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쓰러, 지셨다
이재무
우리 마을의 제일 오래된 어른 쓰러지셨다.
고집스럽게 생가 지켜 주던 이 입적하셨다.
단 한 장의 수의, 만장, 서러운 곡도 없이
불로 가시고 흙으로 돌아, 가시었다.
잘 늙는 일이 결국 비우는 일이라는 것을
내부의 텅 빈 몸으로 보여주시던 당신
당신의 그늘 안에서 나는 하모니카를 불었고
이웃 마을 숙이를 기다렸다
당신의 그늘 속에서 아이스께끼 장수가 다녀갔고
방물장수가 오래 머물다 갔다
우리 마을의 제일 두꺼운 그늘이 사라졌다
내 생애의 한 토막이 그렇게 부러졌다.
해설
[개관 정리]
◆ 성격 : 감상적, 회상적
◆ 특성
① 일상어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와 기능을 나타냄.
② 팽나무와 함께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쓰러진 팽나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냄.
③ 타인을 향한 너그러움과 무욕의 정신이야말로 큰 가치를 지닌다는 깨달음을 나타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오래된 어른
→ 팽나무를 의인화한 표현으로, 팽나무가 단순한 나무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임을
강조함. 대상에 대한 화자의 존경심을 효과적으로 나타냄.
* 단 한 장의 수의, 만장, 서러운 곡도 없이 / 불로 가시고 흙으로 돌아, 가시었다.
→ 쉼표를 사용하여 감정을 절제하여 표현함.
* 잘 늙는 일이 결국 비우는 일 → 무욕의 정신
* 우리 마을의 제일 오래된 어른 ~ 내부의 텅 빈 몸으로 보여주시던 당신
→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애정과 존경을 표현함.
* 당신의 그늘 속에서 ~ 방물 장수가 오래 머물다 갔다.
→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나무
* 두꺼운 그늘이 사라졌다. → 나무가 사람들에게 제공한 넉넉함이 사라짐.
* 두꺼운 그늘 → 두께를 잴 수 없는 '그늘'을 두께를 나타내는 관형어로 수식함으로써, '그늘'이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우리 마을을 지켜 주었음을 강조하기 위함.
* 내 생애의 한 토막이 그렇게 부러졌다.
→ 나무의 쓰러짐으로 인한 고통과 상실감. 나무와 화자의 생애가 동일시됨.
나무가 쓰러진 것을 화자의 유년이 사라진 것으로 생각함.
◆ 제재 : 팽나무
◆ 주제 : 쓰러진 팽나무에 대한 소중하고 애틋한 기억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마을의 오래된 나무가 고사하자 이에 대한 애틋함을 노래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느 날 팽나무가 쓰러졌다. 이 팽나무는 오랫동안 마을 공동체와 함께 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는 큰 그늘(휴식, 안정, 위로 등)을 안겨 준 마을의 큰 어른이었다. 화자는 어린 시절 팽나무 그늘 안에서 사랑의 설렘을 키워 나갔고, 이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팽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렇듯 인간에게 넉넉한 그늘을 내어 주며 인간과 함께 살았기에 화자에게 팽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육친'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 '고집스럽게 생가를 지켜 주던' 팽나무의 모습에서 자식에게 넉넉한 사랑을 베풀고, 고집스럽게 고향을 지키는 부모님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즉, 이 시의 대상인 '팽나무'는 추상적 관념이 투사된 대상물이나, 화자와 분리된 객체가 아니라 화자의 삶과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한 시절을 함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화자는 팽나무의 쓰러짐에 '내 생애의 한 토막'이 쓰러진 것과 같은 고통과 상실감을 느낀다.
[작가소개]
이재무
출생 : 1958년(63–64세)
대한민국 충청남도 부여군
직업 : 시인, 대학 교수
천년의 시작 대표이사
학력 :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사 수료
경력 : 現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現 천년의시작 대표이사
*2014~15 월간 [현대시학] 주간 엮임.
*2010~15 [실천문학] 시집 간행위원회 활동
*2001~09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 주간
*2000~15 [한국 작가회의] 이사
*1994.~ 민족예술인총연합 대의원
*1993.~1994.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부위원장
*1985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 간사
활동기간 1983년 ~ 현재
장르 : 시문학
자녀 : 이준행(벤치위레오)
<생애>
1958년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태어났다. 한남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1983년 《삶의문학》, 《문학과사회》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수상>
2002년: 제2회 난고문학상 수상
2005년: 제15회 편운문학상 우수상 수상
2006년: 제1회 윤동주 시상 수상
2012년: 제27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
2015년: 제2회 풀꽃문학상 본상 수상
2017년: 제3회 송수권 시문학상 본상 수상
2019년: 제17회 유심작품상 시부문 수상
2020년: 제17회 이육사 문학상 수상
<작품>
★ 시집 ★
•섣달그믐(1987 청사)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1990 문학과지성사)
•벌초(1992 실천문학사)
•몸에 피는 꽃(1996 창작과비평사)
•시간의 그물(1997 문학동네)
•위대한 식사(2002 세계사)
•푸른 고집(2004 천년의시작)
•저녁 6시(2007 창작과비평사)
•누군가 나를 울고 있다면(2007 화남)
•경쾌한 유랑(2011 문학과지성사)
•주름 속의 나를 다린다(2013 지식을 만드는 지식)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2014 실천문학사)
•슬픔은 어깨로 운다(2017 천년의시작)
•데스밸리에서 죽다(2020 천년의시작)
★ 시선집 ★
•오래된 농담(2008 북인)
•길 위의 식사(2012 문학사상)
•얼굴(2018 천년의시작)
★ 시평집 ★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핀다면(2005 화남)
★ 산문집 ★
•생의 변방에서(2003 화남)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2010 화남)
•집착으로부터의 도피(2016 천년의시작)
•쉼표처럼 살고 싶다(2019 천년의시작)
★ 공저 ★
•우리 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2002 웅진닷컴)
•긍정적인 밥(2004 화남)
★ 편저 ★
•대표시,대표평론Ⅰ·Ⅱ
첫댓글 오래된 팽나무의 서거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혹여 오늘 이 댓글을 보시게 되면
제게 연락을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10-3410-1919 김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