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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종류와 어원
인간이 먹는 음식 중에서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음식은
바로 술이 아닐까요? 나라마다 민족마다 고유한 문화와 입맛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다 보니 그 종류도 인종만큼 많을 듯.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우리가 즐겨 먹거나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술들의 어원과 유래들을 알아보았습니다.
[ 소주 ]
소주는 한문으로 불사를 '소(燒)'자에 술 '주(酒)'자를 쓰기도 하지만.. 의외로 전국술 '주(酎)'자를 씁니다.
'燒酒'는 '마시면 마치 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 같은 술'이란 의미이고.. '燒酎'는 '아주 찐한 진국의 불타오른 것 같은 술'이란 의미입니다. '酎'자에는 '물을 타지 않은 찐한 세번 빚은 술'이란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
실제로 한문으로 표기된 안동소주는 '安東燒酎'로 되어있답니다.
요즘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대부분 주정(고구마 등 곡식을 발효시킨 당밀의 에틸알콜을 증류한것)에
물과 향미료를 탄 희석식이지만 원래는 증류식으로써 증류식소주의 발상지는 페르시아(현재의 이란)이다 보니
고려시대 원나라를 통해 우리에게 전파되면서 아락(아랍:Arab)주, 또는 아랑주로도 불렸다고 하네요!
[ 막걸리, 대포 ]
막걸리의 어원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다음 두가지가 가장 신빙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 첫번째는 '마구 걸렀다(대충 적당히 걸렀다)'에서 나왔다는 주장.. 조선 영조때 김천택이 편찬한 시조집 <청구영언>에 보면 "달괸 술 막걸러.."란 표현이 나오는데 "달콤한 술 막걸리"란 의미라는 것.. 두번째로는 "지금 막 걸러낸 술"에서 유래한 것으로 옛날엔 집집마다 막걸리를 담가서 먹었으니 "방금 걸러낸 새로 나온술"이란 의미도 있다는 것..
막걸리를 옛날엔 '대포', 또는 '왕대포'라고도 불렀는데.. 대포는 큰 '大'자에 박 '匏'자를 쓴 '大匏(커다란 바가지)'에서 나온 말이고 왕대포(王大匏)는 엄청나게 큰 바가지란 의미입니다. 옛날엔 힘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술기운으로 한다!"라고 했는데.. 커다란 사발이나 바가지에 막걸리를 가득 부어 마셨기 때문이지요!
막걸리는 지방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으니.. 색깔이 탁하다고 '탁빼기' '탁주배기' '탁바리', 식감이 뻑뻑하다고 '빡주', 옛날 산모들이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 하여 '젓내기술', 그 외에 '막고래(막걸러낸)' '감지(함경도에선 고구마를 감지라 하는데 고구마로 만든 술이란 의미)' 등으로도 불렸답니다.
[ 고량주, 빼갈 ]
고량주는 한자로 '高粱酒'이니.. '수수로 만든 술'이란 의미로써 고량은 '수수'를 말합니다. 수수에는 여러 種이 있어서 곡식으로 먹는 수수외에 우리가 간식으로 즐겨 먹는 '옥수수' 설탕을 채취하는 '사탕수수'도 있습니다. 생명력이 강해 씨만 뿌리면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수확량도 좋으므로 옛날 중국사람들은 수수로 술을 빚었다고 하며.. 특히 촉(蜀)나라에서 많이 재배했으므로 촉서(蜀黍:촉나라 기장이란 뜻)'라고 불렀는데 촉서의 중국발음이 '슈슈'이므로 수수로 불리게 됐답니다.
고량주를 최초로 만든 사람은 주나라의 두강(杜康)이라고 하는데.. 그는 어느날 수수로 만든 죽을 대나무통에 담아두고 일터로 갔다가 깜빡 잊고 며칠이나 지나서야 맛을 보게되었습니다. 새콤한 맛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된 두강은 그음식을 만들어 팔곤 부자가 되었으니.. 오늘날 중국에선 술의 원조로 대접받는다고 하네요!
우리는 고량주를 '빼갈'로 부르기도 하지만 원래 빼갈은 다른 술로써 '백간(白幹: 맑고 깨끗한 술)'에서 나온 말입니다. 중국술은 크게 두 종류~ 백주(白酒)와 황주(黃酒)로 나뉘는데 백간은 백주입니다.
