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을 겨...." 여행 하는 동안 내내 티켓팅을 하여 준 구보다상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구보다상의 남편을 보내고 일본인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콤비니-정말이지 지독하게 좋아하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준비하여
항구에서 게눈 감추듯이 그야말로 먹어치웠다...이런 단어 쓰기 싫지만 상황이 그러했다.
사실은 다카마쓰역에서 판다는 에키벤 아나고메시, 말하자면 도시락을 사먹고 싶었지만 미처 그곳까지 갈 시간이 부족했던 것.
그리고 다시 나오시마에 관련된 책자를 들여다 보며 메모를 준비하는데 아하 벌써 가슴이 콩닥거린다.
드디어 배에 올라 선상으로 향했다.
그 유명하다는, 세계에서 하나 뿐이라는 빨강색 투명 유리 등대-밤 불빛이 장관- 세토시루베를 찍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타자마자 보이는 메기지마, 일명 도깨비섬을 한 컷 날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멀리 보이는 오카야마현과 가가와현을 잇는
세토대교를 보기위해서 이기도 하고 너른 바다를 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였으나
어느 순간에 50여분 항해가 끝나 미야노우라항에 하선하기 직전 저 멀리 보이는 나오시마의 명물 빨강호박과 양철판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아, 가슴이 더욱 거세게 뛴다.
"얼마나 기다리다 만나는 것이니" 싶은 것이 마구 마구 설레고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달려가는데 구보다상과 일본여행전문가 박인숙씨가 뒤에서 웃느라 정신이 없다.
당연하다.
박쌤은 이미 세번째요 구보다상은 처음이지만 쥔장과는 감격의 가치가 다를 터, 일종의 감개무량이라고나 할까?
오래 기다린 보람 같은 것이 스멀거리고 올라오는데 방망이질 하듯 가슴이 뛰는 것 어찌 하겠는가.
가만히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호박 앞에 서 보았다.
빨강호박 앞에 다가 선 사람들은 너나들이로 사진을 찍느라 난리굿이고 나 또한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아침 햇살 앞에 다시 만나리라 약속을 하였지만그날 더 빠르게 밤에 다시 빨강호박 앞에 섰다.
호박 안에 조명등이 요란하게 돌아가는 모습이 그냥 즐겁기만 하고 함께 떠돌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일단 손을 가볍게 하기 위해 민박을 찾기로 했다.
전에 박쌤이 묵었다는 곳으로 찾아갔으나 이미 만원사례, 특히 그 집은 정갈하고 맛있는 저녁과 아침을
제공-7000엔, 한 사람당-해주므로 인기가 많다고 하나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여자들만 받는다는 조촐한 민박집-3800엔 곱하기 3-으로
전화를 하였더니만 에고 바로 앞에서 뚱뚱한 아줌마가 전화를 받으며 나오시니 그야말로 대박, 호탕하게 웃어제낀다.
일단 예약을 하고 간단한 짐을 내려놓고 그 유명하다는 나오시마의 또 다른 명물을 찾아서 발길을 옮겨 가장 먼저
나오시마 생협 근처에 있다는 ' 야마모토 수타우동집'을 찾아가는 길은 산자락과 꽃들과 조촐한 관사 아파트들이 정렬하고 있다..
길은 조금 멀어도 걸어가는 즐거움과 우리나라의 꽃들과 대부분 비슷한 꽃들을 들여다 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고
한참을 걸었다 싶을 즈음 나타나 주시는 수타 우동집이 반가워 급하게 주문을 한 다음 막간을 이용하여 촬영 가능 여부를 묻고
흔쾌히 허락을 받아내 그가 국수 면발을 씼는 장면과 밀대로 국수 밀다 지친 모습을 찰칵.
그러나 행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아니하고 '자루우동'에서는 환타스틱을 부르짖을 만큼 면발의 탄력이 장난이 아니었으며
더불어 가께우동 역시 흡족하여 잘 찾아왔다 를 연발하면서도 유부초밥과 주먹밥까지 챙겼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웬만한 우동집이나 식당엘 가면 반찬을 주지 않는고로 거의 국물이 짜다.
그런고로 국물은 맛만 음미할 뿐 후루룩 마시지 못했다....가는 곳 마다 그러하다.
