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동포의 삶을 듣든다
재독동포 김연숙 한독간호협회 수석부회장에게 듣는다
6.25전쟁 당시 간호장교로 근무하고
1966년 독일 간호사로 파견, 정년퇴임때까지
독일서 간호사 인생 살아온 삶을 들려준다
인터뷰=김용필 본지 편집국장
1966년부터 1976년 동안 한국정부는 독일(당시 서독)에 간호사 1만 226명을 보낸다. 서독 정부가 한국에 제공한 차관이 '담보'로 외화벌이 목적으로 한국정부는 20, 30대 간호사를 독일에 파견하게 되었고, 파독 간호사들이 보낸 매년 1만마르크 이상 되는 외화는 한국경제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김연숙 독일 한독간호협회 수석부회장(84)은 1966년 독일로 파견된 간호사 출신 재독동포이다. 당시 함께 독일로 간 간호사 동료는 150여명 그중 5명 정도가 독일에 살고 있고, 나머지는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시절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생소한 국가 독일로 가서 정착하며 평생을 간호사로 살아온 김연숙 부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5년은 파독간호사 50주년 되는 해
"60, 70년대 파독 간호사들은 꽃다운 시절 간호사로 독일로 나가서 번 돈을 생활비 약간만 떼고 전부 한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보낸 효녀들이고, 외화벌이로 한국경제 발전에도 기여한 산업전사들입니다. … 우리가 고국에 왔을 때 며칠 쉬다갈 수 있는 쉼터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5일 세계한인여성회장단 대회 기간에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해외 한국입양인 초대석 자리에서 재독동포 김연숙 독일 한독간호협회 수석부회장(84)이 잠깐 나와 인사말을 하였다.
1950년 6.25전쟁 때 간호장교로 복무하다가 육군대위로 전역한 김연숙 부회장은 1966년 독일에 간호사로 판견되어 은퇴할 때까지 독일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해왔다고 소개하면서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다보면 눈물이 나서 이야기할 수 없다며 순탄치 많은 않은 삶을 살아왔음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언젠가 김연숙 부회장을 별도로 만나 그의 삶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침 기회가 왔다.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이효정 대표총재로부터 사진과 함께 카톡으로 문자메세지 소식이 날라왔다. 지난 11월 3일 KBS 가요무대(진행 김동건)에 독일교민들이 초청받아 참석하였는데 김연숙 부회장도 84세 최고령자로서 참석을 한 것이다. 이효정 총재의 도움으로 지난 11월 7일 오후 4시 마포구 공덕동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사무실에서 김연숙 부회장과 인터뷰를 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김연숙 부회장은 1931년 평안북도 강계군 만포면에서 6형제 중 두 번째로 태어났다. 15세 되던 해인 1945년 8.15해방직후 온 가족이 서울로 이주하게 되었고, 세브란스고등간호학교(연세대 간호대학 전신)에 입학을 하게 되어 간호사의 길을 가게 되었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간호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었다. 그해 9월에 졸업장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난리통이라 1950년 6월 25일 자로 간호학교 졸업장을 받고, 당시 여의도에 있는 수도육군병원 구호반으로 급히 나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종군간호원으로 근무하게 되고 1950년 9월 1일부로 육군 간호장교로 임관하고 1958년 육군대위로 전역을 하게 되었다.
군생활을 접게 된 이유는 병원의사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였다.
1966년 김연숙 부회장은 독일 파견 간호사 길에 나섰다.
한국중앙연구원이 편찬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보면, 「한국정부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위해 해외인력수출의 일환으로 독일(서독)에 1만 2백여 명의 간호사를 파견하게 된다. 1960년대 한국은 심각한 실업난과 경제개발정책에 따른 외화부족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였다. 반면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노동력 부족사태를 겪게 되었다. 특히 간병인과 같은 힘든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간호 인력의 부족은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김연숙 부회장은 당시 36세 나이로 첫 번째 파독간호사가 되었던 것이다. 육군대위로 전역한 장교출신이면서 남편이 병원 의사인데 왜 독일까지 가서 힘든 간호사 생활을 해야만 했을까?