[ 사케, 청주, 정종 ]
사케(サケ)의 어원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요.. 첫번째로는 우리말 '삭히다'에서 나왔다는 주장으로써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고지키>에 보면 백제의 인번이란 사람이 술빚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일본왕은 그가 만든 술에 반해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하여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 그런가 하면 '훌륭한 물'이란 뜻의 일본어 '사카에키(栄え水)'에서 유래했다는 것..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책인 <만연집>의 술을 찬미하는 노래에 사카에키란 말이 나오니.. 일본인들은 거기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답니다.
일본인들은 술 '주(酒)'를 '사케'라고도 읽지만 대부분은 '니혼슈' '세이슈'라고 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사람들이 '사케(Sake)'로 부른다고 합니다. 사케를 우리나라에선 '청주(淸酒)'로 부르기도 하는데 청주란 물에 밥과 누룩을 넣어 발효된 것을 거른 맑은 술을 말하고, 정종은 청주의 한 브랜드입니다.
옛날 일본의 다테 마사무네 가문(正家)에서 청주에 국화를 넣은 술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 맛에 반한 사람들이 국화 '국(菊)'자를 써서 '국정종(菊正宗: 正家 가문에서 국화로 만든 최고의 술이란 의미)'으로 부른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 맥주(Beer) ]
맥주 '비어(Beer)'는 고대 게르만인의 곡물을 뜻하는 '베레(Bera)'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라틴어로 마신다란 의미의 '비베레(Bibere)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고 고대 영어의 '베오르(Beor)' 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맥주는 기원전 4천년경 바빌로니아(메소포타미아문명의 발상지)의 수메르인들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술로써 그 유명한 함무라비법전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스와 로마로 전파된 맥주는 중세시대에 들어와선 수도원에서도 만들어 먹었으니.. 금식기간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서였으며,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건너갔을 때 플리머스 록(Plymouth Rock) 지역(지금의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최초로 정착한 것도 바로 맥주 때문.. 맥주의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그곳에서 나는 풍부한 호프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 위스키(Whisky), 버번(Bourbon) ]
위스키(Whisky)는 고대 라틴어 아쿠아 비테(Aqua Beathe: 생명의 물이란 뜻)가 고대 켈트족(아일랜드, 스콧틀랜드, 웨일즈 지방에서 살던 민족)어로 번역돼 위스케 바하(Uisge Beatha)로 불린데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영국왕 헨리 2세가 아일랜드와 스콧틀랜드를 정복했을 때 그쪽 주민들이 마시는 술맛에 매료돼 만든 것이 바로 '스카치위스키'의 효시라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위스키가 세계적인 상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만든 지역에 따라 스카치위스키, 아일랜드위스키, 버번위스키, 캐나디언 위스키 등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주로 맥아(보리싹)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지지만 미국 켄터키주의 버번에서는 옥수수로 만드는데 특유의 향과 빛깔로 유명해졌답니다.
[ 샴페인(Champagne), 와인(Wine) ]
원래 '샴페인'은 프랑스어로 '석회암'을 의미하는 말 상파뉴가 그 어원으로서 오늘날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와인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프랑스의 상파뉴 지역은 깊은 바다속의 조개류가 지층에 녹아들어 석회질이 많아지면서 샴페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품종-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 뮈니에 등이 잘 자랐으므로 포도와인을 만들기에 아주 좋았으며 오늘날 그 포도품종 이름은 샴페인의 브랜드로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반드시 프랑스의 상파뉴지방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만을 샴페인이라고 했다네요!
와인(Wine)의 어원은 라틴어 '비눔(Winum)'이란 주장이 있고, 조지아(동유럽의 국가로 포도주와 실크로 유명)어 '그비노(Gvino)'란 설도 있습니다. Gvino가 여러곳으로 전파되면서 이탈리아로 건너 가선 비노(Vino)로, 프랑스에선 뱅(Vin)으로, 영국에선 와인(Wine)으로 되었답니다.
[ 브랜디(Brandy), 코냑(Cognac), 아르마냑(Armagnac) ]
브랜디(Brandy)는 네덜란드어 '브란데베인(Brandewijn)'에서 나온 것으로서 '찐하게 펄펄 끓인 포도주'란 의미입니다. 옛날 프랑스로부터 와인을 수입해 먹던 네덜란드사람들이 끓여서 증류해 먹어보니 도수가 높은 더욱 맛있는 술맛이 나자 그때부터 만든 술이 브랜디의 효시라고 합니다. 브랜디의 주 원료가 프랑스의 코냑과 아르마냑 지역이었으므로 오늘날엔 각각 술 이름으로 되었는데 보르도 북부에서 생산된 것을 코냑이라 하고, 보르도 남부에서 생산되는 것을 아르마냑이라고 합니다.
