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중요한 교전을 벌이기로 결정하면, 성공을 위해 있음직한 모든 우연성을 확보하라. 승리를 확실히 하기 위한 모든 합리적인 수단을 마련했을 때, 우연성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분명 행운은 우연하게 찾아오지만, 담대한 지휘관만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 나폴레옹의 전술은 공격적이었지만, 즉흥적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것이었다. 1804년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황제로 등극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영국과 오스트리아, 러시아는 제3차 연합을 결성해 나폴레옹에 대적했다. 나폴레옹은 10월 7일 도나우강을 건너 오스트리아로 진격했다. 당시 유럽군인들 이동 속도가 분당 70보인데 비해 프랑스군은 분당 120보를 이동했다. 거의 두 배 가까운 속도였다. 이 속도 덕분에 나폴레옹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병력을, 원하는 시간에 배치해 적을 격파할 수 있었다. 나폴레옹은 그의 특기인 신속한 행군, 작전행동의 유연성, 그리고 병력을 집중해 적의 취약 부분을 최대한 강타하는 전술로 오스트리아의 울름을 포위했다. 그러고 이 전투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약 4만8000명의 오스트리아군을 항복시키는 승리를 거두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패배에 자극을 받은 프로이센이 병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정보에 나폴레옹은 10월 26일 빈으로 진격했다. 소빙하기인 당시의 10월 빈 날씨는 생각보다 추웠다. 늦은 밤이면 온도는 영하권으로 떨어졌고 습도도 높았으며 바람이 강하므로 체감온도는 상당히 낮았다. 병사들은 장거리 행군으로 지쳐 있었으며 식량 사정 또한 좋지 않았다. 프랑스군을 기다리고 있는 러시아군은 명장 쿠투조프가 지휘하고 있었다. 쿠투조프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도 등장하는 인물로, 날씨를 전투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나폴레옹군의 힘이 약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14만 명에 이르는 러시아 증원군을 기다리며, 교묘하게 접전을 피하면서 서서히 후퇴했다. 이 무렵 프랑스 해군이 영국의 넬슨에 의해 참패당하고, 사기가 떨어진 프랑스 일부 군단이 러시아군에 포위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젠 더 진군하기도, 그렇다고 퇴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 나폴레옹은 기가 막힌 작전을 구사한다. 통신로를 일부러 노출하고 5만 명의 병력을 모두 산 아래의 대로에 모아뒀다. 연합군이 프랑스군을 포위해 섬멸시키고 싶도록 미끼를 던진 것이다. “프랑스군은 장거리 행군에 따른 피로와 추위로 사기가 떨어져 있고 우리는 증원군이 곧 도착한다. 게다가 날씨는 점차 추워지는데, 우리 러시아군은 추위에 강하지 않은가.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공격하면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쿠투조프는 공격을 늦출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1세는 나폴레옹군을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나폴레옹의 미끼를 문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아우스터리츠로 진군하기 시작한 것은 12월 1일이었다. 이때 연합군은 9만 명의 병력에 278문의 대포를 갖고 있었다. 나폴레옹군은 2만 명의 예비대를 급히 합류시켜 총 6만 명의 병력에 대포 139문으로 연합군과의 결전에 임했다. 비록 전체적인 수효에서는 열세였지만 나폴레옹은 자신이 선택한 지형에서 싸울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나폴레옹은 안개를 이용해 공격을 시작했다. 안개는 프랑스군의 기동을 감춰 줬다. 러시아군의 측면까지 은밀히 진격한 프랑스군은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대 혼란에 빠진 러시아군은 지리멸렬하면서 밀리기 시작했다. 안개가 걷히면서 러시아군은 필사적으로 프랑스군 우측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작전은 오히려 연합군이 둘로 나뉘는 결과를 낳고, 결국 각개 격파되고 말았다. 정오가 지날 무렵 러시아 기병들의 마지막 필사적인 공격마저 수포로 돌아가자 러시아군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프랑스군의 섬멸작전을 피해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돌파해 달아났다. 그러나 많은 병력이 호수의 얼음 위로 도망하다가 얼음이 깨져 빠져 죽고 남은 병력은 포로로 잡히고 만다. 오후 5시께에 전투는 끝나고, 프랑스군은 이 전투에서 7000명의 희생으로 적군 2만7000명을 사살하고 180문의 대포를 노획하는 대전과를 올린다. 아울러 오스트리아가 3차 연합에서 탈퇴하게 하는 정치적 승리까지 얻었다. 나폴레옹의 전쟁을 보면 날씨를 이용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투에서도 나폴레옹은 군사적 열세를 안개로 만회하고 대승했다. “지휘관은 기회를 창조해야지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선 안 된다.” 리더들이 나폴레옹의 이 말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 Tip : 승리 하려면 약점 찾아라 이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측면으로 공격해 들어간 것은 나폴레옹이 즐겨 사용하는 ‘배후 기동’ 작전이었다. 그는 전장에서 장군들의 성향과 병사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용했다. 대개의 장군들은 공격을 위해서든 방어를 위해서든 가장 강한 군대를 정면에 배치한다. 나폴레옹은 장군들의 성향을 이용해 적과 정면으로 교전하려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리고 많은 병력을 적의 측면이나 배후로 비밀리에 이동시켰다. 느닷없이 적군이 측면을 공격해 들어오면 어느 군대든 취약해진다. 순간적으로 위협에 대응하기 힘들며 방어를 위해 군대의 방향을 전환하는 순간 대혼란이 벌어진다. 전투에서 우위에 있는 군대라 할지라도 방향을 전환할 때는 십중팔구 단결력과 균형을 잃는다. 오늘 나폴레옹에게 배워야 할 것은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은 별로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승리하기를 원하는가? 적의 가장 취약한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라. 그리고 역량을 집중해 그곳을 공격하라. “오랫동안 공고히 다져진 정면을 공격하는 일은 피하라. 대신 측면 이동을 통해 적의 몸을 돌리려 노력하라. 좀 더 뚫기 쉬운 측면이 진실의 공격에 노출될 것이다.” (B. H. 리들 하트)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