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간 밤에 부던 바람
유응부
간 밤의 부던 바람의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落落長松)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 다 핀 곶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어구풀이
-간 밤의 : 지난 밤에, ‘의’는 시간상 위치를 나타내는 처소격 조사.
-부던 : 불던. 기본형 ‘불다’
-바람에 : 바람 때문에. ‘에’는 원인격 조사
-치단 말가 : 쳤다는 말인가
-낙락장송(落落長松) : 가지가 길게 늘어지고 키가 큰 소나무. 여기서는 지조있고 고결한
인재를 은유한 것임.
-가노매라 : 가는구나
-곶이야 : 꽃이랴
-일러 : 말하여
-무삼하리오 : 무엇하겠는가
♣해설
초장 : 지난 밤에 불던 모진 바람이 눈과 서리까지 몰아쳤단 말인가?
중장 : 얼마나 강하고 모진 바람이기에 큰 소나무마저 다 기울어졌다는 말인가?
종장 : 저 큰 소나무가 그럴진대 하물며 아직 되지 못한 꽃이야 말해서 무엇하리요.
♣감상
이 시조는 조선조 6대 임금인 단종 즉위 후, 숙부인 수양대군이 왕위 찬탈의 뜻을
품고 정인지, 한명회 등과 결탁하여 김종서 등 중신들을 죽이고 단종을 폐위시킨 계유
정한(癸酉靖亂)을 풍자한 작품이다. 초장의 ‘바란, 눈, 서리’등은 세조의 포악함을 의미
하고, 중장의 ‘낙락장송’은 김종서 등을 비롯한 중신들의 희생을 나타내며, ‘못 다핀 꽃’
은 정의의 젊은 학사 및 역적으로 몰린 중신들의 자손을 비유한 것으로, 각 장을 시간
의 흐름(초장:과가, 중장:현재, 종장:미래)에 따라 배열하면서, 일어난 사건들을 은유적
수법을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즉 이 시조는 나라의 큰 기둥인 공신(功臣)이든, 앞으
로 유망한 젊은 학사든,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함부로 무찔러 버리는 세조 일파
의 포악한 처사를 한탄하여 읊은 것이다.
♣작가소개
유응부(兪應孚, ? ~ 1456) : 자는 신지(信之), 선장(善長), 호는 벽량(碧梁), 무과(武科)
출신으로 평안도 도절제사(都節制使)를 지냈으며, 박팽년, 하위지, 성삼문, 유성원, 이개,
김질 등과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가 김질의 배반으로 잡히어 세조(世祖)의 고문을 당하
는 마당에서 엄연히 왕위를 차지한 세조를 가리켜 ‘자네’라고 불렀다. 화가 난 세조가 가
죽을 벗겨내는 악형을 가하면서 문초를 거듭했으나,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않고 “예로부터
서생(書生)들과는 대사를 도모하지 말라고 하더니 과연 그 말이 옳도다. 이제 새삼 누구
를 탓할까 보냐!” 하고는 세조를 향하여 “자네가 물어 볼 말이 있으면 저 서생들에게나
물어 보게”라고 한마디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벋친 세조가 달
군 쇠꼬챙이로 배꼽을 지지라고 호령을 하자, 끄떡없이 견뎌내며 “이 꼬챙이가 식었으니
다시 달구어 오너라.”라고 옥졸들을 꾸짖었다고 하는 일화가 전해지니다. 이로 보아 그의
장엄한 기개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첫댓글 아직도 못 다 핀 꽃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늘 좋은 일만 생각하고
모든 일이 순탄하게 풀어 나가길
소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