돌아서 걸어나오 길이 하도 길어서 점 하나 찍은 자루 우동이 다시 생각날 정도 였으나 모르쇠로 미야노우라항구로 가서
일단은 아트 프로젝트 전용 버스를 타고 아슬아슬한 골목길을 돌아 츠츠지소에 내려 다시 순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베네세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노란호박에게로 달려갔다.
쿠마사 야요이가 자신의 정신을 치유하기 위해 점을 찍기 시작하였다지만 의미와 상관없이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그 장소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은 기꺼워 할 것이다.
단 20분의 자유....마음껏 촬영을 하고 츠츠지소의 명물 '파오-딱히 숙소를 결정하지 아니하고 텐트에서 자는 것-'를 멀리 바라보고
쥬크박스를 눌러 "아버지의 바다-은근히 심금을 울린다-"라는 노래를 몇 번이나 들었다.
버스에 올라 베네세 미술관에 내려 올라가다가 두갈래 길 중 하나 왼쪽 담벼락을 따라 올라가니
그야말로 근사한 미술관의 보배가 나오지만 촬영금지.
감동과 감격으로 한참을 바라보던 곳, 두개의 의자와 그 곁의 세개의 의자가 덩그마니 햇빛을 받으며
고독과 외로움으로 싸우고 있지만 잘 보면 그 속에 황홀함이 보인다....아쉽다 지면에 보여줄 수 없는 것이.
하여 감동의 시간을 길게 하기 위하여 카페에 들러 '너무 맛 있다'와 '사르르 녹는다' 밖에 표현할 길 없는
후식-소프트 빵 한 조각과 아이스크림- 을 먹으며 진한 감동을 되새김 한다.
한참을 버스를 기다리느니 베네세 미술관, 거기서 부터 내리 걸었다.
다시 버스를 기다려 휑 하고 달려가도 되지만 쏠쏠한 즐거움을 주는, 걷지 않고는 볼 수 없는 풍광을 가진 그런 오솔길은 걸어야 마땅하다.
이우환-한국사람- 미술관에서의 특별한 체험은 경험하지 아니하고는 절대 알 수 없음이다.
특히 빛으로 조망되는 현란한 자연의 세계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느껴야 하며 신발을 벗고 올라가
편안히 마주하는 그림 앞에서도 차이를 느껴야하는 것, 하늘창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묘미도 장난이 아니다.
이후 지추 미술관 가는 길, 도달하여 처음 맞이하는 미술관 입구에서 빛의 조화에 넋을 잃었다.
압권이었다는 말이다.
어쨋거나 압권은 압권이고 다시 마지막으로 섭렵하는 미술관이다 싶어 더욱 열심히 걸어가는 길에 만난 친절한
안내인-일자리도 창출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프로젝트의 의미다-이 돌아올 시간과 길을 알려주는 배려가 돋보이고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 빛나는 순간을 마주하기 위해 지추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 티켓팅- 2060엔-을 하고
시간이 부족할새라 바쁘게 셔터를 누르면서도 초입에 마련된 수련 연못은 이유가 있음을 알겠다...모네를 위하여.
햇빛과 콘크리트 외벽의 조화....이 또한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리라.
그리고 혼절할 만큼 멋진 모네의 그림을 만나는 횡재. 지추 미술관의 자부심이요 더할 나위 없는 만족으로 지추미술관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모네의 작품을 특별히 설명해주겠다는 중견간부 HAGI WARA ICHIRO의 문화 코드에 맞춘 설명 앞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신발을 밧고 들어가 전시장의 발의 감촉을 느껴야 하는 모네 그림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온 몸으로 설명을 하는 그 남자가 아름답다.
또한 월터 드 마리아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묘하게 어울린...그러나 터렐의 작품 앞에서는 경이로왔다.
말로 표현할 길 없는 특별한 세계에서 빠져아오기 위해 걸음을 떼었다.
발길이 돌아서지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 6시 10분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겁게 걸음을 떼었다.
순환 버스에서 내려 프로젝트 전용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길 건너 신을 모신 불단과 그에 어울린 집 한 채를 발견하였다.
혹시 우리나라처럼 제를 지내주는 사람이 거처하는 곳인가 하였으나 개인집이요 그 개인이 떠나더라도 집을 부수지 않는 이유는
땅으로 있을 때 세금이 더 비싸기 때문이라는 구보다상의 말씀인데 집 모양새를 하고 잇으면 그나마 세금이 싸다는 것.
결국 어느 나라나 세금 폭탄은 맞기 싫은 듯...주인 없는 집에 온기란 절대 기대할 수 없는 법.
