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년 5 월 28 일 수요일 엄청난 우박
대추알만한 우박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되어
인정사정없는 기세로
근 30 여분 남짓동안이나
이제 막 결실을 시작한
파릇한 어린 과실들을 상대로
무지막지한 공습을 퍼부어댔다.
태풍의 위력만 무서운줄 알았더니
엄청난 기세로 퍼부어대는
평생에 보던것중 가장 큰 우박의 위력 또한
믿기지 않을만큼의 기세로
연한 잎들을 갈갈이 찢어버린다.
이런 경우 농가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작물이
아마 사과 농사일 것이다.
이제 막 대추알만한 크기로
겨우 모양을 잡아가는 어린 사과들이
융단 폭격처럼 쏟아져온 우박의 강타에
흠집이 나버리게 되어
이미 상품으로의 가치가 손상되어 버려
한해 사과농사가 극심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오랜세월
등락을 거듭해온 여타의 농작물과 달리
그래도 사과 시세만큼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가장 큰 수익작물로
굳건히 자리매김해온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가끔씩
사람의 힘으론 감당할수 없는
천재지변이 닥쳐오면
상대적으로 크나큰 피해를 당하게 되는것이다.
재작년인가 추석 무렵에도
비닐하우스를 우그러뜨리며
시원찮은 건물 지붕들을 날려버릴정도의
강력한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우리마을 사과밭들이 나무가 부러지고
수확을 앞둔 사과들이 추풍낙엽처럼
모조리 낙과 피해를 당한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엄청난 우박 피해를 당하게 된것이다.
마을 이장이 마을을 돌며 피해조사를 하는데
일반 농작물의 피해와 달리
사과 농사의 피해가 극심한 모양이다.
얼마전부터 농작물에도 정부의 지원으로
보험제도가 실시 되었는데
까다로운 일반 작물과 달리
사과를 비롯한 과일 농가의 보험은
유사시에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마을 이장의 설명에 의하면
오십여가구 남짓으로 이루어진 우리마을에
사과 농가가 열일곱 가구가 있는데
보험을 든 농가는 다섯 가구 뿐인 모양이다.
보험제도가 실시되면
보험을 든 농가의 경우
보상을 받을수 있어 피해를 줄일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보험료를 꺼려
보험을 들지 않은 농가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어
망연자실 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멀쩡한 하늘에서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순식간에 쏟아부은 우박피해만으로
유난히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일해온 농부들의 가슴에
감당하기 벅찬 시련과 상처를 안겨버린 것이다.
돈벌이만 앞에 서지 않으면
어지간한 자연재해 쯤은
충분히 견디어 나갈수 있는 법인데
언젠가부터 우리네 삶이
돈벌이가 무너지면
사람도 함께 무너지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문명의 편리에 탐닉해온 여파로
갈수록 이상기후가 심해진다는데
어쩌면 앞으로 사과밭에도
악착같이 돈벌이를 지키기 위해
비가림 재배시설을 할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이미 사과밭에선
사과 하나를 한푼이라도 더받기 위해
독한 농약을 칠수밖에 없는 현실은 어쩔수 없다손 치더라도
사과 한알 한알마다 일일이 봉지를 씌우지 않나
보기좋은 모습만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사과나무마다 반사필름을 깔아대는등
수확후 마지막 돈벌이를 위해
일년동안 기를 쓰며 애를 쓰다가
가끔씩 낭패를 보기도 하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수 없는 요즘 세상에서
미래의 불안을 식혀줄 보험의 위력은
쉽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보험제도가 꼭 좋기만 한것인지
폭넓은 생각을 제대로 한번 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면
각종 보험이 만병 통치약이 아님을
깨달을수 있을 것이다.
불과 2 년전
그토록 큰 태풍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계속 보험을 들지 않다가
곧이어 우박피해를 당하게 되었지만
과연 몇 농가가 보험을 다시 들수 있을 것인가 ?
문제는
보험의 유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인데
어리석은 풀천지조차도
보험 타령만 하고 있다.
풀천지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국가 의료보험과 자동차 보험 외에는
어떤 보험하나 들어놓지 않아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맘 편하게 거뜬히 잘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나에게 어찌할수 없는
크나큰 불행이 닥쳐오더라도
그야말로 어찌할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
다시한번 폭넓게 생각해보면
결국 문제는 보험이 아닌것이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거뜬히 받아들일수 있는
소박한 마음의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
첫댓글 "삶과 죽음의 문제를 거뜬히 받아들일수 있는
소박한 마음의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어쩜 이렇게 표현을 잘 하시나요.
소박한 삶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표현이겠지요.
글로 마음을 나누다보면
글을 쓰는 사람보다도
읽어주는 사람의 마음이
더욱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부족한 글을 아껴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