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극 '물위의 광인들' 등 큰 호평… 4일간 35만여명 관람
"해외서나 볼수있는 공연… 환상적인 무대였다" 평가… "스토리알기 어려워" 지적도
지난 10일 막을 내린 고양시 고양호수예술축제는 지역 축제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 많다.
축제가 열린 4일 동안 고양호수공원 일대를 방문한 관람객은 35만명을 넘었다. 2008년 열린 1회에 비해 80% 증가한 것이다. 공연 횟수도 51회(29개 팀)에서 340회(80개 팀)로 7배 가까이 늘었다. 고양시는 첫 회에 비해 예산을 1억7800만원 늘려 총 6억7800만원을 투자했다.
- ▲ 고양호수예술축제 마지막 날인 10일 밤 잔잔했던 호수 위로 나무와 가로등이 서고 색색의 불꽃이 터졌다.‘ 물 위의 광인들’이 수면을 무대 삼아 자전거를 타고 노를 젓자 3만여명의 관람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고양문화재단 제공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변화가 많았다. 고양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물 위의 광인들(Water Fools)'은 국내 최초로 100% 물 위에서 펼쳐지는 수상극으로 배우들이 특수 제작된 서핑 보드를 타고 수면을 무대 삼아 연기했다. 프랑스 극단 일로토피(Ilotopie)의 대표작으로 호수예술축제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여왕의 침대 밑에서 쳇바퀴를 돌리는 노예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권력구조을 냉소적으로 묘사했다. 불을 들고 다투는 악마와 천사를 통해 인간 내부의 갈등을 표현하기도 했다. 2회 공연에 5만명의 관람객들이 몰렸다.
이외에도 호주의 극단 스트레인지 프루트(The Strange Fruit)는 이번에 '스피어스(The Spheres)'라는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천천히 흔들리는 5m 높이의 장대 위에서 7명의 배우들이 뒤로 눕는 등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거리 무용 '날 봐'는 호수예술축제와 과천한마당축제가 제작을 지원해 올해 처음 소개되기도 했다.
- ▲ 10일 밤 호주 극단‘스트레인지 프루트’의 배우들이 5m 높이의 장대 위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사회학 박사이기도 한 일로토피의 부뤼노 쉬네블랑(Bruno Schnebelin) 감독은 "우리 공연이 원래 고양호수공원에서 제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며 "정시에 공연을 시작한 게 이번이 처음일 만큼 질서 정연한 시민 의식에도 놀랐다"고 말했다. 수원시 영통동에서 온 유기환(24·회사원)씨는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공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회사원인 이재호(31·서울 회기동)씨는 "야외 공연이라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작품의 줄거리 등을 미리 알려주는 방법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양시를 방문한 벨기에 겐트 거리극 축제의 예술감독인 파비엥 아우두런(Fabien Audooren)씨는 "많은 작품들이 선보였지만 축제 전체의 방향성은 부족했다. 또 완벽한 작품을 공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발굴해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몇몇 작품들은 관람객 50~60명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등 관람객의 빈부 격차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고양문화재단 김영준(54) 문화사업본부장은 "내년에는 좋은 작품들의 제작을 지원해 우리 극단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더 많은 극단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규모도 2배로 늘려 150작품, 600회 공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47) 고양시장은 "이번에 고양호수예술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내년에는 한류문화를 주제로 꽃을 활짝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