 시선을 그리로 향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말을 이었다.
"아...이거 때문에 그래?
그래도 자기 생각해서 옷 입은 건데..?
나 사실 집 안에서는 거의 알몸으로 있거든.
특히 잘 땐 알몸으로 잔다구.. 뭐 상관 없으면 벗을게."
"......"
정말 내 생각해서 옷 입으신 거예요?
그럼 좀 정상적인 것으로 입으시라구요!!
라고 내 마음 속에선 절규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슈미즈의 일종같은데...
어째 모양만 겨우 슈미즈의 형태를 갖추어 끈으로 된 나시 형태의 어깨 아래로..
검은 색 망사의 겨우 허리 아래로 내려올 정도..
상의 브라는 아예 착용도 하지 않아 큰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이고 있었고..
특히나 가슴 그...그 부분에는 양쪽으로 검은색으로 꽃이 수 놓아져 있어..
참..뭐라고 해야할지.
시선을 분산 시키려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하게 만드는 신기한 옷임에는 분명했다.
아래로 검은색 끈 팬티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이라
어디다 시선을 두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저런건 어디서 산걸까..
설마..직접 만들어 입은 것은 아닐테구..
그것보다 정말 입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난 영화나 에로배우들이나 입는 것인 줄 알았건만..
어째 맨 몸보다 몇 배는 더 야해보였지만
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 애쓰려다 보니
눈 사이 미간이 펴 질지를 몰랐다.
"근데 좋지 않았어?"
"뭐가요?!"
문어 맛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난 타는 목을 달래려 자꾸만 맥주만 축 내고 있었다.
"내 가슴 말이야."
풉!
이번엔 억지로 참아 냈기에 난 겨우 입 안 가득 고여 있는 맥주를 그녀 얼굴에 뿌리는 대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자꾸 그런 말 하면 정말 얼굴에다 뿜어낼 수도 있어요."
난 제법 진지하게 말 하면서 턱으로 흘러내리는 몇 방울을 티슈로 닦아내었다.
"ㅎㅎ 너라면 정말 그러겠다. 아까도 놀랐다구."
"근데 왜 그런거예요?"
"뭘?"
"아까..그..욕실에서.."
왜 내가 부끄러워 해야 하는 거지?
생각해 보면 그녀가 이렇게 만든거 아닌가?
가만 생각해 보니 이상해 지긴 했지만..
이거 성희롱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애매모호한 경계에 서 있어 당췌 내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 그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친구들이랑 안 그래?
여학교 안나왔나?
왜 여고 다니면 친구들끼리 그런 행동 하잖아."
아니라고...딱 반박 할 수는 없었다.
물론..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 반에 꼭 한둘 정도 그런 장난을 치는 녀석들이 있게 마련이었음을 나도 알 고 있었으니까..
물론 내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원채 차가운 이미지라 사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었고
무뚝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는 나였기에
친한 사람들도 그 테두리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너무나 아무렇지 않아하는 얼굴과
뭘 그런 걸루 그렇게 심각하니..
하는 나무라는 듯한 표정과 말투.
..그 모든 것에 난 할말을 잃고
뭔가 불만에 가득차 뭔가 이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뭐가 불안한 것인지 그 조차도 알 수 없어
입을 한 일자로 꾹 다문채 묵묵히 문어만 신경질 적으로 씹어대고 있었다.
"ㅋ 너무 심각해 하지 말아요 자기.
뭐...아까 내가 바닷가에서 네꺼 만진 댓가라고 치자.
내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아주 100점 만점에 100점!"
마지막 문장이 뭔 말인지 내 뇌에 해석되기엔 잠깐의 텀이 생겼다.
그녀가 벙-찐 내 얼굴을 보면서 살짝 윙크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보고서야...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나도 따라 고개를 숙이고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게된...나는
이 여자의 사고를 앞으로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몰라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언니 손 작잖아. 키만큼이나..크윽....ㅜㅜ
왠지 여자로서 완전히 패배한 것 같은 기분에
난 병맥주 세병을 연거푸 비우고 나서야...
남은 일정동안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로 마음 먹고
겨우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그래....도 닦는 셈 치는 거야.
대체..왜 내가 부산까지 와서
이 청춘의 한 가운데서
그녀를 보면서 도를 닦아야 하는지..
그 신세가 너무 처량하고 슬프긴 했지만...
난 할 수 있어..ㅜㅜ
잠깐 -
눈을 깜박였을 뿐인데...
어느덧 나는 거실에 쇼파 앞 테이블에 놓인 마른 안주인 오징어 다리 하나를 꼭 쥔채..
쇼파에 누워 있었다.
입 안에 느껴지는 부스러기는 ..분명 땅콩.
근데..이걸 먹은 기억도
거실로 온 기억도
없었다.
아마도 잠시 필름이 끊긴 모양이었다.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다른 느낌에 내 페이스를 오버 한거지.
거대한 벽걸이 텔레비젼에서 은은한 재즈 콘서트를 하고 있었고
내 작은 움직임에 그녀가 날 내려다 보았다.
"괜찮아?"
어라?
