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티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 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 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 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복 효 근 시인
- 1962년 전라북도 남원 출생.
- 1988년 전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1993), 『버마재비 사랑』(1996),
『새에 대한 반성문』(2000), 『목련꽃 브라자』(2005), 『어느 대나무의 고백』(2006),
『마늘촛불』(2009), 『따뜻한 외면』(2013), 『꽃 아닌 것 없다』(2017),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2017), 『고요한 저녁이 왔다』(2018),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2020), 『예를 들어 무당거미』(2021) 등이 있음.
- 편운문학상(1995), 시와시학상(2000), 신석정문학상(2015)
박재삼문학상(2022), 시와편견문학상(2022) 수상.
- 전라북도 중등학교 국어교사.
첫댓글 복효근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그의 생각을 더듭을 수 있다. 그는 생에 대해 자연에 대해 늘 관찰하는 시인이며 또 학교 선생님의로서 아이들에게 즐거운 선생님 시인선생님으로 가정에서도 꽃 가꾸기를 하며 생물과도 소통하고 지내는 광범위한 시를 쓰시는 복효근 시인님과 나는 페북 친구이며 카톡도 주고 받는다. 참 좋은 시를 감동있게 쓰시어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한 시인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