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 광개토대왕'
'침략자(?) 칭기스칸'
대학교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가끔 광개토대왕을 통해 민족의 자긍심에 호소하는 광고를 보게 되면
다시 이런 생각을 제 먼 기억의 창고 속에서 꺼내어 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 끝에 우리도 우리가 큰 자부심으로 삼고 있는 역사의 여러 부분들에 대해
어쩌면 조심스러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 고구려인들,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겐 중국과 힘을 견주고 북방으로 대륙을 넓혀갔던 광개토대왕이 영웅이겠지만,
그 시절 광개토대왕이 누볐다던 그 벌판에 살고 있던 다른 민족들은...
그들에게도 광개토대왕은 과연 영웅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들에게 광개토대왕은 야심에 찬, 타민족의 침략자였을 것입니다.
역사 관점의 상대주의와 그에 따라 있을 수도 있는 많은 이견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주제로 친구와 이야길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친구는 그 시대엔 그러한 정복 전쟁이 다른 모든 나라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있었기에 괜찮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란 이야길 했습니다.
그래서 전 물어봤습니다.
"제국주의 열강 시대엔 제국주의가 그 시대의 흐름이었으니 괜찮다고 봐도 괜찮은 것일까?"
친구는 설명하긴 힘들지만 그건 다르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우선은 광개토대왕 때와 제국주의가 득세했던 때는 시간의 차가 워낙 크지 않냐란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대동아공영론에 대한 시각은 어떻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괜찮아지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무 딱딱하게 굳은 시각에서 나온 판단일 수 있겠습니다만...
독일의 나치와 일본이 잔인한 침략자였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들 민족들 중 일부가 가지고 있는 그러한 행동에 대한 자부심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일 우리가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다른 여러 나라들을 침략하고 지배했었다면...
우리들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그렇다면 천년이 훨씬 넘은 우리의 과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왜 우리가 하면 '진출'이요, 남이 하면 '침략'이 되는 것인지...
역사란 것이 역사가에 의해 쓰여지는 사실이기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역사 시각의 상대주의'가 참으로 무서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때 국내에 칭기즈칸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컸던 때가 있습니다.
광고와 다큐멘터리, 책에 이르기까지 그에 관한 여러 형식의 내용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 상황을 저는 어쩌면 우리 민족 안에 우리도 모르게 숨어있는 정복에 대한 강한 욕망의 표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구려 시대 이후 타 민족을 정복해 보지 못한,
오히려 많은 침략과 억압, 심지어 식민지 생활까지 경험해야 했고,
지금까지도 여러 지정학적 위치로 강대국들의 외교적 억압에 있는 우리 민족의 강한 욕망이 꿈틀대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습니다.
침략자 광개토대왕...
우리에겐 민족의 영웅이나, 그 당시 만주 대륙의 사람들에겐 침략자였을 광개토대왕...
역사상 최고의 정복자 칭기즈칸, 역사상 최고의 침략자 칭기즈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s. 후에 세상을 더 깊고 넓게 배우게 돼 밝은 눈을 갖게 된다면
지금의, 제 젊었을 때의 이런 저런 생각들을 다시금 정리해 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제목은 <침략자 광개토대왕>이지만 그 때는 어떻게 될지...
그저 많이 모자란 꿈 많은 언론지망생의 글이었습니다.
평화!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교과서에 할 말이 없는 건 우리 역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천년도 이전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거기에 깔려있는 사고방식은 같으니까요.
이런게 이른바 해체주의 역사관이죠. 저도 이 역사관에 상당히 동의하고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생각은 하지만 민족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거대 담론 앞에서는 거론하는거 자체가 매국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건 마치 마약을 했던 연예인은 당당히 다시 활동하지만 병역을 기피한 유승준은 다시는 복귀하지 못하는 것과 비견 될 정도의 절대 異見이 허용되지 않는 한국인의 보편적 사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