왜 그녀가 내 위에서 보이는 거지?
가만 보니 내가 어느새 그녀의 무릎을 떡 하니 베고는 아래에 누워 있는 폼새.
내가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자 그녀가 말했다.
"좀 더 누워 있어."
"괜찮아요. 좀 많이 마셨나봐요."
근데..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난 뭔가 허전한 느낌에...
내 등뒤로 손을 올려 보았다.
없다.
없다.
없다!?!?
분명 웃옷은 아까 그대로 인데...
분명......샤워하고 새 속옷으로 갈아입었는데..
내가 브라를 잊고 하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집에서도 항상 하는 편이라 절대..
저얼대!!! 잊을리가 없는데...
설마....이 여자가....
벗.긴.건.가?
근데..언제 어떻게..?
아무리 잠시 필름이 끊겼다고 하지만..
아까 필름 끊겼을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난 뒷덜미가 삐쭉 서는 것 처럼 그녀가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저....."
"뭐?"
무심히 텔레비젼에 시선을 보내던 그녀가 날 돌아 보았다.
물론 복장은 아까와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얼굴만은 무진장 순진무구해 보여..
참으로 이런 말 꺼내기 민망하게 했지만..
일단 알건 알아야 겠다 이거야.
"제 브라 어딨어요?"
"응? 모두 같이 세탁기에 돌리고 있지."
주방 한 켠에 마련된 드럼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그제야 어렴풋이 들리는 듯 했다.
뭔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전 아무것도 모야요-
이런 얼굴로 갸웃거리는 그녀.
"아니 아까 벗어 놓은 옷 말구요...
제가 입고 있던...."
브라...라는 말이 이렇게 하기 힘든 말인지 미쳐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대체 뭔말이래? 이런 얼굴의 그녀를 보고서는..
난 장수풍뎅이 땀구멍 만큼이나 작은 소리로..
"제..브라요.."
라고 겨우 소리를 내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아..아아.."
빙그레 웃는 그녀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것은 여전히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였다.
"아뇨..제가 입고 있던거.."
"응.. 그거 벗긴 후에 바로 세탁기에 넣었어."
"아니 왜요? 그거 새로 갈아입은 건지 알잖아요?"
"그랬나? 난 또 입은 건줄 알았지.."
그게 말이 되냐구요.
아까 같이 물에 홀라당 젖은 거 몰라요?
제 브라만 방수입니까? 예?!?!?
라고 외치려는 순간..그러고 보니..
"벗겼다구요?"
내가 쇼파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일어서니 바닥이랑 펵이 핑그르르 돌아..
난 조금 휘청 거리다 그녀의 손을 잡고 겨우 다시 쇼파에 앉았다.
"벗겼다구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노려보면서 묻자.
그녀는 대체 왜 그래? 이런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주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아니..왜요??????"
아마 물음표가 내 얼굴에 백만개는 떠오르지 않았을까..
"흐음..네가 벗고 싶어 했는 걸?"
"제가요? 정말? 말이 되요 그게?!?!"
내 목소리가 제법 커지자..
그녀가 날 쇼파에 기대게 조심스럽게 뉘이면서 어깨를 토닥거렸다.
"왜 이렇게 흥분하고 난리야.
아니 잘 때도 브라 하고 잔다면서..
원래 집에 들어오면 풀어 놓는게 좋아.
잘 때도 가슴을 압박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도 모르니?
아까도 이거랑 같은 말 했었어.
그러니까 네가 그럼 벗겠다고 했는데..
잘 못 벗길래 내가 벗겨 줬지..
진짜 기억 안나?"
잘 때 브라 하고 잔다는 것을 아는 것을 보니..
이야기를 하긴 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그녀가 내 상의를 입힌채 벗기진 못했을 테고..
그럼 다 벗겼다 다시 입혔다는 것?!?!
생각만 해도 남사스러워서..
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정말 까마득한 낭떨어지에 추락하는 기분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시집 다갔어. 젠장!!
"아효.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고 그러니. 여자끼리.
아까 샤워하면서 다 봤는 걸 뭐 ..."
그러면서 내 허벅지에 손을 척 하니 올리고 토닥거리는 그녀의 손을
두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가락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손 치워요."
"응?"
"손 치우라구요."
내가 제법 화가난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자 그녀가 손을 떼면서 으쓱 어깨를 올리며 말했다.
"참 예민도 하셔라.."
별일 아닌 것에 왜 그러니 대체..
이런 분위기를 온 몸으로 풍기고 있는 그녀의 모습.
거울 좀 보라구!!
당신 옷차림이랑 그 모습을 본다면 절대..
저얼대!! 정상으로 볼 수 없는 건 당신이야!!
어째 그녀랑 있으니..
뭔가 말리는 느낌에..
뭔가 몹시 피로해졌다.
없던 두통도 생기려는 것 같아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
"자러가요."
"더 안마셔? 오늘 첫날인걸. 양주 개시도 안했는데.."
2층으로 올라가려는 내 팔을 붙잡는 그녀.
얼굴은 순진무구인데..