코냑(Cognac)이란 말은 한때 로마영토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지역명으로서 셀틱어로 '두개의 강이 합쳐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네요!
코냑은 '나폴레옹코냑'이 가장 유명한데.. 코냑을 무척 좋아했던 나폴레옹이 술이 든 참나무통을 친구에게 맡긴 후 전쟁에 나갔다 돌아와 함께 먹어보니 아주 맛있게 숙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친구가 '나폴레옹 코냑'으로 불렀다고..
[ 보드카(Vodka) ]
러시아는 전세계적으로 술을 즐겨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여 '술의 나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지리적으로 추운 지방이기 때문에 혹한을 견디기 위해 예로부터 독주가 생활화되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독주가 바로 보드카로써.. 'Vodka'는 그 어원이 '보다(Voda)'로써 '영원한 생명의 물'이라고 하네요!
보드카의 도수는 대개 40도인데.. 그 유명한 '멘델레예프(화학 주기표를 만든 화학자)'가 러시아 계량청국장으로 재임할 당시 그렇게 표준화시켰으며, 보드카를 유난히 사랑하는 러시아사람들은 보드카로 인한 추태에는 매우 관대해.. 옛날 옐친 대통령이 보드카에 취해 외교적 물의를 일으켜도 지지에 변함이 없었답니다.
[ 진(Gin) ]
진Gin)은 호밀로 만든 주정에 두송(杜松: 측백나무과의 상록수로 소나무와 비슷함) 열매를 넣어 향기를 더한 술로써 무색 투명하고 맛이 깔끔해 다양한 칵테일의 주재료가 됩니다. 두송의 열매를 네덜란드에서는 제네버(Jenever), 프랑스에서는 제뇨브르(Genevrier)라고 하는데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약어로 진(Gin)이 되었다고 합니다. 진을 최초로 만든 것은 네덜란드인이었으며 식사전에 마시는 한잔은 '건강의 원천'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오늘날엔 드라이진이 유명한데요.. 드라이(dry)라는 단어에는 '단맛이 없는, 맛없는"이란 의미도 있어서.. '칵테일 하지 않고 따로 마시기에는 맛이 없는 값싼 술'이란 의미랍니다.
[ 칼바도스(Calvados) ]
칼바도스란 술이름은 프랑스 노르망디주의 '칼바도스 데파르트망'이란 지역이름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그 지역에선 포도가 잘 자라지 않아 사과로 와인을 만든 다음 그것을 증류해 브랜디로 마셨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사과 브랜디를 일반적으로 '시드르(Cidre)'라고 부르는데.. 특히 칼바도스 데파르트망에서 생산되는 것을 '칼바도스(Calvados)'라고 부릅니다.
프랑스의 시드르(Cidre)를 스페인 사람들은 '시드라(Sidra)'로 부르며, 영국에서는 '사이더(Cid
er)'로 부르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사이다'로 되면서 탄산음료수로 둔갑되었답니다. ㅎ
[ 럼주(Rum) ]
럼주의 '럼(Rum)'은 영어의 '소동, 난동'이란 뜻의 '럼블리언(Rumbullion)'에서 나온 말입니다. 럼주가 워낙 독하다 보니 종종 취해 난동을 부린데서 유래한 것이지요~ ㅎ 한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 선장과 해적들이 럼주를 마시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이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럼주는 카리브해 연안에서 자라는 사탕수수로 만든 독한 술로서 '해적의 술' 또는 '지
옥같은 술'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답니다. 대개 럼주에는 골드와 실버 두가지가 있으며 실버는 색이 없어서 칵테일에 많이 사용됩니다.
럼주는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으니.. 1764년 영국이 설탕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사람들은 맛없고 품질 떨어지는 영국산 당밀로만 만든 럼주를 먹어야 해 결국 '보스턴차 사건'이 일어나면서 독립전쟁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 데킬라(Dequila) ]
원래 데킬라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Dequila란 마을에서 많이 서식하는 여러해살이 식물- 용설란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옛날 그 마을에서 큰 산불이 났는데 불이 꺼진 후 우연히 용설란의 수액이 걸쭉하게 나와 있는 걸 보고 먹어보았더니 취기가 돌면서 맛있는 술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 때부터 주민들은 데킬라 수액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어 먹었는데.. 오늘날엔 멕시코를 대표하는 국민주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