“남편이 병원을 개업하게 되면서 빚을 많이 지게 되었어요. 그게 파독간호사로 가게 된 이유였지”
김연숙 부회장의 말이다. 그는 독일 디셀도르프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였다. 근무조건은 3년간 근무해야 하고, 3년 후에는 계속 더 하던지, 다른 병원으로 옮겨 일하던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와도 좋다는 계약조건이었다. 김연숙 부회장은 3년만 일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1967년 남편이 사망을 하여, 결국 독일에 계속 거주하며 간호사생활을 하고 1976년경 한국의 자녀들도 독일로 초청해 들어와 살게 되었다.
좀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966년 당시 독일 대학병원에 함께 파독간호사로 들어온 동료들은 한 비행기에 타고 온 15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은 함께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3년 후 제각기 길을 갔다. 그리고 2006년 8월 26일경 40년만에 처음으로 함께 독일로 간호사로 파견된 동료들을 만났다.
모인 사람들은 13명, 이들은 독일에 와서 함께 근무했던 대학병원에도 가보고, 파독간호사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 이야기들은 당시 독일 교포신문에 사진과 함께 게재되었다. 김연숙 부회장은 그 자료를 건네보인다.
150명중 현재 독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동료는 5명 정도라고 한다. 김연숙 부회장은 50대에 독일사람과 재혼 하여 20년간 살아왔지만 역시 사별하고 현재는 홀로의 몸이 되었다. 한국에는 큰 누이만 빼고 모두 살아있어 한국에도 가끔씩 오는 편이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방문길은, 2011년 4박5일 일정으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모국방문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김연숙 부회장을 비롯해 재외동포 33명이 참가했다. 처음으로 한국정부 초청행사에 참여한 것이었다. 또 하나의 모국방문은 올해 10월 23일부터 7박 8일 일정으로 파독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 회원 45명의 파독 광부, 간호사 출신 재외동포들이 자비로 한국을 방문한 행사이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광부, 간호사로 독일로 갔지만, 현재는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생활을 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이다.
2013년은 광부 파독 50주년이었다. 내년은 간호사 파독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파독간호사 출신 재외동포들이 50주년 행사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84세의 고령의 나이가 된 김연숙 부회장은 “간호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지난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일에 처음 가서는 말도 안 통하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한국인 간호사들이 독일인들한테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상냥하고, 친절하며 또한 주사를 놓을 때 독일인 간호사들과는 다르게 한국인 간호사들은 엉덩이를 탁 치며 놓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주사바늘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주사를 맞았다며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고령화 나이에 들어선 많은 재외동포, 특히 여성들이 모국에 오고 싶지만 가 있을 곳이 없어서 못오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정부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꽃다운 처녀시절에 간호사로 독일로 나가서 번 돈을 생활비 약간만 떼고 전부 한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보낸 효녀들이었고, 외화벌이로 한국경제 발전에도 기여한 역할이 있고, 또 타지에서도 모국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연숙 부회장은“우리가 고국에 왔을 때, 며칠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쉼터, 그리고 정부에서 고령 재외동포에 대해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시면 좋겠다”고 모국에 대한 바램을 밝혔다.
지난 11월 3일 KBS 가요무대 녹화장을 참관한 김연순 부회장이 이효정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대표총재와 함께 찍은 사진.
동포들에게 인기 있는 「KBS 가요무대」
재독간호협회 동포들 50명 참관
지난 11월 3일 KBS 가요무대 녹화장에 재독간호협회(윤행자 회장) 회원 50명이 참관했다. 진행자 김동건 아나운서의 특별한 배려와 멘트로 재독한인들의 방문을 환영을 해주었고, 녹화가 끝난 후에는 단체 기념사진도 찍었다.
역시 재독동포인 이효정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대표총재는 재독동포들이 “출연진의 노래를 들으며 애덟게 그리던 고향의 향수를 함께 느꼈고 신나게 박수도 치며 젊은 시절로 돌아가듯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KBS 가요무대는 1985년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월요일 밤 방송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흘러간 노래, 트로트 등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어 60 대 이상 연령층들이 즐겨 청취한다. 특히 모국을 떠나 생활하는 재외동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KBS 별관 공개홀에서 녹화 방송되며, KBS홈페이지를 통해 방청객 참관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27호 2014년 11월 14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27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