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만나러 간 어느 수행자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그 수행자는 전에 왕국이 처한 위기를 지혜로 해결해 준 성자의제자이기 때문이
왕이 나와서 직접 그를 맞이하고 왕궁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권했다.
수행자는 왕에게 귀빈 대우를 받고 여독을 풀어 주는 즐거운 연회에다
왕족에 버금하는 식사 대접을 받았다.
밤이 되자 왕은 수행자가 궁전에서 가장 호화롭고 안락한
자신의 침실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까지 배려했다.
부드러운 쿠션에 둘러싸인 유난히 편안한 침대가 침실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고행을 실천하는 성자의 제자로서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해 왔기에
그런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성자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해 특별 대접을 해 주는 왕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침대에 눕자마자 수행자는 화들짝 놀랐다.
침대 위에 긴 칼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칼집에 들어 있지도 않는 칼이 그의 두 눈 사이를 똑바로 가리키며 번쩍였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하게 느껴지는 방과 침대임에도 불구하고
수도자는 한숨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리 위에 걸려 있는 날카로운 칼에 의식이 온통 집중되어 있었다.
아무리 해도 마음이 그 정체불명의 칼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그는 생각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장난인가! 왕은 내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대를 베풀고
이 나라에게 가장 안락한 방을 제공해 주었지만 머리 위에는 긴 검을 매달아 나를 겨냥하게 하다니!'
칼에서 잠시도 마음을 뗄 수 없었고 날이 밝도록 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왕이 활기찬 목소리로 잘 잤는지 묻자 수행자가 말했다.
"한 순간도 그 칼에서 마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었겠습니까?
폐하께서 너무나 잔인한 장난을 치셨습니다."
그러자 왕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룻밤 동안 칼집 없는 칼이 침대 위에서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당신에게는 잔인한 장난이군요.
하지만 나는 매일 밤과 매일 낮 죽음이 내 위에서 번쩍이는 칼날처럼 나를 겨누고 있소.
즐겁게 먹고 마시고 세상의 모든 호화로움을 누리고 있을 때조차도 내 마음은 죽음을 자각하고 있소.
내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때조차도 누군가가 나에 대해 거짓말을 퍼뜨리고 내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언제나 있소.
이웃 나라의 왕이 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언제 군대를 보낼지 알 수 없소.
아니면 나 스스로 목락을 가져올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지도 모르오.
어쩌면 믿어 의심치 않던 나의 대신들 중 하나가 내 권력을 시기해 나를 해치려 할 수도 있소.
내가 아무리 행복하고 즐거울지라도, 내 마음이 무분별하게 안락과 화려함에 물들어 있을지라도,
칼집 없는 칼처럼 죽음이 언제든 나를 겨냥하고 있음을 자각하기 위해 칼을 내 침대 머리맡에 걸어둔 것이오."
자신이 아니라 지금 앞에 서 있는 왕이 누구보다 진정한 수행자임을 깨닫고 성자의 제자는 겸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100가지 인생 처방 우화 모음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