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3 (목) 아홉 시 땡! ‘대통령 해외순방’이 올라온 KBS 뉴스
'정권 낙하산' 의혹을 받아온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 메인 뉴스프로그램인 '뉴스9'도 이전과는 다른 뉴스의 시작을 선언했다. 과거 '9시 종이 땡하고 울리면 전두환 대통령 동정으로 뉴스가 시작됐다'는 뜻의 '땡전뉴스'에 빗대어, 지금의 KBS 뉴스가 '땡윤뉴스'가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KBS '뉴스9'을 뜯어봤다.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첫 이틀, 앵커가 교체된 '뉴스9'는 박 사장 입장을 대변하고 재생산하는 창구가 됐다. 박민 사장이 취임사에서 “KBS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주장한 11월 13일, 이날부터 뉴스9 진행을 맡게 된 박장범 앵커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흔들었던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고 앞으로 공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반성문으로 뉴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박민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주로 여권이 비판해온 보도 4건을 '불공정 보도'로 규정한 11월 14일엔, 뉴스9 앵커도 해당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사과했다. 박장범 앵커가 읽었지만 기사를 누가 썼는지는 공개되지 않은 이 보도를 두고 “보도 자체를 사장이 주문했는지 지시가 있었는지 의심될 정도”라면서 “이례적 9시 뉴스 사유화”라는 KBS 기자협회 비판을 불렀다.
◆ 전국 행정전산망 마비 혼란에도… 대통령 해외순방 '톱'
그리고 지난 11월 17일 전국민이 혼란을 겪은 초유의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를 계기로 '뉴스9가 땡윤뉴스가 됐다'는 비판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당시 시·군·구를 막론한 행정 기관에서 기본적 민원 서류 발급도 되지 않고, 정부는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 지상파·종편 등 주요 방송사 메인 뉴스 모두 정부의 책임과 시스템의 취약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KBS 뉴스9는 시작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APEC(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 참석 등에 집중했다. △APEC서 한일·한미일 정상 회동… 한중 회담도 열릴까? △중·일 '오염수' 입장 차 속 '대화 해결' 합의 △바이든 “미-중 관계 안정이 세계 이익”… 후속 대응 본격화 등의 리포트가 이어진 것이다. 이어진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보도는 '민원인 불편'이 있었다는 리포트, 행정안전부 설명을 전하는 기자 출연 등에 그쳤다.
이후로도 뉴스9는 다소 '튀는' 뉴스를 이어갔다. 행정전산망이 사흘 만에 복구된 11월 19일, 행안부는 네트워크 장비에 이상이 있었다면서도 문제 발생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첫 세 꼭지, SBS 8뉴스는 첫 두 꼭지를 할애해 행안부 해명의 한계를 지적했다. 같은 날 '뉴스9'는 △북한 정찰위성 발사 사실상 임박 …신원식 “발사 시 9.19 합의 효력정지 논의” △“북한, 러시아에 컨테이너 3,000개 보내”… 우리 군 대책은? △북중 화물열차 운행 절반 축소… 北 열차 화물칸 부족 때문? 등에 이어 네 번째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튿날인 11월 20일에도 정부가 근본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뉴스9 첫 번째 리포트엔 <사흘간 마비됐던 행정전산망 재개… “원인 신속 분석”>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네트워크 장비 장애의 상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해서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밝혀드리도록 하겠다”는 이상민 행안부장 장관 발언을 인용한 내용이다. 뉴스데스크 <오류 원인 모르는 행안부‥"언제 또 마비될지 걱정”>, 뉴스8 <사회"곧 복구"라는 말만 되풀이… 무색해져버린 '디지털 정부'> 등의 관련 보도 제목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날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3차 방류를 종료하고 내년 초에 4차 방류를 진행한다는 소식은 '뉴스9'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 정부 택지공급, 주52시간제 등 뉴스 배치 및 논조 온도차
타 방송사와 온도차가 드러난 또 다른 사례로 정부의 택지 공급 계획 관련 보도가 있다. 1기 신도시 등 오래된 택지의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법이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11월 15일 8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신규 택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일이다. 뉴스데스크는 첫 네 꼭지에서 해당 발표와 정치권의 '메가 시티' 논의, 시장 반응 및 총선을 앞둔 속도전 우려 등을 전했고, 8뉴스는 첫 두 꼭지에서 정부 발표와 형평성 논란을 다뤘다. 뉴스9는 '미국 물가지표' '글로벌 증시'에 이어 3번째로 배치한 리포트 <구리·청주·제주에 신규 택지 8만 호 공급…“지방 부동산 경기 부양에 초점”>에서 정부 발표 내용을 전했다.
주52시간제를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 한해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던 11월 13일의 경우, 뉴스9는 한미 양국간 안보 이슈를 '톱' 아이템으로 띄웠다. 근로시간 개편안 뉴스는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3~5번째 순서에 배치했다. 뉴스데스크와 8뉴스는 모두 1~2번째 리포트에서 정부 방침에 대한 우려와 노사 입장을 다뤘다.
뉴스 배치의 순서 면에선 윤석열 대통령 및 주변인물과 관련된 보도들도 눈에 띈다. 행정안전망 마비 사태에 대한 행안부 해명 문제가 지적되던 11월 19일, 타 지상파와 달리 이 사태에 비중을 두지 않았던 '뉴스9'는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날 영국 및 프랑스 순방을 위해 출국한다는 소식을 5번째로 전했다. 뉴스데스크는 12번째, 8뉴스는 17번째로 전한 뉴스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가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된 사안의 경우 그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11월 16일 뉴스데스크는 첫 두 꼭지, 8뉴스는 11번째 꼭지로 소화한 내용이다. 뉴스9는 뉴스 후반부인 17번째 순서에 관련 리포트(대통령 장모 최은순 징역 1년 확정… 보석 청구도 기각)를 배치했다.