다시금 민박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그 좁은 골목길을 잘도 유연하게 헤쳐나가는 운전기사의 숙련된 운전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지만 일정 거리를 두고 비켜서서 기다려 주는 반대편 운전 기사들의 기본이 철저하다.
그리고 하루종일 움직이는 동선마다 작정하고 티켓팅을 해준 구보다상에게 우리가 쉴 새 없이 한 말은 " 복 받을 겨"
감동이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순간에도 길게 여운을 남기나 한켠에 접어두고 프로젝트의 일환인 공중목욕탕
' I LOVE-하트 모양 그림-湯'으로 갔다.
구보다상의 말에 의하면 탕 湯이라는 한자는 영어로 YOU란다...재미있는 발상인데 일본에는 같은 단어를 두고
서로 다르게 쓰기도 하고 한 단어에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 더러 있어 배우기는 어려워도 즐기기엔 센스만점 인 듯하다.
암튼 목욕탕엘 가면 특이한 소재 거리들로 넘쳐나서 전부 촬영하고 싶어 일본 사람들이 죄다 사라질 때 까지 기다려
기어이 찍었지만 아쉽게도 지면에 올릴 수는 없다...혼자서 즐길 뿐인 내부 시설엔 사막의 오아시스를 기다리는 듯한
상징적인-전적으로 개인적인 쥔장의 생각- 코끼리가 천정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
아마도 목욕탕 물이 오아시스라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는 말씀이고 그 욕조 밑바닥에는 별별 그림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우연히 한국에서 사돈끼리 여행을 왔다는 두 분을 만났다.
나오시마가 좋아서 두 번째 여행은 여동생과 친구이자 사돈과 함께 동행 여행 중이라는데 구보다상과 같은 67세.
한 일간의 나이 차....팽팽한 그녀들에 비해 나이들고 왜소한 자신을 민망해 하는 구보다상을 위로하며
한국 여자들에 대한 적극성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왜냐하면 그녀들이 샴푸나 비누가 필요하면 빌려주겠다고 해서 우리 또한 흔쾌히 빌려썼던 것이니
일본 사람들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요 부러운 마음 나눔이라는 것.
그렇게 한 일 양국어를 써가며 희희낙락,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며 서울 아줌마들과도 이별을 하고 되돌아 나와
그 곁에 자리한 카페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이미 만원, 서양식 저녁 식사도 좋지만 직접 구워주는 핫도그가 일품이라는데 거기까지.
할 수 없이 일본인들이 자주애용하는 콤비니에 가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와 낮에 챙겨온 주먹밥까지 더해
조졸한 저녁 성찬을 하고 나서 밤 두시가 넘도록 인생 삼담을 하였다.
무슨 오지랖이 넓어서 무설재에서의 상담을 넘어 남의 나라까지 상담을 하는가 싶어도 워낙 구보다상이 진지한 관계로
한국으로 여행와 무설재에서 풀어놓았던 이야기를 또 들으며 변화를 촉구하는 상담을 진행하고 나니
정말 잠들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아 잽싸게" 이제 그만"을 외쳤다.
"잘자...오야스미나사이"를 외치며 잠 속으로 풍덩.
하지만 이른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빨간 호박을 다시 만나러 가는 이 극성.
첫댓글 ㅋㅋ 에고 화면에 담기지 않은 그 다른것들이 궁금함은 어쩌리요~?
에고 재밌었겠당~! 배가 살살 아파오는 이 증상은~? ㅋㅋㅋ
이곳에서는 찍지 못했지만 다음 날 불의의 사고가 생겨 소형 카메라를 이요해야 했는데
기가 막히게 절호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답니다.
무설재에 오시는 분들과라도 함께 보려고 인화할 예정입니다.
어느 지면에도 등장하지 못할 터이니 말이죠.
몰카가 가능했던 순간만 슬쩍 포착 한 컷...무슨 술래잡기 하 듯 했다는 것.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ㅎㅎㅎㅎ 찍사 욕심.
헤어가 짧아지셨어요.
저도 이 글 읽으며 부러움을 떨칠 수가 없네요.
다음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
넵...시어머님 장례때 긴 머리 걸기적 거린다고 제가 싹둑 잘랐습니다.
이제 알프스 소녀같은 느낌은 절대 없다는....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햇살편지 대신 캔디 같아요. ^^
@Heidi ㅎㅎㅎㅎ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