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신환을 가능한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장조직검사를 한 경우는 적어도 수년간 추적을 하여야 하고,
만성 신부전 초기의 경우는 십년 이상 돌봐주어야 하니까.
이제 정년이 2년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쭉 보아왔던 환자,
특별히 나를 찾는 환자가 아니면 신환이나 더구나 입원은 내 이름으로 시키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까짓 진료실적이나 특진료 수입도 무심하다.
모처럼 신환을 입원시키고 나니 토요일 오전에도 병원엘 갔다.
어제 금요일 오전 외래가 끝날 무렵 의원 진료의뢰서를 들고 찾아 온 여자 환자.
나이는 24세이고 어머니와 같이 왔다.
주증상은 고열과 오한.
급성 신우신염을 의심하여 조사한 현 병력과 이학적 소견 모두 잘 맞지 않는다.
‘최근 남자관계가 있었습니까? ’
“없었어요" 하며 강력히 부정한다.
기본 검사를 내고 외래도 없는 오후 시간에 다시 본 결과
혈액소견상 백혈구 증다와 호중구의 상승,
소변검사에서 세균뇨와 경도의 농뇨가 있어 설명을 하고 입원시킨 환자이다.
이런 환자에서 감별은 중요하다.
오늘 새벽에 환자는 40도가 넘는 고열이 있었다며 전공의가 보고한다.
아침에 이 한명의 입원환자 때문에 회진을 돌며 다시
“최근 어디 여행을 간적이 있습니까?”
“서울을 벗어 난적이 있습니까?”
이제는 어머니가 옆에 없어서 또 한 번 “남자관계는? 하고 물었더니
환자가 “그걸 어머니가 계시는데 물어보면 어떡해요” 하며 눈을 홀기며 샐쭉해 한다.
그러면서 “2주전에요” 하고 이실직고.
“그래 어머니가 있을 때는 관계가 없었다 하여도 되고
어머니가 없으니까 내가 다시 묻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누구에게 알릴 것도 아니고
병록에도 이런 건 기술하지 않는다고 설명을 하며 안심시킨다.
모든 환자들의 정조까지 내가 책임질 일도 아니니까.
이런 질문은 사심 없이 지나가는 말로 하여야 하며
호적상 혼자 사는 여자라도 기분상하지 않게 반드시 물어 보아야 한다.
남자친구도 있을 수 있으니까.
남자관계는 여자들의 요로감염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요로감염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한번 30대 후반의 기혼녀가 신우신염으로 입원하게 되었는데.
현 병력 청취에서 남편이 장기간 외국 출장에서 다녀 온 후 발생.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나는 이해한다.
그러나 미혼인 경우는 조금 다르다.
늘 있는 기회가 아니다보니까 무리(?)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것이라도 정도껏 해야지.
이에 대하여 네이버의 나의 블로그 “잊지 못할 환자”에서 “밀월 방광염이란.” 데 잘 기술되어 있다.
첫댓글 급성신우신염 환자, 예전엔 나도 자주 보았는데, 요즘은 안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