어째 그 얼굴과 몸이 너무나 대조적이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잘래요. 잘자요."
"같이가~"
내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2층으로 올가자가 그녀가 내 팔에 팔장을 끼고는 따라 나섰다.
"전 2층에서 잘거예요."
"그럼 나두..."
".....그럼 전 1층에서 잘게요."
그녀에게 2층의 더블침대가 있는 전망이 끝내주는 방을 내어주는 것은 뭔가 몹시 억울했지만..
난 1층에서 자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더 나을것 같았다.
"왜에? 같이 자지.."
"방이 3개예요."
"그래서? 원래 놀러오면 친구들이랑 같은 방에서 밤새 이야기하다 자는게 정상 아냐?"
이미...당신 자체가 비정상이거든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난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로지 그녀의 얼굴만..
도저히 시선을 내릴 수 없는 그 민망한 모습을 어찌나 당당하게 내게 보여주고 있는지..
"그런 옷 입고 잠이 와요?"
"왜에 이게 어때서?"
전혀 모르겠단 얼굴로 자신의 옷을 훑어 보는 그녀의 얼굴엔
진심 가득한 의문이 가득 떠올랐다.
"최소한 평범한 걸 입으시던가요."
"이게 왜? "
"너무 야하잖아요!"
평소라면 그닥 이런 말 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니 이런 사람이랑 어울리는 것 자체를 하지 않았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피로할대로 피로한 대다..
알콜의 기운이 내 잠자는 야수의 본성을 꺠우고 있었다.
나 건들지 말라구..이래뵈도 한 승질 하거든.?!?
내가 제법 짜증 난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으나..
"야해? 너한텐 이게 야한가 보다?
막 흥분되고 그래?"
아니 눈썹 하나 꿈틀되는 것 없이
오히려 눈을 빛내면서 내게 다가오는 그녀가 무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난 더 이상 말을 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단 것을 꺠닫고는
입을 다물고 성큼성큼 1층의 방 하나 문을 열었다.
아니 열었더니 글쎄....
온갖 옷가지들이 온방안에 펼쳐져 있는데...
이 많은 옷가지가 어디서 다 나온거래..?
난 눈이 휘둥구래져서 그녀를 돌아 보았다.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
귀엽게 웃었다.
내 표정은...바로....ㅡㅡ;;
하는 수 없이 그 방은 포기하고 다른 방 문을 여니..
아니 이곳에는 이상한 란제리가 가득 펼쳐져 있는게 아닌가?
아니 이런 옷 지금 입고 있는거 하나가 아니었어?!!?
난 너무 놀라서 왠지 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처럼
황급히 그 방 문을 닫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난 눈치를 보다가..
2층으로 재빠르게 올라가서 문을 걸어 잠그었다.
내 재빠른 행동에 그녀가 미처 뒤늦게 쫒아오긴 했지만..
고딩 때 육상부에 들 만큼 발이 빨랐던 날 쫒아오기엔 역부족이지.암.
2층 침실로 도망치듯이 들어와 문을 잠그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화장실로 가서 비치된 일회용 칫솔로 양치를 하고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다.
"문 열어줘어어어엉"
"문 열어!"
"문 열란 말이야..."
끊임 없이 문을 탕탕 치면서 고성방가를 일삼는 그녀를
완전히 잊고 자려고 했건만..
저 쬐끄만 몸에서 어찌나 큰 소리가 나는지..
결국 인터폰으로 조용히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난 그녀를 방으로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반대쪽으로 넘어오면 바로 이 방에서 퇴출이니까 그렇게 아세요. 알았죠?"
"응응"
강아지처럼 눈을 빛내면서 다 알아들었단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는 그녀.
왠지..그녀를 믿지 못하겠는 이 불안함은 무엇인지..
한 침대에 누워 혹시나 그녀가 넘어올까 싶어 난 최대한 한 귀팅이에 붙어 누웠으나..
난 알수 없는 불안감에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왜....내가 정조의 위협을 받는 이 이상한 기분에 시달려야 하는지....
그 때까지도 난 그것 자체조차 의문스러워 왠지 카오스 속에 홀로 던져진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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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현주에 빙의해서 바캉스 여행 중입니다.
참으로 스스로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네요. 흑.
첫댓글 아싸ㅏ!!!!!!일빠당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아무리봐도저여자짱이에욬ㅋㅋㅋㅋ아진짜저런여자어디없나....ㅠㅠ
아저도부산가고시퍼요ㅠㅠ
부산...ㅎㅎ;;상상 속으로 다녀오는 중이랍니다.
안됩니다.. 너무 수위가 높아요~~ ㅋㅋ
ㅋ 안그래도 수위 조절을 좀 해야할 것 같아요 엘문학에서는..
농담이였는데요 ㅜ.,ㅜ
ㅋㅋ 아니예요 님 때문이 아니고 늘상 생각했던 문제임.
1401때는 처음이라 너무 몰랐어요.;;
능글맞다고 해야하는건지 ㅋㅋㅋㅋ 자기페이스 대로 가네요 잘읽었습니다^-^
현주의 마수에 걸린 상대는 누구나.....아마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