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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도선방 원문보기 글쓴이: 雲寶 黃田
너무나 못생긴 여자, 그리고... 황전이는 야생마 띠이다(말띠). 야생마 띠라 그런지 중이 되기 전부터 역마살이 있어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밑바닥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성품도 거칠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을 함부로 하다 보니 황전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중이 되어서도 그 성품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아마 수행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지금도 말도 많고 모든 것을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면서 자비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으니 황전이를 아는 사람들은 황전이만 보면 미리 피해버릴 만큼 인기가 없다. 지금도 물론 그렇다. 지금까지 황전이를 만나보는 사람치고 머리가 곤두서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이 황전이가 살아가는 방식인 것을... 스승님께서는 그런 황전이를 어떻게 하든지 그러한 성품을 고쳐보려고 여러 가지 수행법을 고안해서 황전이를 가르치시곤 하셨다. 그러던 어느 봄날이었다. 봄날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바람 끝이 차가 와서 햇볕이 있는 날은 따뜻하다가 햇볕이 사라지면 다시 추워지는 그러한 때였다. 스승님께서는 황전이에게 승복을 벗게 하고 허름한 작업복에 모자까지 씌우고 난후에 시끌벅적한 어느 역전으로 데려가서 역전광장 아래 있는 화단가에 조그만 방석하나와 차비 몇 푼을 주면서 화장실 갈 때 말고는 하루 종일 그 자리에서 꼼짝 말고 좌선을 하고 있으라고 하면서 가버렸습니다. 밤 10시가 되어야 암자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남기고... 처음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화두하나를 물고 좌선에만 몰두를 하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와 옆에 앉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그쪽으로 신경이 갔다. 황전이가 자꾸만 신경이 가는 것은 그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화단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전이는 두꺼운 방석을 깔고 앉아있어도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는데, 그는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화단가는 차가운 대리석 느낌을 주는 콩크리트 구조물 같은데 엄동설한의 냉기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황전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돌아보니, 세상에 이런 수가? 하는 목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 2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머리는 며칠 째 감지 않아서 헝클어진 머리에 비듬이며 고추 가루,같은 찌꺼기가 묻어 있었고 살짝 얼근 곰보 얼굴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는지 오른 쪽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까칠한 입술이 시퍼런 피멍으로 두툼하게 부어있었다. 두 손은 물때가 끼어 부르터 있었는데 처녀의 손이라기보다는 밭일을 아주 많이 한 시골 아줌마의 손 같았다. 그것을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못 먹고 자랐는지 키도 크지도 않았다. 옷차림은 오래 동안 빨아 입지 못해서 막걸리자국 같은 여러 가지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한 마디로 깡통만 들면 걸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는지 발끝만 주시하고 있었다. 황전이는 그녀가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러한 모습으로 이곳에 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의 까칠한 입술과 창백한 얼굴로 봐서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을 걸기가 참으로 그랬다. 황전이는 스승님이 준 돈으로 가게에 가서 맛있는 빵 다섯 개를 사왔다. 그냥 빵을 주면 받지 않을 것 같아서 우선 빵 하나를 먹으면서 그녀에게 빵 하나를 주었다. “아가씨 어제부터 굶은 것 같은데 빵이라도 하나 드시지요.” “저는 아가씨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빵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그 빵을 보는 순간, 힘이 없던 눈동자가 갑자기 빛을 바랬다. 너무도 못생긴 얼굴과는 달리 참으로 맑고 순진무구한 그런 눈동자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를 보자 가슴밑바닥에서부터 찡~하니 어떤 울림이 일어났다. “아니, 그러면 아가씨가 아니고 아주머니라 그 말이세요? 이제 겨우 스무 살도 되지 않아 보이는데 아주머니라니요? 빵을 받기 싫으면 좋게 싫다고 할 것이지 거짓말을 하세요! 내가 뭐 빵 하나 주고 아가씨를 어떻게 할까봐서 그래요?” “그게 아니라... 정말 아주머니입니다.” “그래요, 아가씨가 되었던 아주머니가 되었던 우선 배가고프니 빵부터 드세요. 어서요!” 황전이가 큰소리를 치자 그녀는 얼떨떨한 얼굴로 빵을 받았다. 그리고는 눈 깜박할 사이에 빵을 다 먹었다. 황전이는 두 번째 빵을 말없이 건네주었다. 그녀는 빵맛을 알았는지 굶주린 개처럼 단숨에 받아먹었다. 세 번째 빵도 그녀는 단숨에 받아 너무도 맛있게 먹었다. 황전이가 네 번째 빵을 건넸을 때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빵을 아주 조심스럽게 받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먹었다.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빵과 섞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눈물이 다 마를때쯤 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가씨가 아니고 아주머니라고 했는데, 그렇게 일찍 결혼을 한 것입니까?” 황전이 생각으로는 그런 얼굴로 일찍 결혼을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결혼한 것이 아니라......” 그녀는 황전이의 작전에 말려들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려서 부모의 얼굴도 알지 못한 체 어느 고아원에서 살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시골집으로 팔려가다시피 하였다. 그 시골에서 그녀는 간난아이를 보아주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게 되자 밭일을 하게 되었다. 그녀를 데리고 있는 주인은 그녀에게 열심히 일만 잘하면 많은 혼수를 장만해서 좋은 곳에 시집을 보내주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하면서 그녀가 20살이 될 때까지 무지막지하게 부려먹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밤에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밭일을 하고 돌아와 지친 몸으로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그녀를 겁탈해 버린 것이었다. 