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제서야 빨간 머리 앤
빨간 머리 앤.
너무 유명한 작품이란다.
동화로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너희들도 이미 읽어 본 책이고…
아빠가 어렸을 때 텔레비전 만화로도 해서,
빨간 머리 앤이라고 하면 텔레비전 만화 속 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구나.
비록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캐릭터라서…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동화책로 된 <빨간 머리 앤>을 본 것 같지도 않았어…
줄거리가 어떻게 되었지? 생각해 보니 막상 떠오르지 않더구나.
그러니까, 그 작품이 그렇게 유명하지만,
제대로 된 줄거리는 잘 모른다는 거였지.
최근에 아빠 회사 사람 중에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희들과 함께 보고 있잖아.
드라마가 참 재미있고,
앤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더구나.
그리고 앤을 맡은 배우를 비롯하여 다들 연기도 잘 하고…
책을 읽고 나서 보니, 드라마 속의 앤은 소설 속에서 걸어 나온 듯,
너무나 잘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드라마는 우리가 주말마다 두어 편씩 보고 있잖아.
물론 드라마가 원작 소설 대비 많은 부분 각색이 되었지만,
아빠는 이제서야 <빨간 머리 앤>의 원작 소설을 읽고 싶더구나.
집에 <빨간머리 앤>은 동화로 각색한 것이 여러 권,
원작 그대로 번역된 것이 두 권이 있었어.
그런 책들 중에, 엄마가 선물로 받은 <빨간 머리 앤>이 탐나더구나.
일단 책의 디자인이 너무 예뻤어.
그리고 <빨간 머리 앤>뿐만 아니라 속편 <에이번리의 앤>도 함께 세트로 있었어.
그래서 엄마한테 그 책을 빌려서 읽었단다.
재미있더구나.
그리고 왜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책인지 알게 되었단다.
더불어 아빠가 읽는 인디고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는
삽화도 있는데, 그 삽화들도 너무 사랑스러워 좋았단다.
…
<빨간 머리 앤>의 지은이는 캐나다 출신의 루시 모드 몽고메리라는 분인데,
갓난 아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자랐다고 하는구나.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는구나.
학교, 우체국, 신문사 등에서 일했는데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빨간 머리 앤>을 출간하고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고 했어.
이후 빨간 머리 앤의 후속작들을 계속 써냈다고 했어.
아빠가 알기로는 빨간 머리 앤의 후속작을 모두 합치면 10권인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단다.
빨간 머리 앤의 줄거리를 너희들도 잘 알고 있어서,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간단히 적어서 기억을 보조하련다.
1. 새로운 가족
에인번리의 그린 게이블스라는 집에 살고 있는
매슈 커스버트와 마릴라 커스버트 남매…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남매가 같이 살고 있었는데,
목장과 농장 일을 도울 수 있는 남자 아이를 한 명 입양하기로 했어.
그런데 기차역으로 아이를 마중 나갔던 매슈가 만난 이는
남자 아이가 아니고, 말 많고 쾌활하기 그지 없는 앤이라는 여자 아이였단다.
착오가 있었나 봐.
매슈는 그런 앤으로 집으로 데리고 왔고,
마차 타고 오는 내내 앤의 즐거운 조잘거림에 마음을 빼앗겼단다.
마릴라는 앤을 다시 고아원으로 돌려보내려다가 마음을 바꾸고
앤과 함께 살기로 했단다.
그렇게 시작부터 우여곡절 끝에 앤은 그린 게이블스에서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와 함께 살게 되었단다.
마릴라 아줌마의 이웃이자 친구인 레이첼 린드 부인이 있었는데,
너무 솔직히 이야기해서 상대방의 속을 긁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빼면 인간적인 면이 많은 분이란다.
앤 앞에서도 솔직히 자신의 좋지 않은 감정을 이야기했다가,
앤도 솔직히 레이첼 부인에 대한 약점을 맞받아쳐 안 좋은 인상을 주었지만,
나중에 사과를 하고 레이첼 부인에게도 마음을 얻었단다.
이렇듯, 앤은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호감을 쉽게 얻는 캐릭터였단다.
…
친구들은 어떠냐고?
앤이 이곳에 오기 전에는 고아원에서 지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사귈 수 있었는데,
가장 먼저 사귀게 된 친구가 너무 착하고 예쁜 다이애나라서 참 다행이었던 것 같구나.
둘은 처음 만나자마자 절친이 되어 함께 했단다.
물론 이런 저런 사고를 치기도 했어.
사춘기 소녀잖니…
어느 날은 다이애나를 초대해서 주스를 준다고 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포도주였고,
다이애나는 그 포도주를 먹고 잔뜩 취하기도 했단다.
앤이 비록 모르고 한 일이었지만,
이 일을 알게 된 다이애나의 엄마는 앤을 만나지 못하게 했단다.
그런데 며칠 뒤 동네 어른들이 모두 이웃 동네에 총리를 보러 간 사이에,
다이애나의 동생이 후두염으로 위급한 상황이 있었어.