11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해 북한 미사일 도발 당시 주식거래 및 골프, 자녀 학교폭력 논란 등이 불거진 사안도 뉴스9에서 후순위(17번째)로 밀렸다. 뉴스데스크는 6~7번째, 8뉴스는 3~4번째 순서로 김명수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연이은 검증 실패 문제 등을 연이어 지적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뉴스9를 두고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11월 15일 기자회견에서 “KBS 뉴스9를 보니 '땡윤뉴스'의 시대가 도래해버렸다”며 “정권의 낙하산 박민이 취임하기 전과 후, 하나의 변수만 작용했을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KBS 기자는 11월 21일 “우리는 언제나 정파적인 비판을 받는다. 지금은 '땡윤뉴스'라 하지만 민주당 뉴스라는 비판도 받았다”며 “늘상 있는 굴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큰 뉴스 메이커인 것은 맞지만 큐시트의 변화가 너무 뚜렷하게 대비된다”며 “평기자들은 취재나 제작 자율성이 위축될까봐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민 만난 인요한… "이상민, 당에 보탬 될 것"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입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을 만났다.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의 '숨 막히는' 처지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는 한편, 인요한 위원장은 그의 입당을 염두에 두고 "당의 다양성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혁 방안'을 주제로 약 4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에서 아주 오랫동안 한계를 뜯어고치고 바로세워 민주당을 통해 정치적 꿈을 이루고자 했는데 (지금은) 그럴 가능성 거의 없고, 저의 공간도 없고, 너무나 숨 막히는 상황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혁신위에서 저 같은 사람을 불러 제가 가진 얕은 경험이나마 듣고자 하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며 "이견이 있어도 상대방 얘기를 듣고, '따로 또 같이'의 마음으로 정치권이 업그레이드됐으면 좋겠다는 점에서 혁신위에 상당한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이상민 의원의 입당 여부를 두고 "본인의 결정을 존중한다.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다양성에 있어서 우리에게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상민 의원은 다만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에 대해선 비판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위에 "하고 싶은 것보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시란 말씀을 드렸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중 민심을 이반하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들, 그래서 거칠고 오만하고 차갑게 느꼈던 부분을 보완하고 앞으로는 보다 부드럽고 섬세하고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요한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면서 아주 기술적으로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며 "집권당인 국민의힘도 윤석열 대통령 말이면 아무 소리 못 하는, 대통령실만 바라보는 상황을 넘어서서 이젠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양측은 완전 개방형 경선, 즉 오픈 프라이머리에 관해 공감대를 이루기도 했다고 밝혔다.
인요한 위원장은 "경선 룰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결국 룰이 피해 나가는 경우들이 많다고 (이상민 의원이) 말씀하셨다"라며 "오픈 프라이머리 정신으로 국민에게 물어 경선하는 게 좋다는 큰 걸 배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혁신위가 4호 혁신안으로 '전략공천 완전 배제'를 내세우며 후보자 선출에 경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인요한 위원장은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라고도 말했다.
'손흥민 2골1도움'… 한국, 중국 원정서 3-0 완승
11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클린스만호가 '주장' 손흥민의 2골 1도움 맹활약을 앞세워 까다로운 중국 원정에서 완승을 거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1월 21일 중국 선전의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1-0) 이후 5경기 연속 승리를 따냈다. 5연승을 기록하는 동안 한국은 총 19골을 넣었고,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더불어 한국은 지난 11월 16일 싱가포르전(5-0) 승리에 이어 예선 2연승을 기록하며 조 1위를 유지했다. 중국은 1승1패(승점 3)로 3위에 머물렀다. 클린스만호의 주장 손흥민은 이날 2골1도움을 올리면서 한국이 넣은 3골에 모두 관여했다.
지난 3월 콜롬비아와의 올해 첫 A매치에서 멀티골을 작성했던 손흥민은 2023년 마지막 A매치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A매치에서 41호골을 신고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차범근(56골), 황선홍(50골)에 이어 A매치에서 3번째로 40골 이상을 달성했다. 중국 선전의 스타디움을 붉게 물들인 중국 팬들의 기운이 가득했으나, 한국은 이른 시간에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10분 황희찬이 상대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수비수 발에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리고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침착하게 슈팅,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득점 후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는 세리머니로 중국 팬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이후 한국은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전반 24분에는 손흥민과 황희찬이 연속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3분 뒤 프리킥 상황에서 황인범의 직접 슈팅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추가골을 못넣던 한국은 전반 40분 수비 진영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실점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중국 공격수 탄룽의 슈팅이 옆그물을 때렸다.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은 전반 막판 이강인과 손흥민의 호흡으로 추가 골을 성공시키며 달아났다. 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올린 크로스를 손흥민이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꿔 중국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공 소유 시간을 높이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다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8분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은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뒤 골키퍼까지 제치고 슈팅을 했지만 달려오던 수비수 발에 막혔다.이후에도 한국은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지만 골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후반 25분 설영우, 황의조, 이제성을 투입하면서 최전방과 측면에 변화를 줬다. 이어 후반 38분에는 지친 이강인을 빼고 정우영을 넣었다.
계속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을 이어간 한국은 후반 42분 정승현의 헤더골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정승현은 프리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정확하게 올린 크로스를 높이 뛰어 올라 헤더 슈팅으로 연결,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3골 차로 달아나자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45분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한 박진섭을 교체로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한국은 남은 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기분좋은 3골 차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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