그녀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순간 어느새 주인 부부가 나타나서 앙칼진 목소리로 하는 말이 ‘몸을 함부로 했으니 이제 우리는 니년을 책임지지 못한다.’ 하면서 그 날밤으로 머리채를 잡아끌고 그 남자 집으로 가서 대문에 밀어 처넣고는 도망치듯 가버렸다. 그 남자는 다음 날 군대에 가버렸고, 남자의 홀어머니는 그날부터 그녀를 단 하루도 쉬지 못하게 하고 여러 마을을 돌며 품팔이를 해서 돈을 벌어오게 했다. 갈 곳이 없는 그녀는 시어머니가 쫓아 내지 않는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하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을 해서 번 돈을 다 갔다 드렸다. 그렇게 해서 몇 개월이 흐른 어느 날, 밤늦도록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시어머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앙칼진 목소리로 그녀의 유일한 재산인 작은 옷 보따리를 마당에 내 던지면서 하는 말이 “니년 때문에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내 아들놈이 집에 오지 않는단다. 니년이 이 집안에 있는 이상 절대로 집에는 안온다고 했다. 어쩔 것이냐! 당장 나가라, 당장!” 그녀는 시어머님의 어떤 구박도 달게 받을 수 있었다. 군대 간 그 남자만 돌아와 준다면, 그러나 그 남자가 자신 때문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그 날 밤으로 집을 나와서 무작정 오다보니 광주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가 갈 곳이 없어서 광주 터미널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밥 먹고 재워준다고 따라 오라고 해서 따라간 그 곳은 막일꾼들이 술을 마시는 왕대포 집이었다. 그녀가 처음에는 술과 안주를 나르는 일을 했는데 추녀에다가 곰보인 그녀를 본 손님들은 술맛 떨어진다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그녀를 주방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술안주 손질하는 일과 설거지를 하면서 몇 개월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집 주인이 그녀 때문에 단골손님이 떨어졌다면서 쫓아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주인에게 그동안 열심히 일을 했으니 서울 가는 차비만이라도 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면서 사정하고 또 사정을 했지만 술집 주인은 “니년이 그동안 밥만 축내는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차비는 무슨 염병할 놈의 차비야!” 하면서 막무가내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술집 밖으로 밀어내기에 참지 못해서 따지고 들었더니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때렸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남자에게 겁탈을 당했으니까 아가씨가 아니고 아주머니라 그 말입니까?” “예.” “아가씨,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아가씨가 아주머니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가씨 말대로라면 진짜 아가씨를 어디에 가서 찾아보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아주머니입니다.” 그녀는 슬픈 눈동자로 먼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때 그 일을 생각하는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고인 것이 보였다. “그러면 아가씨는 지금 어디를 가려고 여기에 앉아 있습니까?” “서울에서 식모살이라도 할까 해서요.” “서울 가는 열차를 타려면 차비가 있어야 하는데 차비는 있습니까? 차비가 없다면 저기보이는 파출소에 가보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써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가면 차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임승차 할 수 있는 쪽지를 하나 써 줄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당장 일어나 파출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파출소 문을 몇 번 기웃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이것으로 황전이와 그녀와의 인연을 끝났다고 생각을 했다. 그 순간 파출소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젊은 순경이 그녀를 밖으로 거칠게 밀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경이 무어라고 소리를 쳤는데 여기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역전 구석진 곳에 부량아 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작은 미동도 없이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어둠이 역전광장을 휩쓸고 주변에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구석진 곳에서 여전히 어둠덩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밤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황전이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주머니를 다 털어보니 3천원이 나왔다. 암자로 돌아가는 차비였다. 황전이는 돈을 만지작거리면서 차를 탈까 말까 몇 번 망설이다가 슈퍼에 가서 빵 천원어치를 사 가지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빵 봉지와 돈 이 천원을 내밀자 그녀는 당황하면서 절대로 받지 않았다. “아가씨, 잘 들으세요. 나는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인연에 충실한 것일 뿐이지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서 꼬시려는 것이 아닙니다. 자 어서 받으세요!” 차마 그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하도 거부를 해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이 가득고인 눈동자로 말했다.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누가 저에게 이러한 관심을 가져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을 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황전이는 그녀가 고맙다는 인사말을 다 끝나기도 전에 암자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무심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유난히도 반짝이는 별들이 황전이의 눈물 속으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너무 못생긴 여자]** 남자는 못생겨도 무슨 일이든 일만 잘하면 되는데 여자가 너무 못생기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관심은 고사하고 못생긴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상을 쓴다. 어떤 도인이 관상보다는 심상이 좋아야 한다고 했지만 너무 못생긴 여자는 그 말도 해당이 되지 않는가 보다. 못생긴 것이 죄인가? 요즘 세상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또한 그녀가 이생에 겪어야 할 그녀만의 수행인 것을 그녀는 알기나 하는지... |
첫댓글 관세음보살 ........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