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오늘 제대는 대단히 아름다운 색의 초가 밝혀져 있습니다. 무슨 색입니까? 분홍색? 아닙니다. 핑크... 일년에 딱 두 번, 대림 제3주일, 그리고 사순 제4주일, 기다림 중간에 기쁨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렇게 분홍색, 핑크, 장미색을 씁니다. 그래서 이번 주일 이름을 장미주일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례주기가 여러분들의 기분과도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아직 방학도 하지 못하고 시험공부에 찌들어 있는 여러분에게는 오늘이 참 기쁜 주일입니다...하고 말씀드리기가 미안합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느낀 기쁨을 잠시 여러분에게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초등부 학생들의 은총시장이 있었습니다. 지난 방학 때 평일미사 나온 친구들, 그리고 교리시간에 조용히 한 친구들이 하나 둘 정성껏 모은 은총표로 맛있는 것도 먹고 학용품도 사고 장난감도 사고 부모님들의 성탄 선물도 준비도 하고, 또 은총표로 게임도 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놀고 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짜리 다은이가 오더니 자기 동생 이제 겨우 다섯 살짜리 현우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서 봤더니, 집도 여기서 멀어 반천 지나서 대방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인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하고 다섯 살짜리하고 둘이서 손잡고 버스를 타고 토요일마다 성당에 나오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에 있겠지... 싶어서 걱정하지 말거라... 해놓고 성당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현성아 하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입니다. 성당 안도 가고 대건관 양업관 화장실까지 다 뒤져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분명히 선물 잔뜩 사들고 마당에 놀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이게 무슨 난리고 귀한 집 아이들 불러다가 이거 큰 낭패 보는 것 아니가 싶어서 사무장님도 부르고 수녀님도 부르고 급기야 저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 구영리 동네를 다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30분을 헤맸을까요? 성당으로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다은이 숙모인데 구영리 밀양탕제원, 횟집 옆, 그 집에 조카 현성이가 쫄래쫄래 걸어서 혼자 왔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성당에서 찾을 것 같아서 전화를 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은이를 오토바이에 싣고 탕제원으로 갔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짜리 꼬맹이가 코는 빨그랗게 얼어가지고, 얼마나 애타게 자기를 찾은지도 모르고 해맑게 웃으며 쫓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심정 같아서는 콱 한대 쥐어박아 주고 싶었지만, 찾았으니 다행이다... 싶은데, 누나 마음은 안 그런 것 같았습니다.
니 말도 안하고 어디갔었디노? 하고 초등학교 3학년짜리 누나가 야단을 치니까 그제서야 다섯 살짜리 동생은 으앙... 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도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렇게 애타게 찾고 기다렸는데, 다행히 그 어린 것이 한 두 번 가본 적 있었던 숙모집에라도 올라가 있으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만약에 우리가 아이가 없어진지도 모르고 그저 맹탕 은총시장하고 놀다가 현성이 우리가 데리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전화를 받았다면 어땠겠습니까? 이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없어진 줄을 알고 애타게 찾고 또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기다렸기 때문에 막상 그 아이를 찾았을 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기다림은 그런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기다림은 기쁨이 없습니다.
시험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습니다. 시험 준비도 기다림인데, 정성껏 열심히 준비하고 기다린 사람들만이 시험이 끝나면 속 시원해하고 깨운해 합니다. 공부도 안하고 맹탕 놀다가 시험치고 나면 깨운한 것이 아니라 찝찝하기만 합니다.
오늘 대림 3주일은 그런 기다림의 기쁨을 맛보는 주일입니다. 이 대림을 정성껏 준비하고 기다린 사람만이 성탄의 기쁨을 제대로 맛볼 것입니다. 이제 2주일 후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다림, 어떤 준비를 하셨습니까?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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