다이애나는 당황하여 앤을 불렀고,
앤은 침착하게 응급 조치를 했단다.
앤은 고아원에서 후두염이 걸린 아이들이 있었고,
그 때 어떻게 응급조치를 취하는지 본 적이 있어서 그대로 했단다.
나중에 의사가 도착을 했을 때,
침착하게 대처한 앤의 응급처치가 없었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면서 앤을 칭찬하였어.
이 일로 다이애나의 엄마는 앤에게 사과를 하고,
앤과 다이애나는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단다.
2. 기쁜 일, 슬픈 일
앞서 이야기했듯이 앤은 동년배의 친구뿐만 아니라
나이 많으신 분들과도 잘 친해진다고 했는데,
다이애나의 숙모할머니와도 친해져서,
많은 도움을 받고 했단다.
…
앤은 에이번리에서의 생활을 잘 적응했어.
친구들과 이야기클럽을 만들어 상상의 날개를 펴기도 했어.
학교 생활에서도 앤은 여러 분야에서 성적이 좋았단다.
길버트와 처음 만난 때는 그의 무례함에 충돌하기도 했디만,
이후에는 좋은 경재 상태가 되어 주었단다.
…
새로 오신 스테이시 선생님은 앤에 있어 최고의 선생님이었단다.
아이들과 함께 학예회도 할 수 있었고,
앤이 퀸스 대학의 입시 공부도 도와주셨어.
앤은 퀸스 대학에 길버트와 공동으로 일등으로 합격을 하게 되었단다.
퀸스 대학에서도 앤은 열심히 공부를 했단다.
그리고 주말마다 그리운 에이번리의 그린 게이블즈로 돌아와서,
다이애나, 마릴라 아주머니, 매슈 아저씨와 함께 지냈단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퀸스 대학의 졸업식…
앤은 에이브리 장학금이라는 것을 받아서,
더 큰 레이먼드 대학교로 갈 수 있다고 했어.
앤에게는 더 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단다.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슈 아저씨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하지만 늘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
심장이 약했던 매슈 아저씨가 그만 심장병으로 돌아가시고 만 거야.
매슈 아저씨의 재산이 들어 있는 은행이 망했다는 소식에 그만 심장발작을 일으킨 것이지..
그리고 마릴라 아주머니도 시력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요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은행이 망한 것은 타격이 컸단다.
그린 게이블스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이런 때에 앤은 레이먼드 대학으로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자신이 돈을 벌어서 그린 게이블스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집에 있기도 했어.
에이번리의 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면 가장 좋은데,
그것은 이미 길버트가 하기로 되어 있었단다.
착한 길버트가 가만 있겠니,
앤이 그런 사정이 있는 것을 알자마자 그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은 이웃 동네의 학교로 가기로 했단다.
그렇게 앤은 에이번리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에이번리의 새로운 선생님으로 말이야…
여기까지가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이어서 후속편인 <에일번리의 앤>도 읽었는데,
그 이야기도 조만간에 해줄게.
책이 좀 두껍긴 하지만, 재미있어서 너희들도 읽을 수 있더구나.
물론 동화책으로 각색된 것을 읽어봤지만,
이 책도 한번 읽어보길…
책을 읽다 보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머릿속에 앉아서 아빠한테
기분 좋은 조잘거림으로 이야기해주는 듯하더구나..^^
아참, 책에는 좋은 문구들도 많은데,
아빠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아침을 예찬한 글이란다.
아빠의 아침은 출근길에 늘 괴로운데 말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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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이런 아침에는 세상이 온통 사랑스럽지 않나요? 시냇물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요. 시냇물이 얼마나 유쾌한지 아세요? 언제나 웃고 있어요. 겨울철에도 얼음 밑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요. 초록 지붕 집 근처에 시내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어차피 여기서 살지도 못할 건데 무슨 상관이냐 싶으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다시는 보지 못한다 해도 전 초록 지붕 집에 시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할 거예요. 만약 없었다면 그곳에 시내가 꼭 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늘 따라다닐지 모르거든요. 전 오늘 아침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지 않아요. 아침엔 절대 그럴 수가 없어요. 아침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은 무척 슬퍼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주머니가 바라시던 아이는 바로 저이고, 여기서 언제까지나 살게 되었다는 상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상상을 하는 동안에는 큰 위로가 됐어요. 하지만 상상의 가장 나쁜 점은 깨어날 때 마음이 아프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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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레이첼 린드 부인은 에이번리 마을의 큰 길이 작은 골짜기로 꺾여 내라가는 곳에 살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책제목 : 빨간 머리 앤
지은이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옮긴이 : 김양미
펴낸곳 : 인디고
페이지 : 528 page
책무게 : 656 g
펴낸날 : 2018년 06월 15일
책정가 : 14,800원
읽은날 : 2021.02.11.~2021.02.12.
글쓴날 : 202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