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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비금도 하누넘전망대. 바로 앞에 하트 모양의 바다가 펼쳐진다. |
나만의 남도여행을 꿈꾸지만 유명 관광지는 혼잡할 게 뻔하고, 한적한 곳은 정보가 부족해 엄두를 못 낸다. 섬은 더욱 그렇다. 배타고 장시간 이동해야 하고 비싼 요금도 부담스럽다. 이런 여행자를 위해 신안 비금도와 도초도를 소개한다. 한적하고 풍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교통 여건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비금ㆍ도초도행 여객선을 타려면 암태도 남강항으로 가야 한다. 기차를 이용하면 광주나 목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손해다. 용산역~광주송정역(KTX)~광주유스퀘어(02번 좌석버스)~암태도 남강항(시외버스) 순으로 이동해면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한 후 금호고속이 서울에서 암태도까지 바로 가는 버스 노선을 개설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매일 오전 9시ㆍ오후 3시,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오전 8시ㆍ오후 4시에 출발한다. 4시간 30~40분이 소요되고 요금은 2만8,400원이다.
암태도 남강선착장의 신안 중부권 버스환승터미널. 갈아타지 않고 서울과 광주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
천사대교 개통 후 암태도 남강항에 배와 버스를 갈아탈 수 있는 환승터미널이 생겼다. 지금까지 비금도에 가려면 목포에서 2만원 가까이 하는 쾌속선이나 2시간이 걸리는 도선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 남강항으로 바로 가면 된다. 시간과 요금도 그만큼 절약된다.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비금도 가산선착장까지는 여객선이 하루 14회 운항한다. 40~45분이 걸리고, 요금은 6,000원.
암태도 남강선착장~비금도 가산선착장을 오가는 도선. 차도 실을 수 있다. |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서남문대교)로 연결돼 있다. 비금도 가산선착장에서 도초도 끝까지는 20km가 넘는다. 섬에도 농어촌버스가 다니지만 배차간격도 길고 노선도 한정돼 있어 여행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 섬에서 이동은 농어촌버스보다는 택시가 낫다.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 겸 택시기사인 이재철씨의 차를 이용했다. 섬 구석구석을 돌며 주요 관광지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더욱 알차다. 두 개 섬을 모두 돌아보는 데 2시간30분~3시간 정도 걸린다. 5인까지 탈 수 있고 요금은 인원에 관계없이 6만원이다. 예약제로 운행한다(010-4496-5454).
섬에서는 택시로 이동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약 3시간 이용에 6만원. 4명이 간다면 1인 1만5,000원 수준이다. |
섬이 큰 새가 날아가는 모양과 같다는 비금도(飛禽島). 첫 목적지인 입도마을 전망대로 향한다. 신안다이아몬드제도의 9개 섬 중 6개(자은ㆍ암태ㆍ팔금ㆍ안좌ㆍ장산ㆍ신의)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풍경도 시원하고 바닷바람도 시원하다.
비금도 입도마을 전망대. |
다음 행선지는 이세돌기념관. 비금도는 천재 바둑 기사 이세돌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2016년 알파고와의 제4경기에서 최초이자 마지막 인간 승리자로 기록된 이세돌의 바둑 인생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그가 받은 수많은 상패와 트로피도 전시하고 있다. 전시장을 나오기 전 ‘이세돌 바둑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건 필수. 세계 최고 기사와 대국하는 영광스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이세돌기념관 입구에 알파고와 벌인 제4경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
이세돌과 바둑 한판! |
드넓은 명사십리해수욕장(4.3km)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잠시 멍하니 앉았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도중 차를 세운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춘 곳은 ‘그림산’ 자락.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 속에서 싸움을 벌이기 직전의 호랑이와 사자 형상 바위를 찾아보자.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명사십리해수욕장. |
모내기를 마친 논에 비친 그림산 풍경. |
비금도 최고의 비경은 선왕산 중턱 하누넘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하누넘(하트) 해변이다.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바닷가, 혹은 거센 하늬바람이 넘어오는 언덕이라는 의미의 하누넘은 의심할 여지없이 하트 모양이다. 밀물 때면 형상이 더욱 뚜렷해진다. 최근 그리움으로 하트 안에 눈물바다를 만든 사랑이야기를 더했다. 고기잡이 나간 하누의 무사 귀환만 기다리던 너미, 하지만 하누는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한다. 그것도 모르고 더미는 매일 사랑의 징표(하트)를 만든다. 지금도 하트해변에 누워 그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망대에는 둘의 끝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하누넘전망대의 하트 조형물. |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과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돌담, 내월우실을 둘러보고 그 아래 내촌마을로 이동했다. 집집마다 테트리스 게임보다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담이 둘러져 있다. 훌륭한 바람막이일 뿐만 아니라 미적으로도 뛰어나다.
내촌마을의 돌담 풍경. |
비금도에서 서남문대교를 건너면 도초도다. 신라시대 당나라 사람들이 유심히 바라보니 지형이 자기 나라 수도와 비슷한데, 초목이 무성해서 도초도(都草島)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도초도의 대표 자랑거리는 해학적인 모양의 3대 석장승이다. 툭 튀어나온 눈에 두툼한 삼각형 코, 윗니와 아랫니를 드러내 마치 제주도의 돌하르방 같은 고란리 석장승, 초립 형태의 큰 갓을 쓰고 손에 나뭇가지 모양의 창을 잡은 외남리 석장승, 이와 비슷하지만 모자가 없는 수항리 석장승은 마을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도초도의 대표 관광지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시목해변이다. 바닷물이 맑고 모래가 부드러워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마을의 수호신이자 도초도의 자랑 고란리 석장승. |
도초도 시목해변. |
이쯤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배꼽시계가 울릴 터. 맛집으로 소문난 도초횟집으로 향했다. 해풍으로 말린 뒤 급랭한 민어로 만든 민어건정찜, 자연산 톳과 전복이 듬뿍 들어간 전복톳밥을 전복 내장으로 만든 특제 소스에 비비면 맛이 기가 막히다. 싱싱한 계절 반찬까지 더해 그릇을 싹싹 비울 때까지 숟가락질이 멈추지 않는다. 민어건정찜+전복톳밥(1인 2만원/2인부터 가능)
도초횟집의 민어건정찜과 전복톳밥. |
천사대교 개통 후 신안군과 금호고속이 섬 여행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호고속이 6월 23ㆍ25일, 7월 5ㆍ20일 오전 8시20분 광주유스퀘어에서 출발하는 ‘비금ㆍ도초도 버스한바퀴’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여객선과 버스 요금, 식사료를 포함해 6만9,000원이다. 062-360-8502.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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